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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계는 왜 ‘역량’에 주목하는가?

대한민국 교육부 2017. 12. 19. 11:04


우리 교육계는 왜 ‘역량’에 주목하는가?

 ① 세계의 다양한 움직임

사진 출처: 픽사베이(pixabay)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는 지난 1년여 동안 미래 세계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아울러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를 주제로 취업과 자영업, 창업 등 각 분야별로 변화 양상을 조망해 봤습니다. 

이제 2017년 꿈트리 3기의 새로운 시즌을 맞아 미래역량이란 코너를 새롭게 준비했습니다. 꿈트리의 존재 이유인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정착’은 결국 미래 사회의 주인공인 청소년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니까요. 우리 청소년들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잘 갖춰 자신의 꿈과 끼를 찾고 도전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기성세대의 의무와 책임은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역량’이란 단어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우 중요한 단어로 떠올랐습니다. 왜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소 이론적인 내용이라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첫 회이니만큼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자는 의미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21세기 사회를 우리는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부릅니다. 컴퓨터 등 정보통신(I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각계 모든 분야의 수많은 정보가 디지털화 되고 있는 사회를 일컫습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의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급기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19세기나 20세기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것이죠. 그러다보니 변화에 적응해 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새롭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고 있죠. 이런 전반적인 흐름을 지난해 초 <세계경제포럼>에서는 ‘글로벌 트렌드 및 위협요소’로 정리했습니다. 네트워크 의존성 증대, 권력의 이동, 지리적 이동 증대, 계층 및 국가 간 갈등 증가, 일자리의 부족, 양극화 심화, 빈부격차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었죠.

20세기 교실에서는 지식을 전달하고 전수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많은 지식은 개인의 경쟁력, 더 나아가 부와 권력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식정보화 사회, 디지털 사회에서는 지식의 양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됐습니다. 손 안에 컴퓨터가 들어오면서 궁금한 건 실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지식의 독점은 옛말이 됐습니다. 게다가 지식의 수명도 매우 짧아졌습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어제 배운 지식이 오늘 별로 쓸모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일 정도입니다. 

이런 시대에 개인이 지식의 양을 늘리기 위해 컴퓨터와 경쟁하듯 암기하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근원적인 회의감이 생겨났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20년 가까이 죽을 고생을 거쳐 기업에 들어갔더니 ‘쓸데없는 것만 배워왔다’고 타박을 줍니다. 20년간 배운 지식으로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던 시대도 게 눈 감추듯 사라져버렸습니다.

학교 교육에서 ‘역량’이 강조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흐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역량을 ‘스킬(skill)’로 표현합니다. OECD나 유럽 국가들은 ‘competence’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물게는 ‘capacity’라는 표현을 쓰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처럼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아마도 ‘지식의 습득에 그치지 않고, 지식을 활용해 무언가를 실행해 내는 힘’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세계의 교실을 지배해 온 교과중심, 암기중심, 지식전달중심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pixabay)> 


디지털 사회는 새로운 세대도 출현시켰습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이들을 밀레니얼세대라고 칭합니다. X세대 다음 세대라고 해서 Y세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확실히 베이비붐 세대(1948~1964년생)와는 여러모로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이들은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 SNS 등 IT 기술에 친숙합니다. 결혼, 내집마련, 명품구매 등에는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고, 멀티태스킹에 능하며, 소유보다는 공유, 신분상승보다는 가치실현에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해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 불리는 Z세대(2000년대 초반 이후 출생)는 전체 소비의 50% 이상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정도로 IT 기술에 친화적입니다. 이들 Y세대, Z세대는 라이프 스타일뿐만 아니라 배움에 있어서도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교실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이탈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교육 개선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합니다.

학교 교육이 별로 쓸모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으로부터 가장 크게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역량을 강조하는 연구도 교육계가 아니라 경제계가 먼저 주축이 돼 진행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97년부터 약 10년 동안 진행한 DeSeCo(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OECD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을 3개 영역 9가지로 제시했습니다.

OECD에 이어 미국에서는 주요 경제계 인사와 교육 리더,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주축이 돼 2002년 P21(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이라는 연합체를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역량과 지원시스템을 ‘21세기 학습 프레임워크’라 명명하고, 학교 현장에 적극 설파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주요 역량은 유명한 4C(Creativity, Critical thinking, Communication, Collaboration)를 포함해 다음과 같습니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추출해내는 작업에 이어 학생들이 추출해 낸 이 역량을 얼마나 갖췄는지 평가하는 시도도 생겨납니다. 이러한 시도 역시 교육계보다는 경제계에서 먼저 들고 일어났습니다. 미국의 IT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등의 후원으로 2009년 역량에 대한 평가도구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죠. 프로젝트 이름은 ATC21S(The Assessment and Teaching of 21st Century Skills)입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pixabay)>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 세계 250여명의 연구자들은 크게 두 가지 역량을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하나는 협업에 의한 문제해결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기술 기본소양입니다. 개발된 평가도구는 OECD가 주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2015에 활용됐습니다. 협업에 의한 문제해결능력을 컴퓨터로 평가받은 것이죠. OECD는 더 나아가 PISA 2018에서 전 세계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평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복합·다단계 문항으로 평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3년마다 실시되는 PISA에서 핀란드와 함께 늘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협업에 의한 문제해결능력, 글로벌 역량 평가에서도 과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런 시각의 기저에는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교과중심, 경쟁중심, 암기중심이었다는 반성과 성찰이 존재합니다.

자유학기제는 그런 반성과 성찰의 연장선에서 탄생한 정책입니다. 선진국들은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추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평가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역량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자유학기제는 기존 지식중심의 교육에 역량을 반영한 대표적인 정책입니다. 우리가 자유학기제를 왜 소중하게 잘 가꿔야 하는지 이렇듯 세계적 흐름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글_ 최중혁 에디터

 

출처_ 꿈트리 Vol.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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