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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내용과 의미 본문
교육과학기술부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Income-Contingent Loan, ICL)를 도입, 현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도는 재학 중 이자 납부를 유예하고 졸업 후 취업해서 소득이 생기면 최장 25년 동안 원리금을 갚는 제도입니다. 개선된 학자금 대출제도는 2010년부터 적용되며 현재 대학생(휴학생 포함)은 졸업할 때까지 현행 제도와 새 제도 중에서 택일할 수 있습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 까요. 정책담당자와 관련 전문가의 대담을 통해 본 사업의 주요 내용과 의미, 기대효과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패널 | 최수태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선진화정책관, 남수경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대담 일시 및 장소 | 2009년 8월 18일(화) 오후 2시,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선진화정책관실
남수경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큰 뉴스거리 중 하나가 대학 학자금 대출제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전격 도입키로 발표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대학 등록금의 가계부담 정도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01년과 비교할 때 2009년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국·공립대가 약 1.8배(약 230만원에서 약 419만원으로), 사립대가 약 1.6배(약 478만원에서 약 742만원으로) 인상되었습니다. 2000년대 대학 등록금의 인상률은 물가인상률(2~3%)을 훨씬 상회하는 5~10% 수준으로 매우 높았습니다. 현재 기숙사비와 교재비 등의 최소 생활비만 포함해도 연간 대학생의 학자금 소요액은 1,0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
이렇게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대학교육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장차 졸업 후 얻게 될 수익이 불확실하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2008년 대학정보공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일반 대학교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은 약 48.9%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국가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대학 교육비는 서민가계에 심리적·경제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최수태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선진화정책관
서민가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학비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금년에만 1조 1천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여 각종 장학금을 확대하고 정부보증 학자금대출과 소득수준에 따른 이자지원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대출받은 학생이 재학 중에도 매월 적게는 5만원에서 최고 30여만 원의 이자를 납부해야만 합니다. 또한 상환기간이 도래하면 소득이 없어도 대출금을 갚아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는 경우가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제도 시행초기인 2006년만 해도 학자금 대출과 관련한 신용불량자가 670명이었으나, 올해 6월에는 그 숫자가 13,800명으로 급증하여 점차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현행 학자금 대출은 결국 부모의 부채로 남게 되어 교육비에 대한 부모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 교육비 서민가계에 큰 부담되는 현실
남수경 새 제도가 도입되면 학부모의 부담도 상당히 덜어지리라 보이는데요. 특히 ‘청년층 실업률 증가→학자금 대출금 연체 증가→신용 불량자 양산→정부 보증 비용의 증가와 세대 간 빈곤의 악순환’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대출 대상자를 가계소득 7분위까지 확대함으로써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의 가계부담도 가벼워질 테고요.
무엇보다 이번 제도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 교육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것으로 봅니다. 약 10년 후 상환시기가 도래할 경우 대학별 취업률, 출신 대학 또는 전공별 졸업자의 임금 등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이는 대학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자 대학 선택의 유용한 정보가 되겠지요. 따라서 대학 스스로 교육의 질을 제고하도록 독려하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는 ‘이론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정책적으로 실행하기가 너무도 어려운’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보다 막대한 초기 재원 확보와 조세 연계 상환 시스템의 구현 등은 매우 어려운 해결 과제입니다.
최수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이미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지난해부터 2차에 걸친 정책연구 추진과 공청회 개최 등 준비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가 도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제도 시행에 따른 막대한 정부재정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정부재정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난 7월 30일 대통령께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미래의 성장잠재력인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며 교육만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수혜 대상-수혜 폭-상환부담 획기적 개선
남수경 새로운 학자금 대출제도는 수혜대상을 가계소득 7분위 학생까지 대폭 늘리고, 1인당 수혜금액을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로 확대하며, 일정소득 수준이 발생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하는 등 상환 부담을 경감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합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대학 선 무상교육제도나 등록금 후불제, 소득연계 학자금 대출제도가 정책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우선 예상치를 훨씬 넘어선 수준으로 소요재원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등록금의 지속적인 인상이나 일정 수준 교육비 지불능력을 갖춘 가정에서도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당장의 신용불량자 수는 줄일 수 있겠지만, 내 집 마련이나 자녀 양육 등의 부담을 안고 있는 30~40대 직장인의 채무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고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수태 본 제도가 시행될 경우 수혜인원은 현재의 40만 명에서 대략 107만 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며, 연간 대출총액은 금년의 2조6천억 원에서 내년에는 9조4천억 원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대출총액 증가에 따른 이자 및 생활비 부담으로 2010년에는 2009년보다 2,716억 원이 증가된 약 9,046억 원의 정부예산이 필요하며, 향후 5년간 매년 평균 약 1조9천억 원의 많은 정부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처럼 막대한 재원을 과연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도 시행에 필요한 재원은 한국장학재단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할 것이며, 현재 우리의 채권시장 규모로 보아 장학채권은 정부가 보증하는 안전한 자산이기 때문에 충분히 소화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번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채무 불이행률을 낮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의 협조를 받아 소득 포착 및 징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의무 상환액 이상을 자발적으로 상환하는 경우에는 이자부담 경감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마련 중입니다.
한국장학재단 채권 발행해 재원 조달 계획
남수경 일각에서는 영국이나 호주의 제도가 실질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정도의 낮은 이자인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상환 이자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환 책임을 회피하는 학생의 도덕적 해이 못지않게 대학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이 이 제도를 역이용해서 저항감 없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기회로 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지요.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서 대학이 적립금의 일정 비율 또는 일정 항목에 대해서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저리로 강제 소화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재단과 학생의 입장에서는 이자율을 낮출 수 있고, 대학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채권 투자로 적립금 손실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최수태 우려가 최소화되도록 철저히 준비해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여러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첫째, 돈이 없어도 능력만 되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게 됩니다.
둘째, 본 제도가 개인의 능력과 책임에 근거한 고등교육문화를 정립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학생이 졸업 후 스스로 돈을 벌어 등록금 대출금을 상환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학생들의 자립심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셋째, 일정 소득이 있을 때는 상환하고, 소득이 없으면 상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는 자연히 없어집니다.
넷째, 자녀의 대학공부 때문에 부모가 없는 형편에 억지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고통이 거의 사라져, 중·저소득층 부모의 가계수지도 개선될 것입니다.
소득 포착-징수 인프라 구축이 필수요건
남수경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출자금의 원활한 흐름이 중요합니다. 상환 시작 기준소득과 세율의 선정, 상환자의 소득에 대한 포착 능력 개선, 상환에 대한 책임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수립 등을 중심으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일은 없도록 대학생 학비부담을 경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이하 학교급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교육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하여 일찍부터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교원연수에서 ‘새로운 학자금 대출제도에 대한 이해’를 포함시킴으로써 단기적으로 교사들을 통해 정보를 알려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수태 새로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기관의 긴밀한 협조와 함께 대학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주요 언론과 학생, 학부모들은 본 제도의 도입이 대학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대학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등록금을 산정하고 대학교육의 질을 높여 취업률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본 제도의 수혜자이자 상환의 책임을 갖게 되는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업에 매진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한국장학재단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운용방안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언론과 학생, 학부모 및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다양한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여 제도를 설계할 것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많은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란?
정부가 이번에 전격 도입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대출받는 학생 본인의 미래소득과 상환을 연계시킨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도는 학생이 학업에 필요한 학자금을 정부로부터 대출받아 재학기간 동안에는 원리금 상환 부담 없이 학업에만 전념하고, 졸업 후 취업 등을 통해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대출금을 분할하여 상환하는 제도이다.
구체적으로 제도의 수혜를 받는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소득 7분위 이하(2009년 2학기 현재 연간 가구소득인정액 4,839만 원 이하) 가정의 대학생 중 학자금이 필요한 희망자 전원이 대상이 되며, 기존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신용 9~10등급 학생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득 8분위 이상 가정의 대학생 및 모든 대학원생은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대출금액은 지금까지는 1인당 대출한도가 4,000만원으로 정해져 있었으나, 앞으로는 한도가 폐지되어 연간 등록금 소요액 전액과 생활비 연 2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연간 200만원의 생활비를 무상으로 지급한다.
기존 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은 대출 원리금 상환을 일정 기준소득 이상의 소득이 발생할 때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재학 기간을 포함한 거치기간 동안 등록금은 물론 대출 이자도 부담할 필요가 없으며, 대학 졸업 후 일정 기준소득 이상이 발생하게 되면 그 때부터 원금과 이자의 상환이 시작된다. 또한, 상환 시에 소득 정도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분할해서 상환하는 현 제도와 달리, 소득이 적은 학생은 상대적으로 조금씩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고 소득이 많을 경우 단기간에 상환할 수 있다.
새로운 학자금 대출제도는 2010년 신입생부터 적용한다. 다만, 2009년 말 현재 재학 또는 휴학 중인 학생은 졸업 시까지 현행제도와 신제도 중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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