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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우리반 식물 키우기 대회 본문
제 아이가 다니고 있는 부산 양성초등학교에선 지금 식물 키우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매년 새 학기가 되면 1인 1화분 키우기 활동으로 반마다 갖가지 식물화분이 교실 창가를 메우곤 하는데요, 올해는 조금 색다르게 '식물 키우기 대회'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뉴스에 나오거나 시끌벅적하게 떠들거나 흔한 플래카드 하나 없는 대회지만,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순수한 대회라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품은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튀긴 팝콘!
제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마침 '우리가 키우는 식물'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었는데요. 관찰기록장을 꺼내어 각자의 화분을 책상에 가져와서 지난주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작업도 진행하려던 중이어서 양해를 구한 뒤 밀착취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키우는 식물 수업시간><창가에 있는 식물화분들>
이름이 참 특이하죠? 요술 꽃이라네요.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확인은 어렵지만, 오후 세 시쯤 꽃이 활짝 핀다 하여 세시 꽃이라고도 합니다. 꽃잎이 오므리고 있을 땐 진한 노란색이지만, 활짝 피면 주황색으로 꽃 색이 변하는 것이 마치 요술을 부리는 것 같아서 요술 꽃이라고 한다네요.
물은 열흘엔 한 번씩 준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대회 끝날 즈음엔 요술 꽃이 요술을 부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도시에서 보리를 보기란 쉽지 않은데, 부산 벡스코 '도시농업박람회'장에서 손 모내기 체험할 때, 부산농업기술센터 직원분께 얻은 것입니다. 처음엔 8cm 가량하던 것이 근 2주 만에 두 배는 훌쩍 자란 것 같습니다. 도시농업박람회서 만든 스티로폼 텃밭 상자에 영양토를 깔고 물을 듬뿍 줘서 그런지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끝 부분이 말라 있는 것도 몇 가닥 보여 잎마름병은 아닌지 걱정이 되더군요. 아이와 함께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해서 해결책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도시농부의 길은 멀고도 멉니다.
관찰기록장에 기록하는 것과 그냥 바라보는 것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매주 월요일, 아이들에게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지난주와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얼마큼 더 자랐는지, 친구들 것은 잘 자라고 있는데, 내 식물은 왜 안 자라지? 어디 아픈가? 영양이 부족해서 그러나? 등등의 고민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 기록들이 모이고 모여서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기록일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기록한 지 두 번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고사리손에서 나온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예리하게 관찰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취재하는 내내 눈이 휘둥그레졌답니다.
카랑코에는 진분홍 꽃과 노란 꽃, 두 종류가 있네요. 이름은 같지만, 꽃 색이 다른 쌍둥이 식물! 어느 꽃이 더 잘 자라게 될지 궁금합니다. 물은 월요일 아침에 한 번씩 주고 있다고 합니다.
실홀리를 키우는 박보미 친구. 한 주를 기다려 관찰기록장에 기록하는데, 이 친구의 기록은 거의 보고서 수준이었습니다. 대회준비기간에 1년 동안 관찰할 수 있는 식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내가 키우고 싶은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미리 공부되어 있었던 효과가 아닐까요?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과 기록내용에서도 식물에 대한 호기심, 책임감이 묻어나와 이번 대회의 취지에 들어맞고 있는 것 같아 학년마다, 학급마다, 학교마다 장려되면 좋겠단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디모르포테카' 이렇게 어려운 이름도 아이들은 척척 말할 수 있어요. 이 식물에 대해 설명을 해주다가 꽃이 참 예쁘게 폈다고 하니 뿌듯해하면서 손을 턱에 괴고 잠시 감상하고 있는 모습인데, 정말 귀엽지요?
차로 마시는 재스민, 이건 꽃이 보라색으로 폈다가 질 때 노란색으로 진다고 설명해주었어요. 신기하죠?
방울토마토 키우는 친구는 학교 올 때는 토마토가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많아져서 조금 있으면 선생님과 친구들하고 나눠 먹을 거라며 자신이 키우는 식물에 무한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가꾸는 식물을 그린 그림>
가져온 화분 속의 식물들을 잘 키울 수 있으려나 걱정했던 부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있는 보리, 알알이 맺혀있는 방울토마토, 꽃봉오리가 오므리고 있던 것이 만개해서 교실에 꽃향기를 내뿜고 있는 것을 직접 보고나니 아이들이 신경 써서 잘 보살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을 얼마 만에 한 번씩 줘야 하는지 머릿속에 항상 생각하는 모습이나 관찰기록장에 기록하는 모습들은 정말 대견해 보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한테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질문에 대답하느라 엄마들은 특히 힘들어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엄마들 친목모임 때도 당연히 식물 키우기 대회는 화젯거리였습니다. 1년 동안 관찰할 수 있는 식물로 준비해야 할 텐데 어떤 식물이 적당할지가 관건이었지요. 주말에 화훼농장을 찾아가보겠다는 사람, 벡스코에서 하는 도시농업박람회에 가서 알아보겠다는 사람, 근처 화원에서 문의해보겠다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오이, 가지, 토마토, 보리, 벼, 옥수수 등등의 식물 이름이 나왔지만 실제로 구하기는 여간 쉽지 않아서 대부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로 아이들 손에 들려 하나씩 교실로 입장하였습니다.
각 반에서 겨우 한두 명에게 주는 상이지만 아이들은 서로 자신의 식물을 잘 키워보려고 무던히도 정성을 들이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등수와는 상관없이 식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 순수함이 계속 이어져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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