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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신선한 양정고의 수학수업, 어떻기에?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 20. 10:34
   서울 양정고의 획기적인 수학교육 현장
 

한파와 폭설에 얼어붙은 거리가 차츰 온기를 찾던 지난 19일. 서울 목동에 자리잡고 있는 양정고의 한 교실에서는 곧 고3이 되는 학생들이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양정고의 자랑인 수학교육이 막 시작되려고 했던 것이다. 수학과학교육 강화의 추세에 맞춰 100여개가 넘는 학교의 방문을 받은 수학 수업을 참관해보았다.

최첨단 교육시설로 무장한 교실에서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교실 앞에 띄워진 화면에는 수학 문제가 있고, 곧이어 박윤근 교사의 믿기 힘든 한마디가 이어졌다.

“먼저 문제를 이해한 학생은 밖에 나가 문제를 푸세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보통 밖에 나가라는 것은 수업 태도가 불량한 아이들을 훈계하는 방법일 터. 밖에 나가 문제를 풀라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양정고만의 특이한 전통일까?

하지만 선생님이 있는 정면을 포함, 교실의 모든 벽을 채우고 있는 화이트 보드와 보드마카를 보는 순간 의문이 풀렸다. 여기서 말한 ‘밖’이란 교실 밖이 아니라 4면을 모두 메우고 있는 화이트 보드에 풀이를 하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신선한 발상이다. 

곧이어 문제를 이해한 학생들이 나와 친구들의 뒤와 옆에서 문제를 푸는 신기한 광경이 연출됐다. 뒤쪽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위에 모니터가 달려있다. 이 수업의 칠판은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벽 전체이며, 칠판 주위에 달려있는 버튼을 누르면 천장에 달려있는 카메라가 버튼 주변을 비추도록 설계됐다.

앉아있는 다른 학생들은 이 광경에 익숙한지, 문제풀기에 집중하고 있다. 선생님이 큰소리로 말한다. “답은 나오는데, 풀이가 깔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본인이 풀면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 교실 뒤와 옆, 사방이 전부 화이트보드로 둘러쌓여 있고, 그곳에 학생이 각자 수학 문제를 푸는 신기한 교실 풍경.

  

   획일화에 대한 ‘양정고’식 대안을 보다
 

“3분 남았습니다”

드디어 첫 번째 문제풀이의 종료를 알리는 경고가 울린다. 자신만의 해답찾기에 매진한 아이들이 서둘러 풀이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똑같은 문제에 다른 풀이가 각자 벽에 있고, 친구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모인다. 얼핏봐도 다른 모양의 도형들이 그려진 것으로 봐서는, 각자의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는 듯 싶다. 

이윽고 선생님의 지명을 받은 한 친구가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선생님이 컴퓨터를 조작하자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움직인다. 다음 순간, 놀랍게도 앞에 있는 왼쪽의 화이트보드에 학생이 뒤에 풀이한 내용이 비친다. 학생은 자신이 선생님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게 보드마카를 칠해가며 자신만의 문제풀이를 설명한다. 뒤이은 친구들의 박수와 선생님의 격려. 

“제가 본 것 중에 가장 독특한 풀이 방법이네요. 잘 풀었습니다.”

창의성의 시작은 획일화, 정답만능주의에 대한 거부에서 비롯된다고 하던가. 자신만의 해결방법을 제시한 학생은 비록 오답이거나, 정석적인 방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격려를 받는다. 선생님은 학생의 풀이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할 뿐, 본인들의 참여와 친구들의 분발로 인한 학습의욕 고취가 느껴진다. 

수업은 계속 진행돼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선생님이 제시한 마지막 문제는 난이도 최상급의 확률문제. 다들 어려워하는 표정이 역력하자 “본인의 풀이를 해보세요. 어려운 문제지만, 본인의 풀이방법만 제시한다면 선생님이 설명할께요”하는 격려가 이어진다. 박윤근 교사가 덧붙인다. “틀리면 안돼? 그런게 어디있어?”

어려운 문제였는지 결국 앞서 발표한 학생 한명이 틀렸다. 하지만 이 수업은 실수에 대해 너그럽다. “우리 모두 함께 틀린 곳을 찾아봅시다”는 식의 수업이 진행된다. 게다가 문제점에 대해 학생들의 토론을 유도하는 자연스런 기폭제도 되는 모양이다. 


   개개인 맞춤 지도, 수업참여 유도 등 다양한 성과
 

양정고 수학과 교사들이 모여 기획한 이러한 수업은 특히 지난 3월에 설계를 시작해 1달에 공사기간을 거친 후에도 원활한 수업이 이뤄지기 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박윤근 교사는 “카메라 교환, 빔 프로젝트 위치 변경 등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도, 12월까지 계속해서 보완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런 노력이 점차 입소문을 타고 수학교육의 모범사례로 인정돼 부산에서까지 교실을 보기위해 오는 교육관계자가 생겨났다. 

▲ 문제를 해결한 자신만의 풀이법을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학생.


양정고 교사들의 노력, 그리고 김창동 교장과 동문들의 강력한 지원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수학교육의 성과는 뚜렷하다. 

가장 큰 것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습관이나 개념을 파악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교사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의 풀이과정이 공개되기 때문. 실수를 할 경우에도 질책 대신에 격려와 “어떤 부분이 틀렸을까”는 부분을 다 같이 찾아보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 개개인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극복하기가 쉽다고 한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잘 모르는 문제라도 일단 나가서 작성하게 되면 아무것이라도 시도해본다는 것이 박 교사의 설명이다. 본인이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답만이 아닌 과정을 따져봐야 하는 것, 다른 학생들의 방법에 자극을 받는 것 등이 모두 좋은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양정고에서는 앞으로 이러한 수학교실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수학·과학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활용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진전이 되지 않은 현재, 양정고에서 시도하는 색다른 수학수업이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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