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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와 수달이 되돌아 온 전주천 본문
1000일의 약속 | River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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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 한벽보 상류지역 |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말, 자연생태형 도심하천으로 복원된 ‘전주천’을 정책기자단 일행이 찾았다. 전주천의 상류지역인 한벽보에서 하류지역인 삼천 합류지점에 이르는 7.2km 구간을 답사했다.
한벽보 부근은 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유치원생들, 탐방객들이 자연생태박물관과 전통문화센터를 낀 천변 여기저기를 관찰하고 있었다.
“전주천의 맑은 물은 전주시의 생명입니다. 친환경적인 전주천의 복원은 전주시민의 소원이었죠. 일부 시민들이 쏟아내는 오염원을 사전에 차단해 수질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자연생태형 하천을 만드는 거였죠” 전주시청 생태보건과 양환식씨(38)의 설명이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전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전주천은 다시 시민들의 휴식처로 돌아왔습니다. 맑고 깨끗한 수량과 자연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죠.
전주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판소리의 본 고장으로 ‘한(韓)스타일’인 전주한옥과 한식, 한지와 한소리 등을 통해, 전주는 바야흐로 ‘아트폴리스(Art-Police)’화 되고 있습니다.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전주천은 여기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전주전통문화센터앞 탐방객들 |
쉬리와 수달의 서식지가 된 전주천
만경강의 줄기인 전주천은 작고 운치 있는 자연형 하천으로, 전주시의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흐른다. 사실 전주천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주민들의 생활오수와 공장에서 뿜어내는 폐수로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강이었다.
그러나 전주시와 시민들이 2000년 8월 ‘전주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을 위한 민관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생태계 복원에 노력한 결과 상류지역 1급 수질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연형 하천이란 하천 본래의 자연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조성한 하천을 말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하천 기능의 생태적 회복과 인간의 환경권 보장이다.
위로부터 전주천 상류와 하류 지역 |
전주시는 2007년까지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에 143억원을 투입했다. 저수호안 9㎞에 자연석을 쌓고 창포와 갯버들 등 수생식물과 향토 초화류, 갈대와 잔디 등을 심었다.
여기에 자전거도로 등 주민체육시설과 물고기 통로인 어도와 수해방지지설인 고무보, 징검다리와 여울 등도 설치했다. 노인들의 여가를 위한 쉼터도 조성했다.
덕택에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 2005년엔 쉬리와 버들치, 참종개 등 3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깨끗한 물에서 사는 수달과 원앙이 발견됐다. 현재 전주천에는 물억새와 갯버들, 야생화 등 267종의 식물과 107종의 곤충이 살고 있다. 하천을 따라 왜가리며 원앙인지 모를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움직이며 물속을 자맥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철새와 노인과 왜가리 |
그 결과 2002년 일본 강의날 대회에서 히로마쓰쓰다에상을 받은데 이어 2007년엔 강살리기네트워크가 주최한 제6회 강의날 대회에서 최우수 그랑프리를, 지난해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로부터 잘가꾼 문화유산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가을이면 갈대와 억새꽃들이 장관을 이뤄요. 억새 숲의 하얀 꽃들은 흰 눈꽃을 연상시키죠. 억새밭은 지난 겨울에 많이 베었지만 가을이면 다시금 꽃을 피울거예요. 전주천을 거닐면 꼭 고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죠.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실개천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머니의 품같이 정겹다고나 할까요?” 경기도가 고향인 한모씨(68)의 얘기이다.
전주천은 국내 유일의 ‘쉬리가 사는 도심하천’으로 알려져, 국내외의 자치단체, 환경단체, 언론기관, 공공기관 등 250여 단체의 방문객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어도와 고무보, 인공연못 |
전주천과 더불어 온 ‘한벽당’
전주천의 상류지역인 한벽보에서 가까운 곳엔 한벽당이 있다. 조선 초기의 문신 최담이 지은 누정으로 옛 사람들은 이곳 아래의 절벽에 부딪치면서 하얀 포말을 이루는 전주천의 장관을 ‘한벽청연(寒碧晴烟)’이라 하여 전주팔경의 하나로 꼽았다.
전주8경의 하나인 '한벽정' 일원 |
과거 한벽당은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다. 각시바우와 서방바우에서는 아이들이 고기를 잡으며, 멱을 감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남천에서는 아낙네들이 수없이 모여 빨래를 하고, 빨래를 삶아 말리는 장관을 ‘남천표모(南川漂母)’라 했다.
“어렸을 땐 이곳에서 멱을 감거나 낚시도 했어. 한 때 물이 오염돼 못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쉬리와 버들치 같은 물고기들도 살고 있다고 해. 여름 저녁에는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니깐.”인근 마을주민 최모씨(70)의 설명이다.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이’는 수질과 토양, 식생물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곤충으로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서 깨끗한 환경에서만 서식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주천 상류, 창포, 여울, 갈대밭 |
이 한벽당 근처에는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과 함께 전주 3대음식중 하나인 ‘오모가리탕’을 파는 곳이 있어 멋과 함께 맛도 느낄 수 있다.
한(韓)스타일 '전주한옥마을'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전주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한옥마을’이 나온다. 전주천을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하천으로 만든 주인공 중 하나다.
주말을 맞아 한옥마을은 ‘한(韓)스타일’을 찾은 관람객으로 가득차 있었다. 한옥마을 가운데에 있는 분식점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한옥마을 순회코스를 안내하는 김모씨(여, 28)는 “전주한옥마을은 단체 관람객들이 무리를 지어 많이 찾는다”며 “전동성당과 경기전, 최명희문학관과 보호수 은행나무, 한지와 공예전시관을 볼 수 있으며 수공예와 풍물 체험, 다도와 음주시음을 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옥마을 중앙로엔 전주천을 모방한 실개천이 흘렀다. 이 실개천을 보며 한옥마을 사람들과 시민들이 근처 전주천을 살리는데 앞장섰을 거라 생각했다. 따뜻한 전통 한옥마을이 있어 전주천, 그리고 전주가 더욱 빛나는 듯 했다.
600년된 은행나무와 최명희문학관 |
전주천 하류를 찾아서
전주천의 하류에선 겨우내 동면했던 풀밭 사이 움을 틔우는 쑥을 캐는 할머니들이 눈에 띄었다. 천의 하류로 갈수록, 날씨가 풀린 오후여서인지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어렸을 적만 해도 이 강이 좋았는디, 식당이나 공장 들이 들어서며 물이 오염됐어. 그랑께 냄새도 나고 역겨워 강에 나가기 싫었지. 한 10년 전부터 좋아졌제. 인제는 매일 나와 걷기 운동하고, 음식도 가져와 먹고 있어.” 나무로 된 가설교인 ‘섶다리’ 근처에서 만난 박모 할머니(73)의 이야기다.
전주천하류 섶다리 가교 |
특히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았다. 전주천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곳이다. 저탄소 녹색도시 조성을 위해 전주시와 시민들이 ‘저전거타기 생활화’에 적극 나선 것이다.
전주시는 2008년 기존 전주천 상류에서 삼천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 12.5㎞에 하봉교에 이르는 7.5㎞ 구간의 도로를 신설해, 총 20㎞ 구간의 천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했다.
평소 자전거를 즐기는 김모(36)씨는 전주천을 이용해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운동도 되고 맑은 공기 때문에 기분이 상쾌해진다”며 “더욱이 깨끗한 전주천을 보면 전주시민의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나온 정모씨(45)는 “자전거도로가 협소해 조금 불편하다”며 “인라인이나 마라톤을 할 수 있게끔 산책로를 넓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천을 찾는 이용객은 1일 평균 2만여명, 연간 7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자전거 이용객도 하루에 수백명에 달하고 있다
전주를 대표하는 전주천
자연생태공원과 한벽정, 전통한옥마을을 배경으로 한 전주천은 생태 환경과 문화 예술이 공존하고 있는 하천이었다. 하천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요람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쾌적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선물하고 있다. 지금까진 전주하면 비빔밥과 한옥마을, 한지축제, 국제영화제를 떠올렸다. 이젠 여기에 전주천을 포함시키면 어떨까.
(글/사진 : 정책포털)
정책기자단 박주익 cheongja@yahoo.co.kr
정책기자단 박하나 ladyhana05@naver.com
정책기자단 윤라경 yrk0501@naver.com
정책기자단 이상길 tri333@postown.net(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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