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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대책 발표 후, 무엇이 달라졌나? 본문
지난 2월 6일,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벌써 3개월이 지나갔습니다.
한참 꿈을 품고 나아가야 할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하게 된 충격적인 사건 이후 드러난 학교폭력의 실체에 전 국민들에게 '뿌리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범정부적인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었습니다.
5월 16일 수요일 한체대 필승관에서는 [학교폭력대책 발표 후 현장의 변화와 과제]라는 주제로 '행복한 학교를 위한 서울필통(必通)톡' 4회를 열었는데요. 학교폭력대책 발표 후 학교 현장에서의 변화된 모습을 알아보고 앞으로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3회 행사에 많은 학부모들이 오셨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4회에는 많은 학생과 일선 현장의 선생님께서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무려 아홉 분의 패널을 모시고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던, 그리고 참석한 모든 분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한 여학생의 사연이 담긴 대한민국 대표 교육 소통 프로그램, 서울 필통톡 4회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1.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는?
먼저, 이주호 장관은 "학교폭력문제는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오늘 가감 없이 도움 말씀 많이 주시면 중간점검으로 생각하고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데 참고하여 학교폭력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어 학생, 학부모, 그리고 세 분 선생님께서 학교폭력대책 발표 후 그동안 현장에서 느꼈던 변화와 보완점을 날카롭게 말씀하셨습니다.
◆ 최 단 (여의도중 3학년)
학생들 사이에 조금씩 인식의 변화는 가지고 있으나 아직 많은 변화는 없습니다. '학교폭력 절대 하면 안 된다'라는 강한 메시지가 각인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오경희 (반포중 복수담임교사)
여러 번 연수를 통해 계속 교육을 받는 중이라 일선 교사들이 구체적 내용까지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가장 구체적으로 느끼는 변화는 피해학부모의 발언권이 굉장히 커졌다는 것입니다. 또 가해학부모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대처하고 과거에 그냥 넘겼던 문제들도 '이것도 폭력이다'라고 하는 등 인식변화가 있습니다.
◆ 백영미 (거원중 학부모)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인 폭력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정통신문이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은 교육을 전해 들으며 신체적인 것을 넘어 상대방이 싫어하고 상처를 받으면 그게 무엇이든 다 '학교폭력'에 들어간다는 것을 학부모들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내 아이가 피해를 당할까봐 걱정을 했었다면 지금은 내 아이가 혹시 가해학생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합니다.
◆ 송형호 (면목고 생활지도교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왜 학교폭력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니?'를 조사했더니 약 40%의 학생이 '장난으로 또는 재미로 한다'고 대답하였으며 약 20%는 '몰라서'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폭력에 대한 뚜렷한 '개념' 이 없는 것입니다.
경찰의 협조로 '학교폭력이 무엇이다'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 예전보다 많은 인식의 변화를 보이긴 하지만 나머지 40%가 문제입니다. 이 학생들은 인성교육 부문에서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이주호 교과부 장관
다른 폭력과는 달리 학교폭력에서는 막상 피해를 본 학생을 제외하고는 폭력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했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웬만한 것은 그냥 넘어가려 했고, 교실에서는 많은 학생이 방관자로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만큼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학생과 학교, 사회적으로도 모두 인식이 잘 안 되었습니다.
이제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학교폭력이라도 굉장히 심각한 범죄다'라고 인식이 바뀌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인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인식을 넘어서 문제 해결까지 가야합니다. 인성교육을 살려서 근본적인 해결을 하는데 초점을 두겠습니다.
이어진 방청객들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교과부에서 추진하는 인성교육 강화방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이주호 장관은 학교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 인성교육에 힘써야 한다며 교과부에서는 유치원 누리 과정부터 언어습관을 바꾸어주고 방송에서의 협력을 구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자치활동, 스포츠, 예술활동을 통해 지·덕·체가 조화로운 인재로 키워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2. 학교정책의 변화와 남은 과제는?
◆ 오경희 (반포중 복수담임교사)
갑자기 복수담임제가 시행되어 혼란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정책이든지 급작스럽게 하달되기보다는 1~2년 한번 해보고 전체로 천천히 확대했으면 합니다.
또 학교폭력은 다른 폭력과 다르며, 가해자든 피해자든 다 피해자인데 이로 인해 10년 동안 기록이 남는다는 것은 학생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에 남는다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이 일종의 협박이 될 수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 이주호 장관
복수담임제를 급하게 시행하게 된 이유는 우리 학생들 대한 관심을 두배 이상으로 늘리자는 취지입니다. 현장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협력해 주신 것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학교폭력 기록에 관련해서는 고등학교 10년, 중학교 5년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어 고등학교도 5년으로 개정할 예정입니다.
또 학교폭력이 기록된 이후라도 학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여 긍정적인 내용이 더 풍부하게 기록된다면 부정적인 효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는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 오송희 (안천중 상담교사)
상담교사로 부임한 후에 아이들이 상담신청을 많이 하고 있고 담임선생님들도 도움을 많이 요청하십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정말 상담을 많이 필요로 하는구나 라는 것을 느낍니다.
상담 내용 중에는 정신건강 문제와 진로상담이 가장 많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점점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좋아지는데요. 평소에 꾸준한 상담으로 아이들이 나중에 피해를 보거나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버텨내는 힘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학교폭력 최선의 예방이라 생각합니다. 학생 수에 비해 상담교사의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든 점이 많은데,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인력이 많이 충원되어야 합니다.
■ 이주호 장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상담 쪽입니다. 앞으로 전문 상담인력을 추가로 충원하여 더 확대 배치할 계획입니다. 국가공무원 정원이기 때문에 인원을 늘리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상담 선생님들이 제안하는 현장의 수용 능력에 대한 실태 파악을 토대로 정서·행동특성 검사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최 단 (여의도중 3학년)
너무 변화가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안 되었는데 나온 정책이 너무 많다고 느낍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몇년 동안 그렇게 살아오다가 갑자기 벌점 주고 기록에 남는다고 이야기해도 정작 본인들은 딱히 큰 걱정을 하지 않고 부모님만 신경 씁니다. 근본적으로 사람을 제대로 도덕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작 학교폭력 중심에 있는 아이들은 벌점이나 기록 등에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 이주호 장관
국민적인 요구도 있었고, 아이들이 목숨을 잃을 때는 빨리 해결하자 하는 절박한 심정도 있었습니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가해 학생 중심으로 생각하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 학생을 구제할 수가 없습니다. 학부모들이 학생부에 기재되는 문제 중 가장 걱정하는 점은 입시에서의 불이익인데요, 입학사정관들과 모임을 통해 가해 학생이 철저하게 반성을 하고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하면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려 합니다.
◆ 백영미 (거원중 학부모)
여러 가지 변화는 환영할 만하지만, 언어폭력 같은 사소한 것 하나도 기재되어 5년 동안 꼬리표처럼 생활기록부에 따라다닌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사전에 홍보하고 어떤 상황이 어떻게 기재된다는 것을 알게 한 후에 시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주호 장관
변화가 갑작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철저히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볼 때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올해 3월 1일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이번 대책을 계기로 학업성취에 대한 맹목적 관심을 줄이고 자녀가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의 인성교육뿐만 아니라 각 가정, 지역사회 적인 측면에서도 인성교육에 더욱 관심을 두는 계기로 활용하였으면 좋겠습니다.
3. 연계정책 현장의 변화와 남은 과제는?
◆ 박재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경찰에서는 학교폭력 문제가 알려지지 않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어떻게 하면 이 학교폭력의 실상을 그대로 인식시킬 수 있을까'와 '드러난 학교폭력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처리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자체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도 학교폭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가해자는 피해자가 심각한 선택을 하지 않는 한 가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피해자의 가정은 엄청난 파탄 상황에 이릅니다. 개인의 인성과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전반적으로 폭력문화와 여러 가지 상황들이 같이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 홍용연 (경찰청 학교폭력 신고 117 센터)
작년 이맘때 117신고 센터를 알았던 분들이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많은 분이 알고 계십니다. '드러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접수된 117신고 건수에 바교하면 올해 기하급수적으로 신고가 늘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 스스로 내 아픔을 말할 수 있는 그런 단계에 점점 들어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신고해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해결되는 사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신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17 센터는 앞으로도 더 많이 확대되어 전문성을 가지고 다가갈 것입니다.
◆ 김선규 (광주 청소년비행예방센터장)
근래에 들어서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육을 받는 학생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학교폭력으로 의뢰된 학생들은 예방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되어있는데,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사소한 잘못들이 범법행위로까지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긍정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부모와 자식간에 소통 부재가 그동안 너무 소홀하게 다루어졌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더욱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각 기관이 업무의 정책적 틀을 짜고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연계할 수 있는 통합된 범정부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영화 (정신과 전문의)
학교폭력대책 발표 후 가장 큰 변화는 가해 학생들이 병원에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가해 학생에게 '왜 학교폭력을 했냐'고 물어보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런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피해 학생의 경우에는 말할 수 없이 상처가 큽니다.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갑자기 충동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항상 자살할 준비를 하고 있고 자살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 좋아하던 것도 하지 않겠다.' 그러면 혹시 폭력의 피해학생이 아닌가 생각해보십시오.
가해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 범죄자가 될 확률이 가해경험이 없는 청소년에 비해서 3배~4배 높게 나옵니다. 학교폭력도 하나의 사회적인 질병이라고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것이고 더 나아가 친구가 괴롭힘을 당할 때 못 본 척하면 안 된다고 학교에서 꾸준히 교육해야 합니다.
4회 필통톡을 마무리하며...
■ 이주호 장관
변화의 핵심은 '학교폭력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런 인식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해결 방안의 핵심은 소통입니다. 학교차원에서도 계속 소통하고 공감하고 감동하는 프로그램들이 좀 더 많아져야 하며 그런 것이 인성교육이라고 봅니다.
대한민국은 워낙 인성교육의 강국이었기 때문에 예로부터 지·덕·체 전인교육을 많이 강조해왔습니다. 최근 입시 위주의 교육이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성이 중요하고 아이들 행복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특히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온 나라가 다 나서서 뜨겁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인 국가에너지가 결집이 되고 있으며, 그것을 특히 아이들 인성을 길러주는 쪽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만하지 않고 오늘부터라도 다시 반성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실제 학교폭력에 고통받는 학생의 누나가 장관님의 양해를 구하고 단상에 올랐습니다. 다소 조용했던 현장은 여학생의 뜻밖에 행동에 일순간 이목이 집중되었고, 침착하게 동생이 겪은 학교폭력과 해당 학교에서의 미흡한 대처에 동생과 가족 모두가 느꼈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눈물로 호소하였습니다.
학교폭력이 반드시 없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참석자 모두에게 각인시켜준 가슴 아픈 사연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서로 소통하고 해결할 방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긍정의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교폭력의 뿌리를 뽑는 것에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학교를 비롯한 각 가정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 아래 끊임없이 소통하며 보완점을 찾아 힘을 합친다면 언젠가 반드시 학교폭력은 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교과부를 비롯한 모든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교육 소통 프로그램 필통톡에 대해 더욱 격려와 참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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