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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레고 장난감 인형이 목성탐사를 간 까닭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31. 09:44
저로 말씀드리자면 덴마크 출신의 유명한 장남감, 레고(Lego)입니다. 크고 작은 블록을 끼우고 맞추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멋진 놀이도구 말이에요. 블록과 함께 저 레고 인형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한눈에 레고임을 알아볼 수 있는 눈, 코, 입을 다들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계시죠? 

그중에서도 저는 더 특별한 인형입니다. 얼마 전에 우주선을 타고 목성으로 떠났거든요. 제 키는 3.8cm 정도로 작지만, 특수한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져서 영하 140℃에도 견딜 수 있답니다. 그래야 목성의 차가운 환경에서도 잘 견딜 수 있거든요. 제가 탔던 우주탐사선의 이름은 ‘주노(Juno)’인데요. 이것은 제 이름이기도 합니다. 주노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인데요. 아마 ‘헤라’라고 더 널리 알려져 있을 거예요. 결혼과 출산, 가정을 대표하는 여신으로 아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주탐사선에 왜 여신의 이름이 붙었냐고요? 제 남편, ‘주피터(제우스)’ 때문이랍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 남편은 올림포스를 지키는 12명 신 중에서 가장 높은 신이에요. 목성을 대표하는 신이기도 하고요. 

주피터가 저와 결혼할 때만해도 그이는 저만 사랑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꾸 저의 눈을 속이기 시작했어요.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사람이나 요정을 만나기도 하고 말이에요. 저는 그때마다 ‘진실을 보는 유리’를 이용해 주피터를 찾아냈습니다.

한 번은 주피터가 강을 다스리는 신의 딸인 ‘이오’에게 반한 적이 있어요. 그는 제 눈을 속이려고 어둠의 장막을 내리고 구름으로 변해 이오와 만났죠.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한낮에 먹구름이 생기는 게 수상했답니다. 그래서 구름 사이를 유심히 살펴 주피터를 찾아냈죠. 

이때의 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과학자들이 우주탐사선에 주노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주노가 ‘진실을 보는 유리’를 이용해 구름 속에 숨은 주피터를 찾아내듯 주노 우주탐사선도 목성을 자세히 알아낼 것이라고 믿는 것이죠. 실제로 레고인형 ‘주노’의 손에는 ‘진실을 보는 유리’가 들려있답니다. 

주노 탐사선에 실리는 레고 인형은 저 혼자가 아닙니다. 제 남편 주피터 레고 인형도 있습니다. 손에 천둥을 쥐고 있는 레고 인형이 제 남편, 주피터랍니다. 목성을 대표하는 신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덕분에 저는 목성으로 가는 동안 남편과 꼭 붙어있게 됐습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주노 탐사선에 실려 목성으로 날아간 레고 인형의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갈릴레오 갈릴레이, 주노(헤라)와 주피터(제우스)를 나타냅니다. 사진 출처 : NASA


올림포스 최고의 신이라면 왠지 태양을 대표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남편, 주피터는 목성을 대표합니다. 그만큼 목성이 태양계에서 중요한 행성이라는 뜻이죠. 목성은 ‘태양계의 왕자’라 불릴 정도로 거대하고, 태양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행성이거든요. 

목성이 조금 더 컸더라면 제2의 태양이 됐을 것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그건 목성이 지금보다 엄청나게 커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천체의 크기가 커지면 질량도 함께 커지게 되는데요. 이때 주변의 다른 천체를 끌어당길 수 있는 힘도 커집니다. 그러니 목성이 태양 크기에 가깝게 커졌다면 목성 주변을 도는 행성이 많아져서 태양처럼 될 수 있었다는 거죠. 하지만 목성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태양과 비교하면 작은 구슬 정도라서 태양계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래도 목성은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비해 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태양계가 만들어졌을 당시, 목성은 태양계에 있는 물질의 70%를 혼자 독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컸거든요. 덕분에 주변에 있는 것들을 끌어당기는 힘도 셌습니다. 지금도 여러 개의 위성을 끌어당기고 있는 목성과 그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들만 본다면 ‘미니 태양계’인 셈이죠.  

태양계 속이 이런 ‘미니 태양계’가 있다는 걸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갈릴레이는 1610년 자신이 만든 굴절망원경으로 목성과 목성의 위성 4개를 발견했습니다. 이들 위성은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불리는 것들인데요. 이후 이들 위성에는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라는 이름이 각각 붙여졌습니다. 

바로 이런 사연 때문에 주노 탐사선에 또 하나의 레고 인형이 탑승하게 됩니다. 네,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이 인형에는 그가 목성을 처음 발견한 걸 존경하는 뜻을 담았답니다. 갈릴레이 인형은 이번에도 자신이 만든 망원경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목성 근처에 가면 또 망원경으로 새로운 걸 발견할지도 몰라요.

NASA에서 공개한 주노 탐사선의 모습입니다. 사진 출처 : NASA


저희 셋을 태운 주노는 앞으로 약 5년 간(1822일) 7억 1600만km의 거리를 날아갑니다. 아마 2016년 7월 4일쯤이면 목성 상공의 5000km 지점에 도달하게 될 거예요. 이후 1년 정도 목성 주변을 돌면서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랍니다. 

사실 주노 탐사선 이전에도 목성에 갔던 우주선은 많습니다. 1979년 3월과 7월에 목성에 도착한 보이저 1, 2호는 지구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목성의 얇은 두 개의 고리를 발견했고, 목성의 제1위성인 이오의 활화산을 알아냈습니다. 1989년 10월 18일 발사된 갈릴레오 탐사선은 1995년 12월 목성 궤도에 진입해 1997년 10월까지 목성을 관측했습니다. 이를 통해 목성 대기와 온도 분포, 이오의 화산활동, 목성 고리 등을 조사했답니다. 

우리가 탄 주노 탐사선은 목성에 물이 있는지, 또 목성의 자기장과 구성 성분이 어떤지 알아낼 예정입니다. 또 과학자들은 태양계에 대한 비밀도 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목성이 태양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만큼 목성을 탐사해서 태양계 초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죠. 

목성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진화했는지, 지구는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연구할 예정입니다. 그리 되면 인간들이 너무 궁금해 하는 한 가지!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요. 

우리 레고 삼총사의 임무는 여러분께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레고 인형이 우주로 떠난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주에 대한 꿈도 커지겠죠? 앞으로 5년 동안 진행될 주노 탐사선의 여행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세요! 저 주노와 주피터, 갈릴레이가 어마어마한 목성의 비밀이 가지고 돌아올게요!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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