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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털어놓는 쪽지 상담

대한민국 교육부 2014. 7. 2. 13:00

비밀 유지는 기본!
마음을 털어놓는 쪽지 상담
래포 I 상담 I 쪽지상담 I 교우관계
 I 가족관계

우리 반 학생들의 마음을 선생님들은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이 기사를 보고 있는 학부모들은 내 아이의 마음을 100% 알고 있다고 확신하시나요? 선생님에게 학생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많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래포 형성입니다. 래포(rapport)란 간단히 말해 상대방과의 사이에서 형성되는 신뢰, 협조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서로 믿음과 신뢰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제관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래포가 단시간 내에 가볍게 형성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저 역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래포가 형성되기 좋은 방법의 하나가 상담인데요, 서른 명이 넘는 학생들과 1:1 상담을 하려고 하니 하루에 한 명과 해도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려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바로 ‘쪽지 상담’입니다. 

'시험이 아니에요. 쪽지 상담 중이에요.'

 

 

쪽지 상담은 이렇게

쪽지 상담은 말 그대도 학생들과 쪽지로 상담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쪽지에 적은 고민거리,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 교우 관계, 관심사 등을 보고 선생님은 학생들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저희 반은 한 달에 한 번 쪽지 상담을 합니다. 마치 시험을 치듯이 쪽지를 철저하게 가리고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쓰고 다 쓴 학생은 바구니에 뒤집어서 내도록 합니다. 학생들이 집에 돌아간 후에 저는 학생들이 쓴 쪽지를 하나씩 읽어보는데요, 학생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물어보면 ‘괜찮아요.’ ‘좋아요.’ 와 같이 말하던 것에 관해서도 글로는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부담도 덜하고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이번 달을 돌이켜보며'
'다 적은 쪽지는 각자 제출해요'

 

내 친구와 나는 이렇게 지내요

'선생님이 알고 싶은 이야기들'

교우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는데요, 나를 한 달 동안 힘들게 한 친구, 친하게 한 친구에 대해 적는 공간이 있습니다. 대부분 학생은 힘들게 한 친구는 없다고 적는 경우가 많고, 간혹 있어도 이유가 아주 사소한 것입니다. ‘지우개를 어제 안 빌려줘서’ ‘자꾸 뒤를 돌아봐서’ 와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이라 그런 것은 가볍게 주의를 시키고 넘어가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 가운데 유심히 살펴보면 학생들의 진심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달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같은 학생이 힘들게 한다고 지속해서 적는 경우나 무리 안에서의 작고 큰 사건, 사고들도 많이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저희 반에도 여학생들끼리의 다툼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봤을 때는 잘 어울려 놀고 친하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쪽지 상담 내용을 보니 서로 서로가 불만이 많은 상태였고 작은 다툼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일대일 상담을 학생들과 따로따로 한 이후에 사건의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학생들과 집단 상담을 통해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 간의 문제라는 것이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문제가 점점 커지게 마련입니다. 쪽지 상담을 통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알고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과의 문제도 털어놓아요

'가족의 문제도 짧게 털어놓아요'

쪽지 상담에는 가족과의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놓게 합니다. 학생들이 설마 가정에 있는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을까 하고 생각을 했는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가족 관계는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교우 관계 못지않게 부모님 간의 다툼, 형제간의 불화 등도 학생들의 고민거리에 많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이유 없이 학생이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 한다거나, 갑자기 지각을 하거나 준비물을 안 챙겨오는 학생들의 쪽지를 읽어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저희 반 한 학생의 경우도 학교에서 매우 쾌활하고 명랑한 편이라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쪽지에 지속해서 부모님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학생과 면담을 하고 추후 부모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상담 하면서 부모님께서는 설마 우리 아이가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까, 또는 아직 어리니까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속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라셨습니다. 저와의 상담 이후에 자녀와 가정에서 대화를 통해서 부모님과 자녀 사이의 고민도 많이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쪽지 상담지는 모아서 보관해요'
'학생은 생각 중 선생님은 관찰 중'

모든 학생과 단 기간 내에 래포가 형성이 되어 학생들이 언제든 편하게 믿고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학생의 성격에 따라 교사와 1년이 지나도 다가오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보통 학생이 조용하고, 따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학생의 경우 교사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도 잦습니다. 그런 학생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쪽지 상담입니다. 학생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쪽지 상담은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바라는 것부터 가족 간의 고민거리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됩니다. 비밀 유지는 기본이겠지요? 우리 반 학생들이 꼽은 우리 반의 자랑거리 다섯 가지 안에 들어간 ‘쪽지 상담’. 교실에서 한 번 해보세요. 학생과의 거리가 좁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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