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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착각'이 몰고오는 엄청난 효과 본문
착각의 두 얼굴에 주목하라
글|정성욱 EBS 프로듀서·<인간의 두 얼굴> 연출
착각이란 단어에는 부정의 의미가 강하다. ‘착각해라’의 생소함보다는 ‘착각하지 마라’는 날카로운 지적이 우리에게는 더 익숙하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물과 관념에는 양면성, 즉 두 얼굴이 존재하듯이 착각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단지 ‘착각하지 마라’는 말만 듣고 살아온 대다수의 사람들은 착각의 또 다른 얼굴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뇌는 착각을 구별하지 못한다. 착각할 때 사용하는 신경회로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각할 때 우리는 실제와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뇌가 착각을 구별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착각이 아니다. 그렇기에 착각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준결승전인 일본전에서 한국은 8회 말 터진 이승엽 선수의 극적인 역전 2점 홈런으로 감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홈런을 치기까지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이승엽 선수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타석에 들어서면서 머릿속에 자신이 홈런을 치고 두 손을 번쩍 들고 그라운드를 도는 상상을 했다.”
알고 보면 이미 우리는 현실에서 착각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기말성적은 잘 나올거야’, ‘이 사업은 성공할거야’, ‘나는 잘 될거야’ 등 사실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착각의 달인들이다. 다만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착각의 두 얼굴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착각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착각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기가 착각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는 삶에 커다란 차이를 가져온다.
치과 치료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온갖 기계의 소음과 입을 벌린다는 민망함, 무엇보다도 치료에 따르는 ‘아픔’에 이르기까지…. 이런 치과에서 긍정적 착각의 힘에 대해 실험을 하기로 했다.
치료실 의자에 누워 의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통증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얼굴이 잔뜩 굳어있다. 이때 의사가 들어와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리모콘 같은 버튼을 주면서 치료받고 있을 때 이것을 누르면 통증이 완화된다고 일러준다. 실제로 의사가 누르자, 환자 옆에 붙어있는 기계가 깜빡깜빡 빛나면서 소리를 낸다. 빛이 지속되는 시간은 5초 정도, 그리고는 직접 환자에게 버튼을 건넨다.
물론 눈치 챘겠지만 이 버튼은 제작진이 만든 가짜 장치이고 통증을 줄여주는 버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료가 시작되자마자 환자들은 연신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불만 들어오는 가짜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고통이 줄어들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때 의사가 리모콘을 다시 가져가려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져가지 말라며 애원도 해보고 항의도 해보지만 매정하게도 의사는 그 리모콘을 빼앗는다. 그리고 치료는 계속된다.
실험이 끝난 후 환자들에게 버튼을 가지고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 통증의 차이를 물었다. 놀랍게도 가짜 버튼이 있었을 때 스트레스지수가 40%나 낮았고, 안정감, 만족도는 30%나 높았다. 버튼을 누르면 고통이 줄어든다고 생각한 것은 물론 착각이었다. 그러나 그 버튼을 쥐고 있을 때 사람들은 불안이 사라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꼭 신체적인 효과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이런 가짜 버튼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르는 것. 이것이 착각의 또 다른 얼굴인 ‘긍정적 착각’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한 바구니에 공 던지기 게임에서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한 팀의 성공률이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 착각은 특히 어린 아이, 학생들에게 중요하다. 부모 또는 교사들의 경우 다들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도대체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바람직할까?’, ‘앞으로 살면서 불가피하게 겪게 될 좌절과 실패를 잘 이겨내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긍정적 착각’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제작진은 긍정적 착각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초등학생 4학년 150명을 대상으로 긍정적 착각도를 측정한 후, 긍정적 착각도가 가장 높은 아이들 5명과 긍정적 착각도가 평균인 아이들 5명을 데리고 한 가지 프로젝트를실시하기로 했다. 각각 5명의 아이들이 한 팀이 되어 ‘준비된 종이상자를 20분 동안 되도록 높이 쌓아야 한다.’는 간단한(?) 임무가 그것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 이 종이상자 쌓기는 처음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제작진이 아이들 모르게 계속해서 상자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상자 쌓기에서 착각도가 높은 아이들은 평균인 아이에 비해 상자가 무너져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쌓는 모습을 보였다.
금방 포기할 줄 알았던 아이들. 그런데 놀랍게도 긍정적 착각도가 높은 아이들은 미션 수행 도중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상자가 무너져도 다시 쌓으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며 서로를 격려하며 최선을 다해 상자를 쌓았다.
반면 긍정적 착각도가 평균인 아이들은 똑같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포기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자 쌓기 결과, 긍정적 착각도가 높은 아이들은 7층을 쌓은 반면, 평균인 아이들은 2층을 쌓는데 그쳤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험 후 아이들의 인터뷰였다. 이미 쌓아 놓은 게 다 넘어졌다는 것이 너무 아깝지 않았냐는 질문에 긍정적 착각도가 높은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쌓으면 되잖아요!”
긍정적 착각도가 높은 아이들은 실험외적인 요인에 대한 원망이나 불안 등에 대한 어떤 불신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아이들이 보여준 것은 타인에 대한 신뢰와 협조,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신이 잘 해내고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 이것이 바로 아이들이 보여준 긍정적 착각이었다. 미국 UCLA대 셀리 테일러 교수는 ‘긍정적 착각이 동기 부여에 매우 효과적이며 장기적으로 성공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심리학자이자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은 ‘초등학교 2~3학년쯤 일생을 관통하는 비관론적 성향이 굳어진다.’라고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10세 이전에 긍정적 착각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 긍정적 착각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또한 어떤 사람은 긍정적인 착각을 잘하고 그 힘을 이용해 역경을 극복하고 목표를 성취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제작진은 일곱 살짜리 아이와 엄마로 짝을 이룬 7쌍에게 1분 동안 재밌는 놀이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바닥에 공이 가득 놓여있는 방에서 어린이는 눈을 가리고 공을 던지고, 엄마는 정해진 공간에서 바구니로 아이가 던진 공을 받는 게임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엄마와 아이들이 나눈 대화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눈을 가렸기 때문에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바닥에 있는 공의 위치나 던져야 할 공의 방향에 대해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엄마가 ‘아니’, ‘안 돼’, ‘아니, 아니야’ 등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한 팀은 평균 7개를, 반면에 ‘옳지’, ‘잘 한다’, ‘괜찮아’ 등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한 팀은 평균 12개를 넣었다.
엄마의 긍정적인 말이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착각을 심어준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 즉 끊임없는 지지와 이해가 바로 아이들의 긍정적 착각을 위해 부모나 교사 같은 양육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칭찬이 좋은 것은 다 알지만 막상 해보려니 잘 안 된다’, ‘습관이 안 돼서 칭찬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같이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는 긍정적 언어사용에 더욱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럴 때는 억지로 과도한 칭찬이나 진심이 담기지 않은 어설픈 격려보다는 다만 ‘안 돼’, ‘틀렸다’는 말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긍정성을 키워 줄 수 있다. 즉 부모나 선생님들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고 지지해줌으로써 아이는 긍정적인 착각을 하게 되고, 긍정의 힘을 통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말속에서 ‘아니’, ‘안 돼’를 지워 보는 것이 어떨까?
잘린 손가락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물음에 "쑥 자라나요."라고 대답한 아이들이 다른 대답을 한 아이들에 비해 IQ가 높게 나타났다.
도화지에 손가락 하나가 없는 손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을 다섯 살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10년 후 이 손가락이 어떻게 될까?”라고 물었다. 아이는 과연 어떤 대답을 했을까.
대부분 아이들이 이렇게 답했다. “손가락이 쑥 자라나요.” 아이들의 대답이 엉뚱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구 결과, 놀랍게도 손가락이 자란다고 답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IQ가 높았다. 아이들 특유의 긍정적 착각은 살아가면서 겪는 실패와 좌절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감싸는 보호막 역할을 해준다.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긍정적 착각 때문에 수없이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걸음마를 배우고 자전거를 배운다.
부모나 선생님과 같은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의 긍정적 착각을 배울 필요가 있다. 즉 마음에 들지 않거나 미덥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이 아니라, 다소 편향되었더라도 긍정적 착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비단 부모와 아이뿐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긍정적 믿음을 가지면,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그 사람의 긍정성을 키우고, 피그말리온의 긍정적 착각이 사랑하는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기어이 살아 움직이게 했던 것처럼, 결국 기대하는 대로의 긍정적 이미지로 사람이 변화하게 되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긍정적 착각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고 때로는 우리가 인생을 더 행복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살짝 왜곡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행복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것이 착각일지언정!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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