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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다른 애보다 늦으면 비정상이라구요?

대한민국 교육부 2011. 3. 2. 07:00


부모들은 1등을 좋아합니다. 뭐든지 빨리하면 칭찬하고 좋아하며 기억합니다. 2등을 기억하는 일은 드뭅니다. 오죽하면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카피까지 나왔을까요? 

2등도 기억하지 않는 나라에서 꼴찌는 어떨까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2등이 있어야 1등이 있고, 꼴찌가 있어야 1등이 빛 날 수  있습니다. 

세 살에 한글을 깨치고, 거기에다 영어까지 유창하게 하는 아이들은 광고에도 나오고 방송에도 나옵니다. 부모들은 뭐든지 빠른 것이 잘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옹아리도, 뒤집기도, 기는 것도, 걸음마를 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 보다 빠르면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합니다. 

남들 보다 빠른 아이들에 집착하다보니 발달과정이 정상적인 아이들도 느리게 보고, 정말 느린 아이들은 병으로 만들어 버리기까지 합니다.

매년 봄이 되면 9시 뉴스에서 올 해 첫 번째 유채 꽃이 제주도에서 피었다는 보도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주도에 가장 늦게 핀 유채꽃 이야기는 절대로 뉴스에 나오지 않습니다.

예쁘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 소식을 전해준 꽃이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 꽃인지라 반가움에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볼 여지는 많이 있습니다. 일찍 피는 꽃만 아름다울까요?  늦게 피는 꽃은 일찍 피는 꽃 보다 아름답지 않을까요?  늦게 피는 꽃도 일찍 피는 꽃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빠른 아이도 있고, 늦은 아이도 있습니다. 빨리 피는 꽃이 있으면 늦게 피는 꽃이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늦은 아이든, 빠른 아이든 아이들은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꽃이 다른 것 처럼, 아이들도 모두 다릅니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같은 나이지만  혼자 동화책을 읽는 아이가 있는 반면, 보고 따라 쓰지 않으면 글을 못 쓰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해력이 빨라 한 번에 알아 듣는 아이가 있는 반면, 몇 번씩 반복해서 들어야 이해를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도 있고, 못 그리는 아이도 있으며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그리고 달리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늘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어른들도 화가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있고, 못그리는 사람도 있어. 어른이라고 전부 잘 그리는 건 아이야. 너희들도 그렇지?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린 것이 중요한게 아냐, 내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해 그렸다면 보기에 이쁘지는 않아도 최고로 잘 그린 그림이 되는 거야"

아이들이 달리기를 할 때도 늘 말해 주곤 합니다.
 
"애들아 1등도 소중하고 2등도 소중하고, 꼴찌도 소중해 그러니 등수가 중요한게 아냐, 얼마나 즐겁게 했느냐가 중요한 거야. 달리기를 못하는 친구들은 분명 다른 것을 잘 할거야. 그건 지금 모를 수도 있어 그러니 걱정마"


유치원 무렵 아이들은 몇 월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빠르고 느림의 차이가 많이 나지만, 생일이 빨라도 의외로 눚늦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발달은 태어나서 자라나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것이지요.

부모들은 대부분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빠른 아이' 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1등인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힘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아이보다 빨리 잘 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아직 늦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선행학습을 시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아이들 보다 늦은 것은 아닐까 하고 불안해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늦게 피는 꽃을 기다리지 못하고, 혹시 꽃 대를 잡아 뽑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꽃이 스스로 꽃을 피울 준비가 되어야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을 기다려 줄 수는 없을까요?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 주는 교육은 정말 뒤 처지는 교육일까요?

늦게 피는 꽃도 마찬가지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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