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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의 첫 시작을 열며 알아보는 문해교육!
- 2017년 세계 문해의 날 기념 영화 콘서트
"영화로 문해를 읽다"를 다녀와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습니다. 글을 읽고 쓴다는 것,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글자를 몰라서 이름을 못 쓰고, 편지를 못 읽고, 버스 정류장에 적혀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8년, 국립국어원에서 19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기초 문해력 조사를 해 본 결과, '글자를 읽을 수 없거나 글자를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성인'이 260만 명에 달했습니다.
‘문해’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약간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문해는 ‘글을 읽고 씀’을 의미하고 비문해는 ‘글을 읽고 쓸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문해능력은 단순하게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아니라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입니다. 비문해자가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해서 겪는 어려움은 다양합니다. 은행이나 관공서를 이용하는 것이 어렵고, 사용설명서나 처방전을 몰라서 곤란을 겪습니다. 그리고 ‘문맹’, ‘까막눈’... 비문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존재합니다. 교육부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문해교육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9월을 ‘문해의 달’로 지정하여 다양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9월은 유네스코가 공식 지정한 기념일인 ‘세계 문해의 날(9월 8일)’이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저는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을 기념하여 열린 영화콘서트 “영화로 문해를 읽다”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영화콘서트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후원한 행사로, 문해의 의미와 교육의 중요성을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하는 기회였습니다. 먼저 1부에서 ‘퍼스트 그레이더’라는 영화를 관람한 후 2부에는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영화 ‘퍼스트 그레이더’에는 처음으로 글자를 공부하고자 학교에 간 84세의 ‘마루게’ 할아버지와 그를 돕는 ‘제인’이라는 훌륭한 선생님이 등장했습니다. 마루게 할아버지는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 부족 간 갈등, 세대 간 갈등을 겪었지만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서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결국 이룹니다. 단지 글을 읽고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배움의 기쁨을 느끼는 마루게 할아버지를 보면서 배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배움은 끝이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비문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2부 토크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관계자를 비롯해 문해교육에 힘쓰는 교수, 대표 등 여러 인사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을 전하면, 우리나라에는 마루게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비문해자는 50~80대 여성이라는 특정 연령과 성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약자가 문해에 있어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비문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문해교육에 대한 참여율이 낮습니다. 비문해자의 어려움은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지만, 가족들에게도 비문해임을 말하기 꺼려하거나 평생을 숨기며 살아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해교육은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글을 모르고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은 부정적인 경험을 겪으며 누려야 할 권리들을 못 누리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글을 배우고 나면 이러한 경험들 중 많은 것들이 채워지게 됩니다. 비문해자가 글을 배우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지애 前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활동가가 말한 것처럼 ‘주체가 주체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문해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문해교육의 진정한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스트로 참석한 유성상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에 따르면, 문해교육에 있어서 좋은 교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좋은 교사는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고, 교육을 받는 사람의 위치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 지 고민하는 교사입니다. 영화 속 제인 선생님은 마루게 할아버지의 문제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와서 마치 자신의 문제처럼 공감하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를 포기하지 않고 도와주었습니다.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 김인숙 대표는 문해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문해교육에 대한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문해교육이 제도화된지는 십년이 되었지만, 대부분 자원봉사 형태로 이루어지고 국가로부터는 받는 지원은 여전히 적다고 합니다. 비문해는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나,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문제이므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올해 ‘대한민국 문해의 달’ 9월에는 ‘문해, 첫 시작을 열다’를 주제로 전국 70여 곳에서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문해 한마당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나이 들어서는 주변의 눈치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신 어르신들이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후 직접 시와 그림을 그리는 시인으로 변신했습니다.
(출처: 국가문해교육센터)
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을 보면서 배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언어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문해교육을 받으면서 더 큰 세상을 만나고 있습니다. 공부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문해 학습자의 꿈을 우리 함께 응원했으면 좋겠습니다.
2017 교육부 블로그 기자단 / 김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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