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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법에 눈 뜨다
▲ 법무부 솔로몬로파크 법 체험관 (출처: 솔로몬로파크 페이스북)
여러분은 '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어렵고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 혹은 머나먼 별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법무부의 법 교육 테마공원 솔로몬로파크에서 열리는 법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는 것은 어떠세요?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진행된 2015년 제1기 고교생 법치세상 캠프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이번 캠프의 교육 프로그램에는 조별 모의재판이 포함돼 있어서 법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 학생들이 도착한 후 명찰을 받고 있다 (제공: 솔로몬로파크)
이번 캠프는 서울, 경기, 인천, 충북, 대전, 경남, 대구, 울산, 전남 등 다양한 지역의 24개 학교에서 남학생 16명, 여학생 20명으로 총 36명의 학생이 참가했습니다. 여러 지역의 각기 다른 청소년 문화와 방언까지 접할 수 있었어요. 저는 어릴 때는 방언을 쓰다가 자라면서 표준어를 쓰게 됐는데, 캠프에 참가하면서 오랜만에 방언을 썼답니다. 표준어를 쓰던 친구들이 어설픈 방언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재밌었어요.
▲ Have a good time (제공: 솔로몬로파크)
입교식 후 첫 번째 시간은 'Have a good time!'이었습니다. 3일 동안 캠프를 함께할 많은 친구들과 친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7개의 미션을 수행하는데, 각기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도록 했답니다. 미션을 모두 수행한 후에는 모둠 별로 모였어요. 함께 미션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아직 잘 모르는 사이라 자기 소개를 먼저 했습니다. 그 후 모둠명, 모둠장, 모둠마스코트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재판에 대한 이해 (제공: 솔로몬로파크)
♣ 첫째 날, 법과 친해지는 시간
이어진 첫 수업은 '재판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법무부 법률홈닥터로 일하고 계시는 유태권 변호사님이 강의를 맡으셨어요. 민사재판, 형사재판의 특징과 구성원, 지켜야 할 원칙, 헌법재판의 특징, 가사소송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여러분은 국민 참여 재판에 대해 잘 아시나요?
저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배울 때 스쳐지나간 기억이 있는데요, 이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배심원의 판결이 판사의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해요. 국민 참여 재판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배심원들이 법조인이 아니라서 법에 대해 잘 몰라 판결을 내리기 힘들 거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배심원과 판사의 판결이 일치한다고 하네요.
▲ 헌법의 정신과 가치 (제공: 솔로몬로파크)
그 다음 수업은 '헌법의 정신과 가치'였습니다. 형사법 및 범죄학을 전공하시고 강남직업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신 고비환 교수님께서 수업을 해주셨어요. 헌법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옛날 농노와 부르주아가 천대받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차근차근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권리장전·프랑스 인권 선언·미국 독립 선언 같은 것들을 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는 채 단순히 외우기만 해서 마치 별나라 얘기처럼 들렸는데, 이번 강의에서는 그렇게까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프랑스 헌법이 유럽 국가들의 헌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중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나라 헌법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고 하네요. 헌법은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둘 중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옛날에 혁명을 일으켰던 사람들은 인권을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혁명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 명시한 헌법 제10조와 제37조 7항이 가장 중요한 조항이라고 해요.
▲ 법을 통해 친해지는 우리들! (제공: 솔로몬로파크)
첫날 마지막 코너는 '법을 통해 친해지는 우리들!'이었습니다. 대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시는 김갑석 교수님이 진행하셨는데, 말을 재미있게 하셔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따로 없고, 바로 모의재판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실험 삼아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마련하셨다고 하셨어요. 안내문에는 장기자랑, 노래LAW 등을 하는 것으로 적혀있었는데, 노래LAW는 안 하고 다양한 게임을 했답니다.
마지막에 3개의 모둠이 모의재판 주제를 정했는데, 주어진 3개의 주제를 선택할 순서는 단체 댄스로 정했습니다. 친구들 모두 자신의 끼를 자랑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서 진행된 'Have a good time!' 보다 친구들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 후 모의재판을 준비하는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어요.
▲ 형사재판에 대한 법적 이론과 실무 (제공: 솔로몬로파크)
♣ 둘째 날, 법을 피부로 느껴보다
다음날, 첫 수업으로 '형사재판에 대한 법적 이론과 실무' 강의를 들었습니다. 전날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신 김갑석 교수님이 강의하셨어요. 형사소송의 절차와 구성, 어제 조금 배웠던 형사재판에 대해서 자세히 배웠습니다.
교재에 있는 내용과 설명하는 순서와 내용이 조금 달라 교재를 거의 보지 않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만 진행하면 학생들이 힘들어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전날 레크리에이션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를 이어서 하시는 등 쏟아지는 잠을 걷어내 주셨답니다.
사법기관 견학을 가기 전에 안전 사고 예방 교육이 있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의 이형규 교수님이 들어오셨는데, 충청·대전 지역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특히 많다고 합니다. 무단횡단이 잦아서 그렇다고 해요. 저는 이번이 두 번째 대전 방문이었는데,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이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답니다.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몇 개 보여주셨는데, 그 영상들을 보고는 절대로 무단횡단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러분, 무단횡단 하시면 안 돼요!
▲ 대전고등검찰청에서 검사님과의 대화 시간(제공: 솔로몬로파크)
▲ 대전고등법원에서 판사님과의 대화 시간(제공: 솔로몬로파크)
사법기관 견학 시간에는 먼저 대전고등검찰청에서 검사님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대전고등법원을 견학했어요. 저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청 1층 로비에 잠깐 들어가 본 것이 다였는데, 이번에 법원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재판을 방청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저는 난생 처음으로 재판을 방청했는데, 따분했어요. 재판 중간에 들어가 어떤 사건인지 내용을 자세히 모르니 따분한데다 증인이 했던 말을 자꾸 반복하는 바람에 그만 졸아버렸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횡령 사건 등을 방청했다며 재밌었다고 해서 부러웠답니다.
판사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과 판사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판사실 책상에 쌓여있는 사건 관련 자료들을 보고 정말 놀랐답니다. 어떤 사건의 문서들은 제 상체 길이보다도 높이 쌓여있는 것도 있더라고요. 놀라는 저희들을 보고 사건 자료가 많으면 캐비닛 하나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판·검사가 멋있고 힘 있는 직업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다 읽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기회가 있다고 해도 법조인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 솔로몬법정
♣ 힘든 만큼 보람은 있다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은 모의법정이었습니다.
두 번의 시연을 합해 총 6시간 정도의 모의재판을 위해서 그와 관련된 강의를 듣고, 실제 재판을 방청하며 공부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모두 합하면 6시간 정도지만, 3개의 조가 시연했기 때문에 조별 실제 시연 시간은 50분에서 1시간 정도였고, 그 외의 시간은 계속 모의재판 준비에 할애했어요.
주어진 시간으로는 제대로 준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준비해야 했는데, 이틀 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요. 첫날 밤은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을 만들어야 했고, 둘째 날에는 약 20장 정도의 대본을 써야 했거든요. 마지막 날 아침에는 모두들 비몽사몽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게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만든 대본이었지만 맞춤법이나 오탈자들의 실수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저에게는 처음 경험한 모의법정 대본 만들기가 아주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이었답니다. 자는 시간이 줄어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강행군만 아니라면 한번쯤 다시 해 보고 싶어요.
▲ 법 체험관 앞에서의 기념 촬영 (제공: 솔로몬로파크)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몸은 피곤했지만, 여러 지역에서 모인 많은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법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모의재판을 준비하며 더 재미있게 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많은 고등학생들이 캠프에 참가하여 법과 친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교생 법치세상 캠프는 연 10회 운영하며, 격월제로 2학년과 1학년을 대상으로 합니다. 2학년 대상 캠프는 제가 이번에 참가한 3월을 포함하여 5, 7, 9, 11월 총 5회 열리고, 1학년 대상 캠프는 이미 최종 선발이 끝난 4월을 포함하여 6, 8, 10, 12월 총 5회가 열립니다.
솔로몬로파크 홈페이지에서 신청 기간 내에 선착순으로 1차 모집을 받습니다.
1차 모집에 선정되면, 팩스로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보호자동의서를 받고 이를 심사해 최종 선발자를 뽑습니다. 제가 소개한 고교생 법치세상 캠프 외에도 어린이, 중학생, 교사, 주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법 교육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참가해 보시길 바랍니다.
※ 문의처: 법무부 솔로몬로파크 - 홈페이지: www.lawedupark.go.kr -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엑스포로 219-39 (지번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원촌동 224번지) - 전화: 042-861-3163~4 (교육운영과) - 팩스: 042-864-37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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