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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발효음식 김치 본문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는 신김치에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입니다. 가끔 라면과 함께 먹는 김치도 역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한가지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자주 먹게 되는 김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고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한 음식입니다. 저는 김치가 어떤 음식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습니다.
김치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의 한자인 침채(沈菜)가 우리말의 김치로 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농경문화가 자리 잡아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하는 음식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를 돕는 데에는 소금에 절인 채소가 제격이었구요. 그렇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채소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 만든 간단한 절임음식(침채류)들이 점차 김치라고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김치는 왜, 어디서 생겨났을까요?
지금은 사계절 어려움 없이 야채를 먹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겨울 동안 채소를 원활히 섭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곡물 위주의 식생활을 했던 3천년 전의 우리 조상들에게는 소금,식초,간장 등으로 절인 채소류는 말린 채소류보다 비타민과 섬유질을 공급 받는데 훨씬 유리했을 것입니다.
삼국시대의 김치에 대한 당시의 기록은 전해지지 않으나 같은 연대의 중국,일본의 기록을 통해 김치에 대해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중국 문헌을 보면 부추,순무,순채,아욱,미나리,죽순 등이 주재료로 절여져 소금절임,식초절임,장절임,술지게미 절임법을 사용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삼국시대의 절임채소류의 형태를 대략 짐작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채소 처리 과정에 있어 중국은 데치거나 끓인 후 절이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날 채소를 그대로 절인다는 데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백제인이 절임기술을 전파하면서 즈께모노 (淸物) 형태의 절임류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채소절임음식은 이 형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진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려시대에 이르러 파, 마늘 등의 향신료를 가미한 양념 침채류가 등장하면서 단순한 채소절임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동치미, 나박김치와 같은 물김치류가 등장하면서 장아찌 형태에서 벗어나 더 다양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 임진왜란을 전후로 전해진 고추는 김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 줍니다. 마늘,산초 등으로 매운맛을 즐겼던 조선인들에게 고추는 새로운 매운 맛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고추는 김치의 효과적인 발효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특히 젓갈의 비린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김치 재료로 젓갈의 사용이 본격화하게 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식물성과 동물성이 어우러져 맛과 영양의 조화가 한층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또 1900년 경에 이르러 통이 크고 알이 꽉 찬 통배추가 본격적으로 육종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무, 오이, 가지 등에 앞서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확고히 자리잡게 됩니다.
김치의 유래가 채소류의 절임에서 시작되었기에 채소류는 거의 김치의 원재료가 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닭고기-꿩고기 같은 육류, 그리고 대구-굴 같은 해산물도 김치에 활용되는 등 김치의 종류는 제대로 정리된 것만도 200여 가지가 넘습니다.
1. 모양이 특이한 석류김치
무에 바둑판처럼 칼집을 넣어 절인 다음 소를 채우고, 갖은 색의 고명을 얹은 뒤 배춧잎으로 싸
서 국물을 넉넉하게 부어 만든 김치로입니다. 마치 석류가 익어 벌어진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 석류김치로 불립니다.
2. 궁중에서 먹는 송송이
조선시대 임금이 평소에 받는 반상에는 배추김치, 송송이, 국물김치가 오르는데
이 중 '송송이'는 궁중의 깍두기로 무를 작고 모지게 썬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3. 사찰에서 먹는 열무김치
사찰에서 김치를 담글 때에는 자극성 있는 다섯 가지 향신 채소(오신채)인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혹은 무릇)와 젓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신채를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나 화를 돋운다고 하여 금기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무김치는 담백한 맛이 강합니다.
4. 노인을 위한 숙깍두기
잇몸이 약한 노인들이 쉽게 드실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무를 살짝 삶아서 무르게 한 후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로 노인에 대한 각별한 예절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5. 제사상에 오르는 나박김치
돌아가신 조상을 산사람과 똑같이 생각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조상관념에 따라 제사상에도 김치가 오릅니다. 제사상에 놓이는 김치의 종류와 위치는 각지방의 관습, 풍속, 가문의 전통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제사나박김치는 국물이 없이 건더기만 건져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치의 위대성을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한다면, 김치 담그기는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까지 ‘채소를 겨울 내내 싱싱한 상태로 저장 및 보존시켜주는 제일 뛰어난 방법’이었습니다
사람은 반드시 비타민C를 먹어야 하는데, 이것은 주로 채소를 통해서 해결해왔습니다. 그런데 겨울에는 채소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저장을 하게 됩니다. 이때 많이 썼던 방법이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보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으로 저장한 음식은 아무래도 맛이 없습니다. 우리의 김치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채소의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방법으로 만든 음식이 바로 김치입니다. 바로 그 점이 김치가 대단한 음식이라고 칭송을 받는 이유인 것이지요.
다른 나라에서는 겨울 내내 김치처럼 한겨울에도 채소를 싱싱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의 김치는 신기하게도 겨울 내내 싱싱할 뿐만 아니라 어떤 단계든 모두 제각각의 맛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담근 바로 직후에 먹는 ‘겉절이’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중간에 맛있게 잘 익은 김치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신김치는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며 묵은 김치로 김치찌개를 해먹는 것은 별미로 여겨집니다.
더불어, 김치는 훌륭한 저장법을 가지고 있어 우리 조상들은 겨울에도 비타민C를 섭취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고추에는 사과의 50배, 밀감의 2배나 되는 엄청난 양의 비타민C가 있다고 하니까요.
김치에 쓰이는 재료는 주재료와 부재료로 나뉘어집니다.
주재료에는 배추, 무, 오이 등이 자주 쓰입니다. 이밖에 가, 미나리, 가지, 부추, 고들빼기 같은 채소가 주재료로 쓰이는 향토 김치도 많습니다.
채소류에서 과실류, 곡류, 젓갈이는 두루 부재료로 쓰입니다.소금은 김치에 빠져서는 안되는 절임의 매개물입니다. 소금은 천일염을 여름에 사두어 한번 물로 걸러서 깨끗하게 한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때 나온 소금물은 두부를 빚을 때 간수로도 쓰이구요.
젓갈은 어패류의 살, 뼈, 내장, 알 등을 소금에 절여 자체에서 소화 효소와 미생물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 숙성시킨 것을 일컫습니다. 젓갈은 지역마다 가까운 바다에서 많이 나는 것을 이용합니다. 남해안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주로 멸치젓을 씁니다. 서해안에 접한 충청도,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에서는 김장 젓갈로 새우젓을 쓰는게 보통이며, 새우젓도 담그는 때마다 오젓, 육젓, 추젓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김치 만드는 단계에 나타나는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배추를 소금으로 절입니다. 생배추는 사람이 씹기에는 다소 뻣뻣합니다. 소금은 이 뻣뻣함을 줄여줘 먹기 좋게 바꾸되 신선함은 유지시켜줍니다. 그 다음으로는 소금물에 들어 있던 효소들이 배추의 섬유질과 화학반응을 하면서 발효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미노산과 젖산이 생기고 김치의 독특한 발효맛이 나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양념을 넣는데 이 양념은 지방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고추는 말할 것도 없고 마늘, 파, 젓갈, 오징어, 잣 등등 그야말로 다양한 양념이 들어가지요.
양념은 소금 때문에 열려 있는 배추의 섬유질 구멍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엄청난 양의 유산균이 만들어집니다. 김치의 독특한 맛은 이 유산균 때문에 생긴다고 하는데, 이 균은 창자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다른 나쁜 균들이 번식하는 것을 막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유산균이 발효되는 과정에 이산화탄소가 아주 조금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게 물에 녹으면 탄산이 되어 김치에 시원한 맛이 나게 하지만 나중에는 탄산이 너무 많이 배출돼 김치에 기포가 생깁니다. 그래서 조상들은 이 과정을 더디게 진행시키기 위해 김치를 땅에 묻었던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한국인의 식탁에 김치가 없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하얀 쌀밥에 맛있는 김치가 생각나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골을 푹 고아 만든 곰국이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 약간 신 김치가 꼭 있어야 하고 라면을 먹을 때도 김치는 절대 빠져서는 안됩니다. 한국인들이 김치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김치가 그만큼 훌륭한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것을 무턱대고 외국에 수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김치는 밥이나 국수와 같이 먹는 반찬이기 때문이지요. 김치의 우수성은 인정하지만 김치가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려면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김치가 영양학적인 면과 문화적인 면, 그리고 과학적으로도 훌륭한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김치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지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여러나라에서 마니아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김치가 세계에서 더욱 큰 호응을 얻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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