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나무도, 꽃도, 새 순을 피워내는 삼월입니다. 새로운 것이 비단 자연에 있는 것만은 아니죠. 삼월을 맞아 새학기를 시작한 학교들도 온통 새로운 것 투성이입니다. 새로 입학한 신입생부터 새학년을 맞아 새교실로 이동한 재학생들까지... 다소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때가 요즘이죠? 제가 학교를 졸업한지는 좀(?) 됐지만, 그래도 그 상황들은 눈에 선하네요.
이럴 때 일수록 학생들의 학교생활지도에 선생님들의 애로사항이 많은데요.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안에 예절실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 생활예절실을 소개해 드릴게요. 저와 함께 포항 이동중학교에 있는 생활예절실로 가볼까요?
쉿! 학생들이 한창 예절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차예절인 다도를 배우고 있군요
포즈가 제법이죠?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들도 제법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생활예절실을 운영하는 포항 이동중학교는 올해 또 2학급이 신설되어, 현재 총 41학급. 15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인원이죠?
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 말만 들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해서 생활예절실을 운영하게 됐는지 조금 더 자세한 얘기 들어봤습니다. 생활예절실을 운영하고 있는 권귀자 선생님입니다.
Q1 생활예절실은 무엇인가요?
글자 그대로 생활 속에서 필요한 예절을 배우는 예절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직접 여기서 필요한 예절을 배우는 공간입니다.
Q2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운영하게 되셨나요?
지난해 가을 부임한 김유곤 교장선생님의 아이디어입니다. 예절이 갖추어진다면 사회에 나가서 자기 스스로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셨더라구요. 학력 뿐만 아니라 인성 부분도 강화를 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자 하는 교장선생님의 제안에 2010년 10월 초에 구상을 해서 중순부터 이 곳에서 예절수업을 진행했습니다.
Q3 생활예절실은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특별교실이 모여있는 공간에 교실 한 칸을 준비해서 생활예절실을 만들었습니다. 이 곳은 학생들이 실제 예절을 배우는데는 부족함이 없는 공간입니다. 실제로 예절을 배울 수 있는 자리, 방석 다 준비했구요 학생들이 직접 자기들을 수양할 수 있는 다도를 즉, 행다를 배울 수 있는 다구일체와 각종 도구를 전부 다 준비를 했습니다.
Q4 이 곳에서 이동중학교 학생들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나요?
인사하는 방법에 중점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인사법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필요한 인사예법도 같이 교육을 하고 있고, 또 하나는 자기 자신의 수양을 도와줄 수 있는 다도를 배웁니다. 1학년들은 지난 겨울방학동안 청학동에 가서 실제로 예절캠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Q5 이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선생님들께도 특별한 공간이라고 들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준비, 학생들 생활지도, 학습지도등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한번씩 자신만의 공간을 위해서 차도 마시고, 자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가끔은 학생들하고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이 됩니다. 상담실이 마련은 되어 있지만 상담실에서 하는 상담하고, 조금 더 개방된 분위기인 예절실에서 하는 상담과는 많은 차이가 있겠죠? 굳이 딱딱한 교무실보다는 차 한잔과 함께 하는 선생님과 제자와의 담소. 생활예절실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6 생활예절실을 통해서 학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는요?
지금 우리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력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약간은 힘들어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예절을 배움으로해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친구들과 더불어서 함께 생활하는 방법! 그다음에 이웃 어른들을 공경하는 방법. 가까이 있는 선생님, 부모님 어떻게 공경하면서 더불어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자신을 위한 것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한층 더 많이 배우고 느꼈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Q7 앞으로 계획은요?
이동중학교의 많은 학생들에게 꾸준히! 졸업하기 전까지 생활예절실에서 공부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자기성장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서, 흔히 말하는 학생들 간의 좋지 않은 풍속도 많이 사라지게 될 거라고 보고 그렇게, 그런 방향으로 교육을 시켜나갈 계획입니다.
김유곤 교장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포항 이동중학교의 생활예절실. 여러 선생님들의 의지가 보태지면서 성황리에 활용중이라고 합니다. 사실... 요즘 학생들. 공부하기만에도 바쁘잖아요? 그래서 예절교육은 다소 뒷전인데요. 그렇지만 교과공부 만큼이나 중요한 게 예절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옛 어른들은 공부를 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왜 이렇게 버릇이 없어? 이런 얘기 종종 들을 수 있죠?
불과 몇 달 전에도 지하철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욕설이 섞인 반말을 하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상황들입니다. 이런 모습을 더 이상 학교와 가정이 방관할 수 만은 없기 때문에 그래서 이동중학교에서도 생활예절실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이동중학교의 생활예절교실을 조금 더 지켜봤습니다.
직접 찻물을 우려내고 예절선생님들이 준비한 다식을 먹으며, 학생들은 지루해 하기 보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예절수업에 제법 흥미를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도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인사법에 대한 수업을 이어갔습니다.
자, 선생님을 보고 따라해 보세요!
예절교실에 참가한 이동중학교 학생들과도 얘기 나눠봤습니다.
어떤 내용을 배웠어요?
일단 손님이 왔을 때 대하는 방법, 어른들께 공수하는 방법, 절을 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들 배웠습니다.
평소에는 배우기 어려워요?
네, 많이 어렵죠. 요즘에는 게다가 예절을 지키는 모습 많이 안 보이잖아요. 다들 법에만 집착(?)하고.. 그래서 여기 참가해서 예절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 예의가 없다! 이런 얘기 들으면 어때요?
저는 예절을 사람들이 지키는 거 보면 기분 좋은데.. 마음이 안 좋아요. 예절을 지키려고 하는 애들은 있는데 지켜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애들은... 못 지키죠.
그런 친구들 볼 때마다 이런 예절교실 있었으면 해요?
네, 많이 해요.
예절교실 참가해 본 소감! 생각의 변화가 있나요?
이런 예절교실을 많이 해서 이런 학교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 부터 경험하고 이십대들도 예절 못 지킨다고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도 참가할 기회가 있었음 좋겠어요 앞으로 또 참가하려고 노력할거구요 최대한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참가해보니 어때요?
처음에 학교에서 나오라고 해서 나왔는데 처음에는 싫고 그랬는데 와서 하니까 재미있었어요. 차도 직접 끓이고 먹을 것도 먹고 애들이랑 함께 하니... 재미있더라구요.
이 전에 이런 걸 배운 적 있었어요?
아니오. 제대로 받은 적 없었어요
이젠 확실히 알겠어요?
네!
생각의 변화가 있어요?
요즘 이웃사람들한테 쑥스러워서 인사를 잘 안했는데 제대로 인사도 해야 할 것 같고, 어머니를 보고 절을 많이 했었는데 어머니도 그렇게 똑바른 방법이 아니어서 제가 다시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버릇이 없다 그런 소리 듣는 사람들 중에 저는 예외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예의나 예절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은데 올바른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한테, 특히 제 동생한테 권유해주고 싶어요. 동생도 잘 모르니까.. 기회가 된다면 동생하고 같이 오고 싶어요
예절수업에 참가한 이동중학교 학생들. 부쩍 성장한 모습이죠? 사실, 저 또한 이런 예절수업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던가 곰곰히 생각해봐도 글쎄요... 라고 밖에 대답할 수가 없겠군요.
이런 수업이 효과가 있겠어? 라고 반문하는 분들께는 예절교실을 담당한 두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여드려야겠습니다. 학생들의 변화는 예절교실을 담당하는 두 선생님에게서 더 확실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절교실을 담당하는 이미자 선생님(좌) 윤말득 선생님(우)
Q1 학생들과 함께 어떤 것들을 하셨나요?
예절의 기본지식으로 방석예절부터 공손한 자세의 기본인 공수자세, 절하는 요렁과 전통 차를 학생들과 함께 직접 우려내고, 찻 자리에서 주인과 손님의 예의 등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Q2 어떤 부분에 초점 맞춰서 가르치시나요?
인성교육에 바탕이 되는 인격 존중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습니다. 또 차에는 삿됨과 그릇됨이 없거든요. 차를 마시면서 그런 것을 배우고... 차를 상대와 함께 담소하며 마시며.. 차는 물만 있으면 계속 나오거든요. 끊임없이 소통하는 거죠. 우리 조상들은 선비의 자격에 차를 빼놓지 않았는데요 차를 하게 되면 스스로 차분해 지면서 예의로워 집니다. 예에서 인성교육이 일어나거든요.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Q3 학생들과 함께 해 본 소감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해서 예절반 왔니?라고 물어보면 공부하기 싫어서...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왔더라고요.. 아이들이 의자생활하다가 방석에 앉으니 힘들어하고.. 그랬는데.. 일주일이 지나면서부터 차맛을 알게되고 차분해 지면서 자기들 스스로 뭔가 달라진 것을 느끼더라구요. 한 학기를 하고 나니까 많이 변했습니다. 교실 들어오기 전부터 신발 정리를 가지런히 해 갖고 들어오네요. 하면서 처음에는 가르치는 게 힘들었지만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까 거기서 큰 보람을 느겼어요
Q1 조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까요?
예절이라고 하면 다들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데... 집에서 가정예절, 학교에서 교칙을 지키는 것 모두 예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흔히들 예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불편해하고, 쑥스러워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그런데 공손한 마음부터. 남을 공경하는 자세! 그런게 특히 필요한 것 같고요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지나치는 게 많지 않습니까? 어른과 함께 식사할 때는 먼저 수저를 들지 않는다던가, 그런 밥상머리 예절부터 시작해서 잠자리 예절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겠습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학생들의 대화 중 70%가 욕설이나 비속어 라는 것이라는 것에 안타깝고 놀랐습니다. 욕을 하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다는 것.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기에 그런 욕설이라는 것을 몸에 배어버리면... 어른이 되서도 그대로 행해진다면.. 이 다음에 우리 학생들이 자라서 어른이 됐을 때.. 그걸 그대로 자기 자식들한테 아이들한테 전달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구요..
바라는 게 있다면.. 저희들이 여기서 몇 번 여기서 수업을 하니 아이들이 달라지더라구요.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 눈빛, 공손한 자세 이런게 조금은 달라지는데.. 학교교육에서 왜 예절과목이 빠졌나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하루빨리 예절과목이 신설됐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불어! 차렷 열중 쉬어.. 군대식 인사 법 대신에 공수, 배례라는 우리말... 공수자세가 있거든요. 차렷 열중쉬어 했을 때 뒷짐지는 것 보다... 뒷짐지는 건 어른들께 버릇없다고 생각되거든요. 그거보다 공수배례를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손한 자세가 우러나도록.. 그렇게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얘기 들으면서 이 부분에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차렷 열중쉬어 보다 훨씬 부드럽고, 손도 앞으로 모으면서 인사하는 것이 현재 열중쉬어 자세로 뒷짐지는 모습보다 선생님앞에서 더 조심스러워 지지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예절은 실천이거든요. 입으로 전달하고 머리로 주입을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 예를 절하는 것은 실천이기 때문에 예절한다 하면은 곧 실천한다는 뜻! 항상, 언제 어디서나 예를 갖춘 마음과 그것을 실천하는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가졌으면 합니다.
에고고고... 다리야... 조금씩 나아지겠죠?
이러한 예절교실을 통해, 생활예절실을 통해 포항 이동중학교는 거칠어진 학생들의 언어습관도 순화시킬 계획이구요, 또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문제나 학교 내 폭력문제들도 해결했음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하루하루가 달리 변한다고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우리가 소위 뿌리라고 말하는 것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우리의 예절, 예의에 관한 교육에 학교가 함께 한다는 것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기성세대들이 말하는 버릇없는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의 바른 인성교육. 그 어떤 교과교육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새로움과 어색함과 낯설음이 교차하는 다소 어수선한 새학기. 학기초의 혼란스러움을 이렇게 잡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