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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인이 바위에 그림을 그린 이유는? 본문
울산 암각화 박물관을 다녀오다
신석기인이 바위에 그림을 그린 이유는?
암각화박물관 I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I 울산 I 암각화 | 역사탐방 | 유적지
교과서를 배우다 보면 '나중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곳이 있는데요, 여러분은 그런 경험이 있나요?
저는 특히 역사 공부를 하다가 그런 생각이 종종 듭니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도 꼭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곳이었고요.
울산에는 국보가 2개 있는데 바로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입니다. 2010년 1월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사실적인 고래잡이 장면이 잘 표현되어 있어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의 소중한 보물입니다. 또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어우러진 희귀한 복합유산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합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왜 바위에 그림을 그렸을까, 또 어떤 그림이길래 세계가 주목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랐을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우리 조상이 남긴 삶의 흔적을 찾아 함께 떠나볼까요?
◆ 숲 속 암각화 박물관을 찾아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울산 암각화 박물관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널리 소개하고 암각화 연구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이 박물관은 울산의 상징 고래를 형상화한 모양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사진 오른쪽이 고래의 머리부분이고 왼쪽이 꼬리 부분입니다. 살짝 올라간 꼬리의 끝 부분이 보이시죠? 나무 건물의 둥근 선이 숲과 어우러져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았어요.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견학을 시작했습니다.
1층 전시실로 들어가니 대형 암각화 모형이 보입니다. 박물관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가까이서 볼 수가 없어서 모형으로 그림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어린이 눈높이의 설명과 암각화 맞추기, 암각화 본뜨기 등을 할 수 있는 어린이 체험공간도 따로 마련되어있습니다.
2층은 반구대 암각화 속의 동물을 모형으로 전시해두었어요. 바위에 새겨진 그림과 실제 동물을 비교해보면서 단순한 그림 같지만 얼마나 세밀하게 동물 각각의 특징을 잘 표현했는지 알게 됩니다. 암각화에 고래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지역적 특성상 신석기 시대 울산 해안에서 실제 고래사냥이 많이 행해졌을 거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래 뼈와 함께 고래 사냥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 신석기인의 생활, 반구대 암각화
박물관에서 기본적인 지식을 머리에 넣은 후, 이제 본격적으로 암각화를 만나러 떠납니다. 가는 길도 아주 멋지게 만들어 놓았죠? 가다 보면 대나무 숲도 만나게 되는데요, 저절로 산림욕까지 하게 되니 마음마저 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신석기 시대 유물을 만나러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랄까요?
한참 숲을 따라 걸으니 저 멀리 큰 바위 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위 앞으로 가서 보는 것이 아니라 대곡천을 가운데 두고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보게 되어 있어요. 실제로 전망대와 암각화가 있는 바위 면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입니다.
저 넓은 면 가득 그림이 있느냐고요? 그러면 더 좋겠지만 노란 선 안에만 그림이 있어요. 망원경을 아무리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그림을 찾기가 쉽지 않답니다. 저도 한참을 헤매다가 발견했는데요, 카메라를 망원경에 대고 수십 번을 실패하고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암각화 왼쪽에는 주로 고래사냥과 관련된 그림이 있고요, 오른쪽에는 동물 그림이 많아요. 새끼를 등에 업은 어미 고래, 물을 뿜는 고래, 작살을 맞은 고래, 어망, 뼈 등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고래잡이 방법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용 그림이 아닐까 추정하기도 합니다. 동물 하나하나 역동적인 움직임까지 특징을 정확히 그려놓았습니다. 혹등고래의 선 무늬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니까요. 암각화 설명 중 네모 부분이 바로 제가 망원경 안으로 보이는 그림을 실제 사진으로 담은 곳입니다.
◆ 천전리 각석에 남겨진 신라 시대 기록
신석기 시대 암각화를 보았으니 이제 신라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천전리 각석을 만나러 가볼까요? 천전리 각석에는 선사 시대의 나선형이나 원, 물결, 마름모 무늬와 동물 문양이 신라 시대 글과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이 바위를 암각화가 아닌 각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림보다는 글에 더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멀리서 망원경을 통해 보아야 하는 반구대 암각화와는 달리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가장 눈에 많이 보이는 것이 반복되는 굵은 선 무늬와 뱀 같이 생긴 그림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고루 분포하는 무늬라고 해요. 새겨진 시기를 정확히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구석기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그렸다는 의견이 많다고 합니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고래 그림이 많았던 것에 비해 천전리 각석에는 육상동물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아 이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사냥을 주로 하고 살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해봅니다. 바위 아래쪽에는 글씨가 많이 새겨져 있는데, 특히 노란색 네모 안의 글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흥왕 12년에 갈문왕이 이곳에 온 기념으로 새긴 글과 그 이후인 법흥왕 25년 또 이곳을 찾아 예전에 다녀간 일을 다시 새겨넣은 글입니다. 이 바위 안에 구석기 시대(추정)부터 신라 시대까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지요.
각석이 있는 바위는 천전리 계곡 옆에 있습니다. 계곡 물은 넓고 표면이 부드러운 반석을 따라 흐르는데요, 아이들이 막 뛰어놀아도 좋을 정도로 넓어요. 자세히 살펴보면 물결무늬처럼 자국이 난 곳도 있고 움푹 들어간 곳도 많이 있습니다. 바로 공룡 발자국입니다. 우거진 숲과 조용히 물이 흐르는 계곡 경치가 멋져서 감탄하고 있었는데 제가 서 있는 곳 주변이 온통 공룡 발자국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겠죠? 약 200여 개가 발견되었는데 발가락 모양까지 선명하게 남은 것도 많고요, 무려 1억 년 전 전기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 발자국도 있다고 해요.
◆ 교과서 역사체험 떠나볼까?
암각화 박물관,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과 공룡 발자국 화석을 돌아보는 체험학습은 반나절의 일정으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어 초등학생들에게도 좋은 체험코스입니다. 하루 일정으로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리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천전리 각석에서 반구대 암각화까지 2.3km이니 산책 삼아 걸어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암각화 박물관은 두 유적지 사이에 있으니 가는 길에 들러서 보면 됩니다.
하지만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거나 차를 가지고 이동한다면 번거롭더라도 암각화 박물관을 먼저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본적인 지식을 듣고 본 후에 유적지를 가보는 것이 체험학습 효과는 더 크다고 생각해요. 대중교통으로 울산에 간다면 울산시티투어(http://www.ulsancitytour.co.kr/)의 역사탐방 코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박물관과 유적지에는 해설사 선생님이 계시니 설명을 부탁해보세요. 글로 읽는 것보다 설명을 들으면 이해도 빠르고 기억에도 더 오래 남거든요.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기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시간대를 잘 맞춰서 가야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오후 3~4시쯤 가장 잘 보인다고 하는데요, 계절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암각화 주변 사연댐 때문에 일 년에 절반쯤은 암각화가 물에 잠겨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나도 잠겨버리고요. 떠나기 전 암각화 박물관(http://bangudae.ulsan.go.kr/)에 전화로 문의해서 현지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천전리 각석은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가장 잘 보입니다. 10시~4시로 일정을 잡는다면 천전리 각석에서 시작해 반구대 암각화까지 가장 좋은 조건으로 볼 수 있겠지만, 반나절의 시간만 있다면 반구대 암각화 시간에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천전리 각석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시간이 좀 안 맞아도 보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시간이 안 맞으면 전혀 보이지 않거든요.
1억 년 전 공룡 발자국부터 신라 시대까지 우리 선조의 흔적을 찾아 암각화 체험학습을 떠나보세요. 교과서를 넘어 생생한 역사도 배우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도 알게 되는 값진 경험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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