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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교감선생님의 비밀 관찰 일기를 열어보니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2. 23. 11:00


6학년이 되면 실과 시간에 개인적으로 식물을 학교에 가져와서 기르는 수행평가가 있다. 이게 악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키운 식물들은 목말라서 2주 안에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러면 이파리가 3장정도 초라하게 떨어져 있고, 간신히 붙어있는 것도 메말라서 바삭 바삭하게 된다.
 
식물 기르기도 그 정도 이지만 그 다음 단계는 ‘관찰’이다. 메말라 죽어있는 내 식물을 관찰하기는 좀 뭐해서 나는 종종 내 친구의 식물을 관찰하거나 학교 뜰에 있는 것을 관찰하며 그렇게 해서라도 수행평가를 잘 받으려고 노력한다. 이 관찰 기록장을 잘 쓰면 상장을 주고 친구들 앞에서 시상을 하기 때문에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 도 관찰기록장으로 상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
  

범계초등학교 교내 관찰원 모습

  
우리 범계초등학교가 관찰을 중요시 하는 이유는 모두 고시언 교감 선생님 때문이다. 교감 선생님이 새로 오시면서 우리 학교 뜰은 모두 초록빛깔 식물들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것을 관찰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그래서 식물이 잘 자라던 여름과 초가을 때만 해도 학교 뜰은 1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 학생들은 각각 한 권의 관찰 기록장과 연필을 손에 들고 있었고, 어떤 학생은 앉아서, 어떤 학생은 서서 식물을 관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가을 솜이 튼 목화를 관찰하고 있는 친구들


지금은 겨울이라 그 식물들을 볼 수 없지만, 범계초등학교에는 목화와 같은 농작물과 도라지, 더덕, 황기, 구절초, 야콘, 토란, 아주까리, 수수, 율무, 미나리 등과 호박, 박, 수박, 참외 등덩굴 식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서 가꾸고 있으며 여러 가지 채소들도 가꾸고 있다. 그래서 범계초등학교 학생들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식물들을 직접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식물이 많은 만큼 범계초등학교에는 ‘식물이름 알아맞히기 대회’‘관찰기록장 쓰기 대회’등 식물 관찰에 대한 상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많다.
 

범계초등학교 관찰원 이모저모

 
고시언 교감선생님께서는 우리가 하루의 일기를 쓰는 까닭과 같이 관찰기록장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우리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서 기록해 두지 않으면 곧 잊어버리게 되기 쉽고 또 기록을 함으로써 전, 후 비교를 할 수 있고 관찰을 보다 깊이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관찰기록장 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문방구에서 산 관찰기록장의 틀에 맞게 쓰려다 보니 학생들에게 부담감을 주어 관찰 자체를 싫어하게 할 수 있다. 과연, 학생들은 관찰 기록장을 바르게 쓰고 있을까?
 

 잘 못 기록한 관찰기록장의 예 
 


왼쪽그림 : 관찰하려는 장수풍뎅이는 보이지 않고 사육 상자만 그렸다.
오른쪽그림 : 고추와 토마토의 잎과 줄기를 특징이 없이 똑같이 그렸다.
 
그래서 친구들의 관찰기록장을 살펴보았다. 한 친구는 식물이 아닌 학급에서 키우는 장수풍뎅이를 관찰했는데, 장수풍뎅이는 그리지 않고 사육 상자만 그려 놓았고, 또 한 친구는 고추와 토마토를 관찰해서 그렸는데 잎과 줄기가 특징이 없이 똑같이 그렸고, 잎맥이나 줄기의 솜털 같은 세세한 부분은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바른 관찰기록장 작성 방법을 모르는 듯 했다.
 
나 또한 친구들처럼 관찰 기록장을 어떻게 쓰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때로는 관찰기록장에 색연필로 식물을 그리기도 하고, 명암도 그려보았지만, 그것은 올바른 관찰기록 작성법이 아니라고 해서 관찰기록장의 달인이신 교감선생님께 여쭤보았다. 
   
 


 교감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관찰탐구기록장
 

* 하루에 한쪽씩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날짜에 따라 관찰된 것만 간단히 기록하고 그 다음날에 또 변화되어 관찰된 사실을 이어서 계속 기록해 나간다.
 
 
* 아래는 할미꽃을 관찰한 예이다. 3월 17일에 관찰하고 일주일 뒤인 3월 24일에 이어서 관찰기록 하였다.
 
 




 바른 관찰기록 작성법
 

① 매일매일 관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려야 한다. 관찰기록장에는 식물이 크게 변화 했을 때만 적어도 좋다.
② 전체적인 모습 보다는 한 부분을 세세하게 그린다. (예: 강낭콩 꼬투리 모양을 관찰한다.)
③ 하루에 한쪽씩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날짜에 따라 관찰된 것만 간단히 기록하고 그 다음날에 또 변화되어 관찰된 사실을 이어서 계속 기록해 나간다.
④ 그림을 그려서 관찰할 때에는 관찰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그린다.
(관찰대상이 아닌 화분, 책상 등은 그리지 않는다.)
⑤ 관찰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평소에 습득한 통상적인 관념에 따라 그리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나뭇잎, 새싹의 모습, 꽃이 핀 모습)
⑥ 직접 관찰한 사실이 아니라 책에서 본 내용이나 평소에 알고 있던 것은 기록하지 않는다.
-관찰기록문은 사실을 본대로 기록한 글이지 문학적인 글이 아니다.
-잘 못 기록하는 사례: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게 크렴. 잎이 조금 컸어요. 귀엽고 상큼한 것 같아요. 더욱 쑥쑥 자라라. 너무 불쌍하다. 깨닫게 해주었다. 아닌가 싶다. 몇cm이상 클 것이다.”(웃음이 나왔다. 마치 교감선생님께서 나의 관찰기록장을 보시고 지적해 주시는 것 같았다.)
⑦ 관찰 대상을 그림으로 그릴 때는 명암을 그려 넣거나 색칠을 하지 않는다.
(미술시간에 그리는 그림과 다름을 알기)
⑧ 오감(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져보고)을 동원하여 관찰한다.
⑨ 가능한 정량적인 기록을 한다.(크기나 무게의 단위를 사용해서 기록한다.)
⑩ 비교 관찰이나 계속적인 관찰은 그래프나 표로도 나타낸다.
 

 

 쏘금이의 교감선생님 전격 인터뷰
 

Q1 교감선생님께서는 언제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하셨나요?
1973년 2월에 대구교대를 졸업하고 1973년 4월 2일에 경북 김천의 감천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교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북에서 18년을 근무하다가 1991년 3월에 경기도로 전입하여 19년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총 교직경력이 벌써 37년 8개월이나 되었습니다.

범계초등학교 교감 고시언
 
Q2 담임선생님 시절에도 관찰기록을 중요시 하셨나요?
예전엔 나뿐만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관찰 실험에 대한 기록지도에 관심이 많았고 중요시했습니다. 그러나 ‘실험관찰’이라는 수련장 같은 과학과의 보조교과서가 나오면서 과학(자연)공책이 사라지고 자연히 실험관찰에 대한 기록지도를 소홀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3 교감선생님께서는 관찰탐구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시골에서 농사일을 거들면서 식물 가꾸기를 좋아했으며 학창시절부터 과학과를 좋아했습니다. 교직에서도 과학업무를 주고 맡아하며 과학부장을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발명반과 과학반 등을 운영하며 자연히 관찰탐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Q4 관찰탐구와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과학반 활동으로 시골의 산골학교에서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작품으로 선정되어 두 학생을 집에까지 데리고 와서 발표연습을 했던 일이 기억나고 발명품전시회나 학생과학탐구대회에 출전시켰던 학생과 과학 영재반에서 지도했던 학생 중에는 과학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고 소식을 전해준 제자들이 있었는데 가르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5 우리학교(범계초등학교)교정에서 기르고 있는 식물의 종류는 몇 가지 정도인가요? 그리고 관찰탐구하기에 좋은 식물과 까다로운 식물이 있나요?
우리학교는 관찰 원을 조성할 만한 교재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화단에 우리 야생화를 중심으로 20여종을 관찰용으로 심어서 가꾸고 있습니다. 관찰탐구하기에 특별히 좋은 식물은 없으나 자람과 변화가 빠른 식물이 관찰 탐구하는데 알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찰하기 까다로운 식물은 물 관리나 병에 약한 식물은 기르고 관찰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어떤 식물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새롭고 신비로운 자연의 이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Q6 식물관찰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첫째, 가까이 있는 식물에 늘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식물들을 비교해서 서로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찾아봅니다.
셋째, 식물을 관찰할 때에는 전체 모습에서 작은 부분으로 깊이 파고들어 자세히 관찰해야 합니다.
넷째, 무엇을 관찰할 것인지 관찰 관점을 뚜렷이 하여 관찰해야 합니다.
다섯째, 식물관찰을 한다고 매번 기록해야하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기록은 꼭 필요할 때만 간단하게 기록하면 되며 꼭 그림을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추운겨울 보리관찰을 위해 교감선생님과 함께한 친구들

 

바른관찰기록 하는 방법대로 기록한 친구들의 관찰기록장
 
교감선생님께서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관찰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내 질문에 이렇게 답해주셨다.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 중에는 자연에서 찾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잘 관찰하면 그 속에는 우리들이 몰랐던 많은 비밀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물을 대충 그냥 지나쳐 보면 그 속에 깊이 숨어 있는 사실을 찾을 수 가 없습니다. 늘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본다고 하지만 잘 보이지 않으며 거기에서 자연의 이치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관찰의 목적이나 관찰관점을 뚜렷이 하여 의도적으로 계속 관찰해야만 자연에서 무엇인가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관찰을 하는 목적은 자연에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 위함이며 이렇게 발견한 사실을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이용하면 새로운 발명으로 발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교감선생님을 취재한 느낌은 늘 뵙던 우리학교 교감선생님 아니시고 자연에 대해서 너무 잘 아시는 학자 같으셨다.

이렇게, 직접 학교에 식물을 키우시고 우리에게 식물 사랑을 알려주시는 교감 선생님이 범계초등학교에 계시다는 것이 감사하고, 이렇듯 교감선생님의 뜻을 받아 식물관찰을 좋아하고, 생활화하는 학생들이 범계초등학교에 많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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