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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주연배우' 교사는 '무대감독'

대한민국 교육부 2010. 8. 17. 14:16
NIE 수업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  | 윤소라 진잠초등학교 교사


대전 진잠초등학교 윤소라 교사와 6학년 3반 학생들



지난 7월 15일 대전 진잠초등학교 6학년 3반 과학시간은 시작부터가 다르다. 

우체부 가방을 맨 한 학생이 어느새 앞으로 달려가며 “윤소라 선생님, 편지 왔습니다!”하고 외친다. 그리고 나서 큰 봉투를 하나 윤 교사에게 건넨다. 봉투를 건네받은 윤 교사가 봉투를 받는 것과 동시에 학급모니터에는 봉투가 비춰지고 이내 아이티의 미르카이라는 소년의 편지가 소개된다. 미르카이는 자신의 나라에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겪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한국 학생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이 시간에 공부할 내용이 ‘지진’임을 알아채고 ‘지진’에 대한 구체적인 현상과 문제에 대해 의문과 흥미를 갖게 된다.

아이들에게 ‘지진’에 대해 어떻게 가르칠 때 머리에 쏙쏙 들어가게 할 수 있을지, 대전 진잠초등학교 윤소라 교사의 과학 수업은 바로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신문·체험·발표 3단계로 배운다 
 

신문으로 배우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지진을 다룬 신문기사를 함께 읽으면서 지진에 대해 알아본다. 모 신문의 아이티 지진 기사가 칠판에 걸리고 윤 교사의 질문은 시작된다.

“이 신문기사의 표제는 무엇인가요?”

반 학생 대부분이 손을 들고 윤 교사가 지적한 한 학생이 “표제는 아이티 강진, 수만 명 사망입니다.”라고 또릿또릿 대답을 한다. 곧이어 윤 교사의 질문은 계속된다. 

윤 교사 : 강진이라고 하는데, 지진의 세기는 얼마라고 하나요?
학생 : 지진의 세기는 규모 7.0입니다.

윤 교사 : 아이티는 어떤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까?
학생 : 건물이 붕괴되고 사람이 매몰되었다고 합니다.

윤 교사 :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까?
학생 : 지진 대피 훈련과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질문하면 학생들이 바로 답을 한다. 

대전 진잠초등학교 윤소라 교사


체험을 통해 배우는 두 번째 활동단계에서는 모형을 이용해 지진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이내 학생들은 모둠별로 자리를 만들어 지진이 났을 때 건물은 어떻게 되는지, 거리는 어떻게 되는지, 집안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의견을 나눈다. 간접 체험활동에서는 빌딩이나 집 모양의 캔, 모형 도로, 자동차, 집, 사람, 나무 등과 소꿉놀이 인형의 집 등의 도구들이 쓰이고 실험이 끝난 모둠은 궁금이 카드를 꺼내어 실험결과를 정리하고 토의한다. 그런 다음 모둠 대표가 토의 내용을 돌아가며 발표한다. 

지진에 대한 수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 번째 발표를 통해 배우는 단계에서는 각 모둠이 지진 연구소가 되어 지진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한다. ‘명탐정’ 모둠은 최근 발생한 지진에 대해 파워포인트로 정리한 것을 발표한다. 

‘T&B’ 모둠은 지진의 피해에 대해 뉴스 형식의 역할극으로 보여준다. 5명의 학생은 앵커, 현장기자, 피해 입은 아이티 주민, 봉사활동 나온 적십자 회원으로 분장해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 뉴스를 전한다. 한 모둠은 홈쇼핑 형식으로 지진에 대비해 우리가 꼭 준비해두어야 할 물건을 팔고, 또 어떤 모둠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TV프로그램 ‘위기탈출 넘버원!’의 형식을 빌어 역할극을 발표한다. 

이러한 모둠 발표를 듣고 궁금한 점은 궁금이 발표, 칭찬할 내용은 칭찬발표를 통해 발표하게 된다. 이들 발표를 통해 학생들은 황금열쇠를 모으게 되고 접혀진 황금열쇠를 열어서 아이티 사람들을 응원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다함께 소리 내어 읽기에 이른다.

“아이티 친구들아 희망 잃지 말고 힘내!” 

수업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만능쿠폰’. 발표를 통해 황금열쇠를 받으면 보물상자에서 만능쿠폰을 얻을 수 있다.


황금열쇠로는 보물 상자도 열어서 ‘만능 쿠폰’을 찾는다. 수업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만능 쿠폰’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지진의 피해와 지진 대피, 지진 대비를 위해 할 일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준다. 그리고 보물 상자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 빨간 점이 있는 세계지도를 비밀스러운 듯 꺼내 다음 차시의 학습 주제를 알려주면서 ‘지진’수업은 끝난다.


 
   신문 활용한 초등교과 재구성 작업 진행 중 
 

윤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다보면 하나의 퍼포먼스를 본 느낌이 들 정도로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이 연출된다. 여기서 주연배우는 학생들 모두, 선생님은 내레이터 수준이라고 하면 딱 맞다. 윤 교사의 수업은 이미 신문활용 수업으로 모범 수업사례가 돼 2008~2009년 교실수업 실천사례연구발표대회에 소개되기도 했다. 

윤 교사는 초등 3~6학년 국어·수학·사회·과학 교과를, 신문을 통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윤 교사가 신문 기사를 활용하는 수업 연구를 하고 교실현장에서 적용하게 된 계기는 대전지역에서 먼저 신문활용 수업을 한 박종용 성룡초 교감의 수업을 참관하고 나서부터다. 윤 교사는 신문 기사를 활용하면서도 초등학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더 추가함으로써 더욱 살아있는 수업을 만든다.

우선, 윤 교사의 수업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구체물들이 나온다. 보물상자, 황금열쇠, 빌딩모양 캔, 모형거리, 프렌드 체크카드 등. 발표시간에 모둠별로 하는 역할극에는 아이들이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의 패러디가 있다. 이날 수업에도 명탐정 코난, 위기탈출 넘버원을 패러디하며 지진과 연결시켰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재미있는 도구들을 가지고 놀면서 새로운 지식을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 윤 교사의 수업에는 다양한 활동이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는다. 수시로 자기 자리에서, 혹은 모둠별로 앞으로 나와서 발표한다. 친구들이 나와서 발표한 내용에 동의하면 오른손으로 V자를 표시하고 프렌드  카드를 내밀어 평가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활동이 많다 보니 학생이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 자리배치에서 모둠별로 자리를 옮길 때 또 발표시간의 자리변경 때도 아이들은 짤막한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모두 활발해~~♪’ 아이들의 활동은 쉬지 않는다.

“내가 학생이라면 이 내용을 어떻게 배우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도 수업에 활용할 요소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TV프로를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돼요. 우리 삶과 밀접한 신문이라는 도구를 수업에 들여오는 것뿐 아니라 삶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물건들이 수업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윤소라 교사는 국어·수학·사회·과학 교과를 신문을 이용해 재구성했다


 

   매일 당당히 “열심히 가르쳤다” 말하고파 
 

윤 교사는 수업시간에 수업의 방향만 이끌어주는 앵커이고, 출연진(학생들 모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수업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감독이다.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무대를 끌고 가는 감독처럼 수업 후 윤 교사는 많은 시간을 교과 연구에 몰두한다. 윤 교사는 수업 후 매일 한국언론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문을 검색한다. ‘이번 교과 내용은 어떻게 가르칠까?’, ‘어떤 기사와 연결 지을까?’, ‘어떤 활동을 하자고 할까?’ 이러한 질문들이 교실에 혼자 남아 있을 때 윤 교사의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화두들이다.

6학년 3반이 하루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선생님이 나누는 인사는 이렇다.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윤 교사는 “열심히 가르쳤습니다.”라는 인사를 매일 학생들에게 당당히 하고 싶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빈 교실을 지키고 있었다.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글|김금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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