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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온가족이 즐기는 SF, 2010과천국제SF영화제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0. 28. 13:18
한국 SF영화의 부흥을 위해 이순재가 나선 사연은?


한국의 SF영화에 가능성이 있을까? 몇 해 전까지도 문학이 도서판매 1위를 차지하고 영화가 가장 대중적인 오락 거리며 국산 드라마가 아시아에서 붐을 일으킬 만큼 한국은 이야기에 일가견이 있는 나라다. 그러나 온갖 장르가 나름의 영역을 구축한 상황에서도 SF만큼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국산 SF소설은 너무 독자층이 얇아서 시장성이 낮게 평가되고 SF만화도 명맥이 거의 끊어진 상황이며 SF영화는 파워레인저쯤의 어린이용 영화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적어도 영화만은 SF 장르가 외국영화나마 호응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SF영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을 보면 ‘한국인들은 SF에 별 관심이 없나?’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각국을 대표하는 SF 콘텐츠들. 왼쪽부터 스타워즈(미국), 괴수대결전 용가리(일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영국)




   SF는 성공하기 힘든 장르?
 

그러나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SF만큼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콘텐츠도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화로 시작한 스타워즈는 수많은 작가와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수만년의 연대기를 거느렸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마크로스, 건담 등의 대형 문화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SF 작품에 근간을 두고 있다. 

특히나 영화계에서 SF의 선전은 주목할만하다. 할리우드는 소재 고갈이라는 난관을 SF로 응수하여 <엑스맨>부터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SF영화들이 블록버스터의 주류가 됐다. 일각에서 ‘SF영화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SF영화가 흥행하는 까닭은 바로 그 장르적 특성에 있다. SF(Science Fiction)라는 단어에는 과학소설, 그리고 공상과학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허구적인 사건과 시공간을 창조하되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그럴듯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그래서 SF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현실적인 보편타당성을 보이기에 영화라는 매체에 적합하다.


국산 SF영화들이 고전한 이유도 사실 SF라는 장르의 한계라기보다 빈약한 스토리 탓이 컸다. 해외 SF영화들의 국내 흥행 실적으로 미루어 보면, 우리나라 관객들의 SF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나라 못지않다. ‘2010국제SF영화제’는 SF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도 해소하고 한국디SF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SF영화의, SF영화를 위한, 2010국제SF영화제!
 

2010국제SF영화제의 슬로건은 “The Year We Make New Contact”. 이는 SF영화계의 고전이라 불리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속편 <2001 우주여행>의 부제 ‘Year We Make Contact’를 모티프로 한 것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부터 이어지는 SF 장르와 SF영화의 정신을 이어받아, SF 장르의 붐을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고자 하는 소망을 표현했다. 

SF영화 제작 발표 및 조직위원회 창립총회에서 배우 이순재씨가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받았다. 왼쪽부터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위원회 위원장, 이순재 국제SF영화제 명예홍보대사,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이러한 취지에서 지난 8월 26일, 2010국제SF영화제가 과천과학관에서 ‘SF영화 제작지원 발표를 겸한 조직위원회 창립총회’와 함께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이 행사에서 조직위원회는 배우 이순재씨를 명예대사로 위촉하고 한국형 SF영화 제작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지금은 시트콤의 깐깐한 할아버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순재씨는 1967년 한국 최초 SF영화, <대괴수 용가리>(감독 김기덕)에 우주 비행사로 출연한 바 있다. ‘우주비행사’라는 타이틀을 얻은 최초의 한국인이었던 셈이다. 

이순재씨가 우주비행사로 출연한 한국 최초 SF영화 <대괴수 용가리>(1967)


이순재씨는 “<대괴수 용가리>를 촬영할 당시만 해도 국내 SF영화 환경은 일본에 비해 많이 열악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영화 기술도 많이 발전했고, 산업구조도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국 SF영화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세계와 경쟁하는 SF영화가 국내에서도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홍보대사로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SF영화 현실을 개선하려는 본격적인 계획도 나왔다. 국립과천과학관은 ‘한국형 SF영화 제작’ 프로젝트로 1억 5,000만 원 규모의 단편 SF영화 <과학관이 살아있다>(가제)를 제작 지원하고 장편 SF영화, <천지의 분노; 백두산 대폭발>(가제)을 직접 기획,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단편영화 <과학관이 살아있다>(가제)는 올해 초 국립과천과학관이 주최한 ‘SF시놉시스 공모전’ 당선작을 영화화할 계획으로, 충무로 유망 감독들을 대상으로 연출자를 물색하고 있다. 프로젝트 SF장편영화 <천지의 분노; 백두산 대폭발>(가제)은 현재 부산대학교 윤성효 지질학 교수와 협력 하에 기획중이다.

특별한 영화체험을 제공할 국립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


영화제를 앞두고 본격적인 붐을 일으키는 이사도 준비했다. 지난 4월부터 SF팬들은 국립과천과학관 어울림홀에서 열린 ‘사이네마토리움’이라는 이름의 정기 상영회로 숨은 진주와 같은 국내 SF 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구를 지켜라>, <천년여우 여우비>, <예스터데이>, <원더풀 데이즈>, <내츄럴 시티>등 대표적인 국내 SF영화와 영화감독들이 팬들과 뜻깊은 시간을 가졌으며 지난 9월 4일, 봉준호 감독의 <괴물> 상영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사이네마토리움 9월 정기 상영회에서 관객들과 대화중인 봉준호 감독


SF만큼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 장르는 흔치 않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도 이를 고려하여 마니아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다채로운 가족 행사도 준비했다. 주최기관이자 메인 행사장인 국립과천과학관의 특징을 살려 총 지름 25미터인 천체투영관의 돔을 스크린 삼아 영화를 상영하는 이벤트를 비롯하여 동물원, 경마공원, 국립현대미술관 등 인근의 문화시설과 연계한 행사도 즐길 수 있다. 영화제의 일부로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 학술 프로그램에서는 국내 과학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SF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을 해부하기도 하고, 생활속의 과학이야기를 풀어보기도 하여 교육의 장으로서의 내실도 다질 계획이다.

사이네마토리움에서 SF영화를 즐기는 관객


10월 28일부터 11월 7일까지 11일 동안 화려하게 펼쳐지는 2010국제SF영화제. 갓 시작했지만 한국에서 SF는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는 커다란 도정의 첫 걸음이자 SF의 즐거운 매력으로 맘껏 빠져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의 SF 영화가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쓰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글·사진 | 왕나연 (2010 국제SF영화제 사무국)
 교과부 과학기술 매거진  S&T 포커스 



   2010 GISF 과천국제SF영화제 상영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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