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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교과서, 감동의 교과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0. 15:10

행동의









<<< : 노창수 광주시교육청 교육국장

세상에!

교과서가 없는 학교¹가 있단다. 부지런한 손과 발, 열정적인 가슴과 행동이 교과서를 대신한다니 놀랍지. 말만 들어도 신나는 일. 그런 교실은 어떤 곳일까. 상상컨대 분위기 새롭고 우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요즈음 갖가지 편리한 영상 전자제품과 자료로 무장한 첨단 교실을 떠나는, 그래서 산골이나 바닷가의 홈스쿨링으로 자연과의 교감을 실천하는 것, 교사와 아이들의 가식없는 소통의 만남을 갖는 것. 이게 교육의 진정성은 아닐까. 그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 왔지만.

                                *¹ 교과서 없는 학교의 이야기를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체험이 교과서가 되는 학교


차암! 주변에는 교과서 보다 진한 감동의 이야기들이 얼마든지 있다.

세상의 교과서에는 세 종류가 있다.

말의 교과서, 글의 교과서, 행동의 교과서가 그것일 터.

예수, 소크라테스, 공자와 같은 성현은 말과 대화로써 교과서를 대신했다. 그게 최초의 교과서 즉 말의 교과서다. 후일 제자들에 의해 가르침이 기록되었을 뿐.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글의 교과서다. 책갈피마다 손 때 묻히며 행간에 깨알 같은 지식의 파편들을 쓰고 익히는 지식 위주 교과서. 가장 보편화된 교과서로 대표적인 오늘 날 책이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영향력이 대단한 제3의 교과서도 있다.

이른 바 행동의 교과서. 이 무언(無言)의 교과서가 사람의 본을 유도하는 가장 진실한 책이다. 바로 감동의 교과서다.

 
 
나는 두 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5년간 근무했다.

그 무렵, 항용 나의 학교 일상은 교정의 휴지를 줍는 것으로 막을 열었다. 말이 될지 모르나 앞서 언급한 ‘행동의 교과서’를 펼치기 위함이다. 어떤 교장 선생님이 학교 뜰에서 휴지를 줍고 있는데 지나가던 학생이

“선생님 여기도 있어요” 라며 손으로 가르키더라는 것이다. 만들어낸 우스개가 아닌 사실이라 했다. 내게도 만일 그런 학생이 나타나면,

“그래 발견해주어 고맙다!” 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기특하게도 아이들은

“제가 주워다 버릴 게요” 하며 순수하게 달려온다.

웃는 얼굴이 봄빛이다.

 

 
독사에게 물려 죽을 뻔했던 한 아이가 있었다.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고 새로운 초임 시절, 칠십 년대 보리베기 동원을 나갔다가 당한 일이었다. 상처 부위를 빨고 아이를 시오리길 병원을 향해 업고 뛰었다. 아이 어머니의 정성과 간호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동안 열이 꿇고 부어 올라 독은 온몸에 퍼져 갔다. 나는 매일 방과 후 아이 집에 가서 상태를 살피고 기도했다. 겨우 정신이 돌아온 어느 봄날 오후, 아이는 죽을 힘을 다해 버티면서 헛소리처럼 내게 말했다.

“선생님 화장실 청소를 못해 죄송해요.”

아니! 구국의 화신 충무공보다도 강한 그 책임감이라니!

말하기는 쉽고 글 읽기는 어렵고 행동하기는 더욱 어렵다.

구러 많은 세월의 두께가 덧씌워 지나갔다. 두 아이의 엄마로 부산 시장을 누비는 그니의 발은 지금도 그해 보리밭처럼 뜨거운 여름이다.

 
 

3년 전 공부 열기로 숨가빴던 수능도 끝났다.
그 해 졸업을 앞둔 어느 눈 오는 날. 아이들은 다들 떠들고 노는 데만 정신이 빠졌다. 한데 한 아이가 자리에 얌전히 앉아 책에 고갤 박은 채 미동도 않고 있었다. 곁으로 다가가도 모르는 눈치.


“공부할 게 지금도 남았니?” 속도 모르고 내가 물었다.

순간 아이는 흠칫 놀랬지만 바로 공손히 목례를 하며,

“아직 할 게 많아서요. 이제 내 공부를 해야 하거든요”

무지렁이처럼 질문한 게 좀 찔끔했다.

졸업 후의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교과서 보다 정확한 학생의 대답.

 

학생의 현재 행동은 교사 가르침의 종합이다. 한 아이가 교사의 양심을 깨우는 순간의 그 행동은 어떤 성현의 언어보다 훌륭하다.

많은 지식이 담긴 글의 교과서보다 훌륭한 금싸라기 같은 일침이 아이들 행동의 교과서에 담기는 것.

가슴 벅차 오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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