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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문화와 밀접한 달력 변천사

대한민국 교육부 2018. 2. 3. 09:00

 

정치, 경제, 문화와 밀접한 달력 변천사

과학기술 넘나들기(44)




태음력이란 달의 삭망월(朔望月), 즉 지구에서 보았을 때에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를  기본으로 하여 날짜를 계산하는 역법이며, 태양력이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오랜 옛날에는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정확한 공전 주기는 알기 어려웠던 반면, 달의 변화는 눈에 잘 띄므로 대부분의 고대 문명들은 태음력에 바탕을 둔 달력을 만들어서 이용하였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태양력은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도 처음에는 달의 운행만을 고려한 태음력을 사용하였으나, 시리우스 별의 움직임과 나일강의 범람 관계를 관찰하면서 태양력을 창안하게 되었다.


즉 행성을 제외한 별들 가운데 가장 밝은 시리우스가 언제 떠오르느냐가 계절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냈던 것이다.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에 시리우스가 동쪽 지평선에 나타나면 곧 나일강의 범람이 시작된다는 것과 또한 365일이 지나면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결국 태양력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집트 이외에 태양력을 채택하였던 곳으로는 고대 마야 문명 등이 있는데, 마야의 달력은 한 때 엉뚱하게도 2012년 지구멸망설의 근거로 언급되기도 하였다.




마야문명을 계승한 아즈텍의 달력. ⓒ Free photo




계절의 흐름과 달이 일치하는 태양력과는 달리, 태음력은 달의 위상변화에만 고려하여 만든 달력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태음력만을 쓰게 되면 춘하추동의 계절 변화와 날짜가 맞지 않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즉 지구의 평균 공전주기인 태양력의 1년은 365.2422일인데 비해, 태음력의 1삭망월은 약 29.53일이기 때문에 태음력의 12개월과 태양력의 1년은 약 11일 정도의 차이가 나게 된다.


이 차이를 보정해주지 않으면 같은 달이 여름이 될 수도, 나중에는 겨울이 될 수도 있는 혼란이 생기므로, 몇 년에 한 번씩 13번째 달 즉 윤달을 두어야만 한다.


이처럼 윤달을 두어서 태음력과 태양력의 차이를 보정한 달력을 태음태양력이라 하는데, 오늘날의 음력을 비롯하여 역사상 대부분의 태음력이 이에 해당된다.


19년에 7번의 윤달을 두게 되면 19태양년과 235삭망월의 길이가 거의 같아져서 이 차이가 보정된다는 사실은 고대 중국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를 19년7윤법(十九年七閏法) 또는 장법(章法)이라 한다.




태초력(太初曆)이라는 태음태양력을 시행한 한무제(漢武帝) ⓒ Free photo




한(漢)나라의 무제(武帝)가 본격적으로 시행한 태음력인 태초력(太初曆)이라는 달력에도 이 방법이 시행되었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인 메톤(Meton)이 발견했다고 해서 ‘메톤주기(Metonic cycle)’라고 부르는데, 중국의 장법과 동일한 것이다.


태음태양력이 아닌 순수한 음력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아직도 없지 않은데, 상당수의 이슬람 국가에서 여전히 사용하는 이슬람력이 대표적이다. 이슬람력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서기 622년에 메디나로 이주한 것을 기원으로 ‘히즈라(hijrah)’라고 하는데, 1년의 길이가 354일 8시간 48분인 태음력이다.


물론 오늘날 이슬람 국가들도 대외적으로는 태양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슬람교의 중요한 행사인 라마단의 금식기간은 반드시 이슬람력을 따르게 되어 있다. 이슬람력은 윤달이 전혀 없는 태음력이기 때문에 라마단은 해마다 조금씩 빨라져서 어떤 해에는 여름에, 어떤 해에는 겨울에 라마단이 오게 된다.


현행 태양력인 그레고리달력은 1년이 365일이며, 4년에 한 번 씩의 윤년이 있고 400년에 3번은 윤년이 없다.


즉 끝이 100단위로 끝나는 해 중에서 앞 숫자가 4의 배수가 아닌 해들, 예를 들어 1900년은 윤년이 아닌 반면 2000년은 윤년이다. 그레고리달력의 1년은 365.2425일인 셈이므로 적어도 몇 천 년 동안은 정확한 달력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레고리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쓰이고 있으나, 여기에도 불합리한 점들이 꽤 있다. 각 달마다 날짜의 수가 28일에서 31일로 들쭉날쭉하고, 어떤 때는 7년간 평년이 계속되기도 하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결점을 없애고자 많은 사람들이 달력의 재개정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달의 위상과 메톤주기 등이 표시된 천문시계. ⓒ Free photo




프랑스대혁명 직후 프랑스에서는 요일의 폐지와 10진법을 기본으로 하는 시간 단위의 채택 등을 골자로 하는 ‘공화력’을 한때 시행했었고, 1930년대에 미국에서 발족한 세계 달력협회는 ‘세계력’이라는 개정달력을 내놓은 바 있다.


세계력의 1달은 31일이나 30일로만 이루어지게 하였고, 1년을 4개의 분기로 나누어 매 분기마다 요일과 날짜를 일치하게 하는 등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려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달력의 개정에 일부 나라들이 찬성하기도 하였으나, 많은 나라에서 종교상의 이유, 기타 관습이나 다른 이유들을 들어 반대하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레고리달력이 가장 보편적인 세계 공용 달력으로 쓰이고 있다.


달력은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견지에서 만들어져 시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즉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달력변천사를 보면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의 모든 면과 긴밀히 관련되어 왔기 때문에, 모든 나라들이 기존의 관습을 버리고 보다 합리적인 새로운 달력을 채용한다는 것은 기대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즈

저작권자 2018.0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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