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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한국 우주개발 역사의 대사건 본문
1969년 7월 21일,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다. TV로 중계됐던 달 착륙을 지켜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처럼 그의 작은 걸음이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었기 때문이다. 이 후,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래서 지금은 인공위성으로 태양계를 탐사하거나 인간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됐다. 심지어 사람이 며칠씩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생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물론 이것은 우주선진국의 이야기다. 개발도상국들은 아직 우주개발을 꿈꾸지 못한다. 인공위성을 만들거나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 우주센터가 있는 나라는 손에 꼽힐 정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전까지는 이런 나라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우주기술을 발전시켰고, 세계에서 10번째로 인공위성을 자국에서 쏘아올리는 나라가 된다. 이 때문에 오는 6월 9일 예정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는 한국 우주개발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중요한 사건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과학로켓 개발을 추진하여 1993년에는 1단형 과학로켓 KSR-I 발사, 1997년 2단형 과학로켓 KSR-II 발사를 수행했다. 그리고 우주발사체 개발의 중간단계로 액체추진기관을 이용한 액체추진과학로켓 KSR-III를 2002년 8월에 발사하였다. KSR-III는 과학로켓이지만 위성발사체에 채용되는 핵심기술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위성발사체 기반 기술은 나로호(KSLV-I) 개발에 직접적으로 활용되었다.
오는 6월 9일로 예정된 과학기술위성 2호의 발사에는 우리 기술자들이 만든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사용된다. 발사장도 우리 땅에서 건설된 ‘나로우주센터’다. 인공위성과 발사체, 발사장까지 모두 갖춘 이 시점에 발사에 성공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우주개발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도 한 단계 올릴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나갈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과연 어떤 로켓일까? ‘나로호’는 2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1단에는 액체로켓이, 2단에는 고체로켓 실려 있다. 1단 액체로켓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개발한 것으로 무게가 140톤인 나로호를 우주에 올리는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때 사용되는 연료는 케로신이고, 산화제로는 액체 산소가 쓰인다. 케로신은 로켓엔진 안에서 잘 타도록 정제된 등유를 말하는데, 가솔린과 비슷한 양의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로켓의 액체연료로 많이 사용한다.
1단 로켓이 발사된 뒤 196km 상공에서 작동을 멈추면 2단 고체로켓이 점화된다. 이 로켓은 과학기술위성 2호를 300km 상공의 우주 궤도에 올린다. 킥 모터라고도 부르는 2단 부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계하고 국내 기업에서 제작했다. 고체로켓은 우리나라가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던 과학로켓 1호와 2호의 기술력을 이어받았다.
이밖에도 나로호에는 비행 제어와 지상국과의 교신에 필요한 첨단 전자장치들이 실려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우주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것을 우리 IT기술의 영역 확장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발사체 자체에 탑재된 관성항법장치(INS)는 발사체의 위치와 자세, 속도를 스스로 판단해 우주 비행을 하게 된다.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에는 최대 추적거리 3000km의 추적레이더 2기도 설치돼 나로호의 위치를 추적하고 제대로 비행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주개발에서 우주발사체, 즉 로켓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위성 발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위성을 만들어도 우주로 올리지 못하면 소용없듯 로켓을 만들지 못하면 늘 외국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외국 로켓에 우리가 개발한 위성을 외국 로켓에 싣는 과정에서 위성의 특징이나 정보 등이 외국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나로호 발사는 꼭 성공해야 한다. 이번에는 100kg급 소형위성을 쏘아 올리지만, ‘나로호’의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1.5톤급 상용위성을 쏘아올릴 ‘한국형 발사체’( KSLV-Ⅱ)‘가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 오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위성까지 대신 쏘아 올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로호 1차 발사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우주발사체의 설계부터 발사까지 전 과정을 거치며 우주발사체 발사라는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 소중한 경험들을 잘 되새겨 이번에는 꼭 발사에 성공하길 바란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나로호 기술을 바탕으로 한 100% 국산 우주발사체가 개발돼 우주로 날아오르길 기대한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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