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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학생들이 네팔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이유 본문
- 네팔 이동학습
제가 다니고 있는 대안학교 태봉고등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한 번씩 이동학습을 떠나게 됩니다. 1학년 때에는 제주도를 그리고 2학년 때에는 무려 보름 동안 네팔을 가게 됩니다.
저는 2학년이기 때문에 네팔을 다녀왔습니다.
네팔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로 알려졌으며 인구 대부분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가난한 나라인 네팔로 자원봉사를 하러 갑니다.
비용은 비행기값, 식비 등의 부가비용을 모두 합하여 175만 원 정도가 듭니다. 그리고 네팔에서 사용할 개인 용돈 7000루피(약 10만 원)정도 들고갑니다.
- 왜 네팔인가?
어느 나라든 외국여행을 한 번 다녀오면 분명히 배울 수 있는 게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국과 아주 다르고 다른 문화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외국여행입니다. 하지만 결국 외국여행을 가서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현지인은 쇼핑가게 주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국여행을 통해 그 나라를 다녀왔다는 만족감을 얻기란 매우 여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네팔처럼 가난한 나라는 다릅니다. 태봉고등학교가 추구하는 네팔 이동학습은 단순한 외국관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네팔에서 우리 태봉을 기다리고 있는 자매학교인 베일러 학교 친구들을 만나 함께 대화하고 노래하고 함께 춤추고 함께 여행하면서 그들의 따뜻한 정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홈스테이를 통해 그들의 집에서 밤을 보내며 네팔 가정집 생활까지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네팔의 사람들과 최대한 가깝게 지내면서 그곳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네팔의 현재와 미래를 느끼고자 합니다. 또한, 그들을 힘겹게 만든 네팔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느끼고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가꿔나가는 네팔사람들의 힘찬 발걸음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물론 네팔이 아닌 다른 선진국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적인 문명의 미래에서 잊히고 심지어는 문명에서 배척되어 버린 사람들의 정신적인 울림을 느껴보기에 네팔은 우리에게 배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 문명과 멀리 떨어져 있는 그곳에서 인간의 본성과 순수함에 대하여 되새겨 보고, 돈이나 물질의 풍요에 집착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세를 바꿔볼 기회입니다.
한국과는 다른 네팔의 색다른 삶의 모습이 현재 내 삶과 지금 내 모습, 그리고 미래까지 돌아보게 된다면 세계적인 빈민국 네팔로 떠나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 네팔에 가서 무엇을 하는가?
1. 봉사활동
우선 자원봉사를 목적으로 갔기 때문에 봉사활동은 기본적으로 합니다. 봉사활동은 간단하게 마을청소와 빈민학교에서 페인트칠 정도만 했습니다.
매연이 심한 자동차가 많이 다니고 공장이 많아서 네팔은 공기가 무척이나 더럽습니다. 게다가 물이 매우 귀하고 수도시설이 부실하여 화장실에서는 쇳물이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네팔은 환경적으로 매우 더러운 나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거의 일반적인 행동입니다. 그래서 어디든 길바닥에 쓰레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버려진 쓰레기가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아서 곰팡이가 생겨 썩어버린 끔찍한 광경도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네팔이 그 정도로 더럽기에 청소를 하는 보람이 그만큼 더 많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청소뿐만 아니라 빈민학교의 벽과 책상, 의자에 페인트칠을 해주는 봉사활동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였는데도 네팔 사람들은 별로 고마워하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페인트칠한 장비들을 치우지 않고 갔다고 우리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네팔의 문화 자체가 워낙 가난한 나라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며 도와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답니다.^^
2. 문화교류
저희 태봉고등학교 2학년들은 네팔에 가서 총 세 곳의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빈민학교 Saraswoti Primary School, 두 번째는 네팔에서 나름 부자들이 생활한다는 바네파의 베일러 스쿨(Baylor International Academy), 마지막으로 태봉고등학교와 가장 많은 교류를 하는 아이소가이 학교(Aisogai International School)입니다.
1) Saraswoti 학교는 아까도 설명했듯이 빈민학교입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외곽의 한 빈민촌에 지어진 학교로서 학생 220명과 9명의 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볼펜, 연필, 공책 등이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 학교에서는 봉사활동을 주로 했으며 학교의 학생들과 게임을 하는 등 아이들과 놀아주는 형식의 문화교류를 했습니다.
2) 두 번째로 방문한 베일러 스쿨은 네팔에서 아주 부유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의 학교입니다. 베일러 스쿨은 풀장, 도서실, 과학실, 컴퓨터실, 남녀 기숙사가 갖춰져 있으며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영어를 사용해야 하고 학교 안의 큰 농구장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이 농구 게임을 즐깁니다. 베일러 스쿨은 농구 특성화 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생들이 농구를 무척이나 잘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당연히 한국 vs 네팔 농구경기를 했고, 서로가 준비한 공연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아이소가이 학교는 태봉고등학교와 아주 인연이 깊은 학교입니다. 작년에 아이소가이 학교의 학생들 몇 명이 한국에 와서 태봉고등학교에 방문했으며 그 학교의 관계자인 마다브 선생님께서 만들고 계시는 네팔의 ‘가시학교’ 설립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태봉고등학교의 기부 동아리인 NCF(Nepal Charity Fund)에서 가시학교 설립비용인 5억을 모으고 있습니다.
3. 홈스테이
사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그 나라의 문화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홈스테이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팔의 가정에서 생활하며 그 나라의 문화, 그 나라의 음식, 그 나라에서 중요시하는 것, 그 나라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 이런 것들을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홈스테이를 하면서 아무리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소통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이고 서로 자기 나라와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면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네팔에서 했던 활동 중에서 홈스테이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 대안학교 학생들이 말하는 네팔의 모습
네팔은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네팔보다 훨씬 부유한 나라입니다. 그런 한국에서 사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가난한 네팔에서 보름 동안이나 생활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요?
제가 아닌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네팔에서 힘든 생활을 해보니까 내가 사는 한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네팔처럼 가난한 나라에 비하면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런 대답들은 꼭 네팔이 아니더라도 가난한 나라에 한 번 다녀오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생각들입니다.
하지만 의외의 대답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네팔은 가난한 나라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네팔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 자신이다.” 저는 친구의 그 말에 무척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네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난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이 가난한 것을 이용하여 돈을 구걸하고 도움을 요구하고 물건을 비싸게 팔고 말 그대로 자신들의 빈곤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네팔의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아무런 주저 없이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리고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도 치우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네팔을 더욱 가난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들이고 네팔의 환경을 더욱 더럽게 만드는 것도 바로 그들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어야만 그들의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네팔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은 평생 구걸만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알려주고 바꿔주는 것이 바로 1년에 한 번씩 네팔에 가는 저희 태봉고등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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