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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멋, 멋, 그들만의 세상

대한민국 교육부 2017. 7. 5. 21:41



멋, 멋, 멋, 그들만의 세상


 


옛날에
2011년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와 더불어 ‘두발복장 자율화’가 허용되었다. 청소년들은 환호했지만 어른들은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필자가 만난 어떤 경찰관은 ‘우리 관내에서 매일 저녁마다 유흥업소에서 붙잡혀 와서 훈방되는 아이들이 50명은 되는데, 이제 머리마저 대학생처럼 하고 다니면 단속은 어떻게 하며 아이들의 탈선은 어떻게 하느냐?’ 하였다. 어떤 선생님은 ‘교복은 빈부격차를 줄이는 수단이고, 두발제한은 공부에 집중하도록 하는 수단인데 이걸 없애면 생활지도는 어떻게 하느냐?’ 하였다.


6년이 지나 뒤돌아보니 그건 지나친 걱정이었던 것 같다. 염려하던 것처럼 아이들은 탈선하지도 않았고, 멋 내기에 신경을 쓰느라 학업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좀 달라진 세상
맨 먼저 가벼운 변화가 찰랑거리며 다가왔다. 90년대 일본 여고생들의 3대 신물(神物)이 핸드폰, 거울, 립스틱이었다던데, 우리나라 여학생들도 그러기 시작했다. 교복 위에 노스000 점퍼를 입는 유행이 전국을 휩쓸더니 앗 하는 사이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들이 수없이 생겼다. 초등학교 여학생이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는 일이 없어지고, 여고생들의 쌍갈래 단발머리가 삽시간에 사라지더니, 박박 머리로 다니던 남고생들이 어른 같은 머리스타일로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쩐지 보는 사람이 다 어색하더니, 조금 지나자 외국의 학생들은 예전부터 그렇게 하고 다녔을 뿐 우리나라가 오히려 늦은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우리가 이상했던 것이다.

 

 

아주 달라진 세상
그 후 본격적인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이 아이라이너로 눈썹을 그리고, 딱풀로 쌍꺼풀을 만들고, 아니 쌍꺼풀 수술을 하고, 서클렌즈를 끼고, 보조개를 만들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헤어케어 제품, 훼이셜 제품을 만들 때 색상, 디자인, 브랜드 이름, 향기 등 모든 요소를 청소년들의 정서에 맞도록 최적화시키는 전문 회사들이 생겼고, 이런 제품들이 연간 30억 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젠 초등학교 학생들은 겨냥한 화장품들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집에서 곱슬머리나 파마머리를 펼 수 있는 스트레이트닝 키트를 3만 원 대에 팔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러기 시작했다. 십대들의 연하고 민감한 피부를 감안해서 만든 자외선차단제, BB크림, CC크림, 프라이머 등 4가지의 피부화장품을 하나로 묶은 포인원(4 in 1), 올인원 쿠션, 자외선 차단제에 피부를 밝게 하는 기능까지 첨가된 톤업크림, 색깔이 선명한 젤틴트, 보습과 색상을 동시에 주는 컬러립밤, 입술화장까지 가능한 듀얼틴트 같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백화점에 십대들의 전문 뷰티샵이 입점하고, 십대들을 위한 화장법에 대한 책과 강연 그리고 체험학습이 생기고, 진로교육에 네일아트, 화장법, 미용기술이 채택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가꾸고 꾸미는 것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왜 뷰티인가?
청소년들에게 왜 뷰티가 중요한 문제가 될까? 학자들에 따르면, 청소년기에는 자아정체성(self-identity)과 자기상(self-image)이 만들어지고 이것은 자존심(self-esteem)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기는 자기를 이리 저리 만들어 보는 실험의 시기이기도 하다. 남학생들은 옆머리를 깎고 윗머리만 남겨두는 미국 해병대 머리(일명 투블록컷)을 해서 박력 있게 보일 것인가 아니면 중간 정도 길이의 단정한 머리를 해서 안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것인가 연구한다. 여학생들은 땋은 머리에 꽃무늬 옷으로 로맨틱룩을 할 것 인지, 말총머리에 장신구가 없는 미니멈룩을 연출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런 실험을 하다가 자신에게 알맞은 모습을 발견하니까 청소년들에게 뷰티는 자기를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뷰티의 해안선은?
파도와 육지 사이에 해안선이 생기듯, 청소년 뷰티의 파도와 어른들 사이에 청소년의 유행이라는 경계선이 형성된다. 바다와 육지가 절묘한 해안선을 만들어내듯, 청소년과 어른 사이에 공감이 오고가면 독특한 청소년 뷰티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열린 마음을 가진 어른 어디 없을까?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교사

출처_ 행복한교육 2017.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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