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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과학계 10대 사건을 파헤쳐보자! 본문
2011년이 이제 이제 몇일 남지 않았다. 올해는 특히 각종 재난이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가 하면 현대과학의 판도를 바꿀만한 발견이 여러 차례 잇따르기도 했다. 굵직한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한 해, 기자가 직접 주요 과학계 이슈를 모아봤다. 2011 과학계 10대 뉴스를 파헤쳐보자!
1. 구제역 재난
지난해 말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지며 올 초까지 국가적 재난을 일으켰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사슴 등 발굽이 두개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이다. 전염된 동물은 고열과 함께 발굽, 유방 등에 물집이 생기고 침을 흘리는 증상을 보인다. 잘 먹지 않고 다리를 질질 끄는 행동을 보이다가 죽게 되는 치명적인 병이다. 감염 동물의 배설물, 축산물, 사료, 차량, 사람 및 공기를 통해서도 급속히 전염돼 전염범위가 최대 반경 250km에 달한다. 현재는 치료법도 없어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라 모두 도살, 매립, 소각하도록 돼 있다.
구제역은 우제류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고, 감염된 고기를 사람이 먹는다 해도 인체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남미와 동남아 국가에서 발생했지만 수년 전부터는 필리핀과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로 급속히 확산됐다.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시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한 후 지금까지 1000만 마리에 가까운 소, 돼지 등이 도살됐다. 매몰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침출수는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현재는 구제역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역 활동이 진행 중이다.
2. 후쿠시마 원전 사태 – 원자력 안전위원회 출범
3월 11일, 일본에서 일어난 진도 8.8의 강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가 큰 피해를 입었다. 수소가 폭발해 외벽이 무너지고 냉각수가 유출돼 핵연료봉이 용융되면서 방사성 물질이 다량 누출됐다. 사고 후 주민들은 30km 밖으로 대피했다. 세계적으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원자력발전의 안정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사고 일지>
· 3월 11일,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의 6개 원전 전체의 전기가 끊어져 모두 자동 정지했다.
· 14일, 전기가 끊어져 냉각수가 제대로 돌지 않아 온도가 치솟았다. 원전 내부에 증기가 차기 시작하면서 압력이 올랐고 증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 지붕이 날아갔다. 이때부터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기 시작했다. 4호기가 폭발한 데 이어, 15일 2호기가 폭발했다. 16일, 1호기와 3호기도 격납용기가 파괴됐다.
· 18일부터 원전 안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온도가 계속 올라 핵연료봉(노심)이 녹아내리면 방사능 물질이 직접 유출돼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까지 모든 중앙 제어실이 점등됐다.
· 4월 12일, 일본 정부가 사고 등급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7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 5월 13일, 1호기의 노심이 완전 용융된 것으로 나타났고 2, 3기에서도 대부분 녹았을 것(멜트다운)으로 추정됐다. 냉각을 위해 뿌린 엄청난 양의 물은 방사성 물질이 가득찬 오염수로 유출됐다.
·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기 시작했고 방사능 공포는 점차 확산됐다. 독일과 스위스, 태국, 필리핀, 베네수엘라 5개국은 원전을 포기하기로 했다.
· 한국은 아직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과 대책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원자력 안전위원회 출범>
10월 26일,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자력안전위)가 공식 출범했다. 우리나라에 원자력이 도입된 지 반 세기만에 처음 생긴 원자력 안전규제 독립기관이다. 위원회는 앞으로 원자력 안전 종합 계획을 마련하고 핵 안보와 핵 비확산 정책 등과 같은 사항을 총괄하게 된다. 초대 원자력안전위원장은 강창순 서울대 명예교수다.
원자력안전위는 처음으로 ‘원자력 안전’ 업무가 ‘원자력 진흥 및 이용’ 업무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자력안전협약 제8조를 통해 “규제기관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분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3.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가위) 출범
3월 28일, 국가 과학기술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공식 출범했다.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설 국과위는 앞으로 국가과학기술의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R&D 사업 기획에서 예산 배분, 평가, 성과 활용까지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초대 수장으로 부임한 김도연 위원장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연구성과평가관리법 개정을 이끌었고 지난 14일에는 19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국가연구개발원(가칭)으로 단일법인화해 국과위로 이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과학기술부가 해체되면서 출연연들의 소속이 분산됐고 연구 효율과 연구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중복과제가 횡행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 단일법인화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내놓게 된 출연연 구조개편안으로 분산돼 있는 출연연을 일원화하고 예산 배분조정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4.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선정
△ '노벨상의 산실'로 불리는 중이온가속기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시설이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5월 16일,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 지역을 대전으로 확정했다. 과학벨트는 창조적 연구환경 조성을 통해 세계적 두뇌를 모아 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융합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으로 사업비는 5조 2000억원이다. 부지 선정에 지역간 경쟁구도가 치열했지만 결국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단지)가 선정돼 핵심요소인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게 됐다. 대전과 광주 등지에 연합캠퍼스를 만들어 기능을 분산시킬 계획이다.
특히 중이온가속기는 해외 석학 유치의 구심점이자 첨단 과학 도시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다. 중이온가속기란 수소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이온을 고에너지로 가속시켜 다른 원자핵에 충돌시킴으로써 원자 이하 크기의 아주 작은 ‘펨토(1천조분의 1미터)’세계를 연구하는 거대한 과학장비다. 세계 중이온가속기는 5기 안팎의 실정으로, 2015년까지 과학벨트에 건설된 우리 중이온가속기(KoRIA)는 우리 기술로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5.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논란
9월 23일, 이탈리아의 오페라 중성미자 검출기에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가 발견됐다. 현대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는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때문에 물리학계에서 큰 논란이 됐다. 과학계는 실험 조건이나 계산 착오 등 오류 검증에 주력하고 있다. 진위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타키온’이라고 불린다. 과학자들은 1900년대 초부터 가상의 입자 타키온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인 중성미자는 그 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타키온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시간은 미래로만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달리 시간이 과거로 흐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시공간이 생긴다. 이런 시공간에서는 ‘이론적으로’ 시간 여행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6. 5대 국새
△ 5대 국새, KIST제공
10월 4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섯번째 국새가 과학으로 되살아났다. 가로 세로 높이 각각 10.4㎝, 무게는 3.38㎏인 제 5대 국새는 작지만 첨단과학이 가득하다.
국새를 제작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정만 박사팀은 기존 3, 4대 국새의 금, 은, 동, 아연 합금보다 더 강하고 광택이 나는 소재를 만들기 위해 이리듐을 0.01% 첨가했다. 이리듐은 운석 충돌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희귀금속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금은 입자 크기가 50마이크로미터로 작고 균일하다. 강도도 두 배 이상 높아져 100년 이상 쓸 수 있게 됐다. 합금을 균일하게 만들기 위해 연구진은 합금을 만드는 도가니 주변에 고주파 자기장을 흘려 금속 원소들이 균일하게 섞이도록 유도했다.
5대 국새는 기존 국새와 달리 손잡이 부분(인뉴)과 도장 부분(인문)이 일체형이다. 국새를 가볍게 만들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부는 보통 비어 있다. 주조품 내부를 빈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푸집을 만들고 쇳물을 부어 굳힌 다음 거푸집만 제거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어려워 기존 국새는 인뉴와 인문을 따로 제작해 용접했다. 5대 국새는 ‘샌드 블라스팅’ 기술을 활용해 인뉴와 인문을 일체형으로 만들고 미세한 구멍을 통해 모래를 강하게 쏴 거푸집만 제거했다.
7. 황우석과 코요테
10월 17일, 5년 넘게 언론의 무덤 속에 있던 황우석 박사가 ‘황우석 신화의 부활’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포토라인에 서서 멸종위기종인 코요테를 복제했다고 했다. 황우석 박사는 인터뷰를 통해 “정치판에 기웃거린 것을 반성한다. 학자로서 승부하겠다”라며 “매머드를 복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라고 이야기한 코요테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에 따르면 들쥐와 비슷한 수준인 LC(Least Concern) 등급으로 사람도 포함돼 있다. 미국 뉴저지주의 경우 코요테 숫자가 급증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황 박사는 코요테를 복제해 북아메리카에 수출하겠다고 말해 황 박사의 말은 물론 성과의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됐다. 2005년 황 박사 논문조작사건으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던 언론이 다시 한번 선정적인 기사로 ‘과학보도 윤리선언’을 어긴 셈이 되고 말았다.
8. 서울대 박성회 교수팀, 돼지 췌도 원숭이에 이식 성공
10월 31일, 면역학계에 큰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대 의대 박성회 교수팀이 돼지의 췌도를 원숭이에게 이식해 6개월 이상 돌본 것. 이 종간 이식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세계 최초다. 돼지와 사람은 인슐린이 거의 같기 때문에 만약 당뇨병 환자가 돼지의 췌도를 이식받을 수 있으면 당뇨병 완치의 가능성도 열린다. 박 교수는 자체 개발한 항원특이적 면역억제제(MD-3)를 써서 돼지 췌도를 원숭이 간에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없앤 것으로 밝혔다. 이종 췌도 이식 시 반응하는 ‘항원 특이적 면역 반응’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항원 특이적 면역 반응’이란 A라는 항원(돼지의 췌도)이 들어왔을 때 오직 A에만 대항하는 파수꾼 항체 B를 만들어 A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항체 B가 A를 찾아내는 데 사용하는 매개물질을 차단하면 이 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지금까지 이 기술에 따라 돼지 췌도를 받고 6개월 이상 생존한 원숭이 4마리가 서울대병원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
9. 슈퍼지구 발견
12월 1일, 지금까지 발견된 슈퍼지구 중 가장 생명체의 가능성이 높은 슈퍼지구의 존재가 확인됐다. 슈퍼지구란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뤄져 있지만 그 질량이 매우 큰 천체다. 생물권에서 발견된 최초의 슈퍼지구는 2007년 4월 스위스 스테판 우드리 연구진이 발견한 지구형행성 글리제 581d다. 이 행성은 태양과 같은 글리제 581 주위를 돌고 있다. 거대한 바다가 뒤덮여 있고 온실 효과로 온도도 적당할 것으로 추정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미셸 메이어 연구진은 칠레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외계행성 50개를 발견했으며 이 가운데 슈퍼지구가 16개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 중 특히 HD85512b는 HD85512를 59일 주기로 도는 행성으로 지구의 3.6배다. 행성 대기에 두터운 구름층이 확인되면서 물이 끓지 않고 기온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면 표면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글리제 581d에 이어 두번째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슈퍼지구였던 것.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미셸 메이어 연구진은 칠레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외계행성 50개를 발견했으며 이 가운데 슈퍼지구가 16개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 중 특히 HD85512b는 HD85512를 59일 주기로 도는 행성으로 지구의 3.6배다. 행성 대기에 두터운 구름층이 확인되면서 물이 끓지 않고 기온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면 표면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글리제 581d에 이어 두번째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슈퍼지구였던 것.
이번에 미 항공우주국에서 존재를 확인한 케플러-22b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른바 ‘골디락’ 영역에서 발견된 가장 작은 행성으로 어느 슈퍼지구보다 가장 지구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름은 지구의 2.4배 정도이고 온도는 약 섭씨 22도, 공전주기는 290일이다. ‘골디락’ 영역이란 중심 별(태양)과의 거리가 적당해 온도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액체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대를 가리킨다. 하지만 슈퍼지구 중 거리가 가장 멀어 구체적인 연구가 문제다. 과학계는 기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표하고 있다.
10. 힉스 입자 발견
△ 힉스를 매개로 물질을 이루는 쿼크, 경입자, 힘 매개 입자 상상도, AAAS제공
12월 13일(현지시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소속 과학자들은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의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결정적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고 실험의 신뢰도도 낮지만, 추가 자료를 확보하면 내년 중에는 힉스 입자 존재 여부에 대해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 입자는 영국인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1964년 이론화한 것으로 137억년 전 우주 탄생 당시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뒤 사라진 입자를 말한다. 현대물리학의 핵심인 ‘표준모델’은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 즉,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와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이 왜 제각기 서로 다른 질량을 갖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결점을 안고 있었다. 이에 물리학계의 처방전은 입자들이 존재하는 공간에 융털 카펫 같은 가상의 힉스장이 펼쳐져 있어 이 위를 움직이는 입자들이 서로 다른 마찰력을 가져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진 입자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 힉스장의 모습이 힉스 입자라는 것.
그리하여 표준모델은 물질이 6종류 쿼크와 6종류 경입자, 4종류의 힘을 매개하는 입자, 그리고 힉스 입자로 구성된 것으로 가정한다. 다른 입자들은 모두 힉스 입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만 질량을 가질 수 있다. 힉스를 질량의 근원, 우주 생성의 비밀 등으로 부르는 이유다. 만약 힉스 입자가 없다면 현대물리학의 근간인 표준모델은 틀렸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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