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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친절한 이웃, 학부모리더

대한민국 교육부 2013. 2. 22. 16:30

 

친절한 이웃, 학부모 리더를 아시나요?

 

새 학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육청, 주민 센터, 학부모회 등에서 새내기 학부모를 위한 강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배려대상자 학부모는 가슴앓이만 합니다. 이런 사회적배려대상자를 찾아가 학부모 역할에 대해 알려주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이웃, 친구가 되어 주는 학부모 리더가 있습니다.

저는 지난 1년 학부모 리더로 활동했는데요. 학부모 리더를 하며 제가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주변에 있는 사회적배려대상자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은 따뜻하지만, 표현이 서툰 외톨이

 

첫 번째 가정에서는 중학교 남학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남학생은 학년 초 실시한 기초정서검사에서 우울 지수가 높게 나왔습니다. 부모님 다 계시고, 경제적 취약 계층도 아닙니다. 부모가 맞벌이하는데 어머니가 타지방에서 근무 3주에 한 번 다니러 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등교시켜 주고 나면 하교 후 종합학원 갔다 집에 가는 8시 이후에나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사 시간도 불규칙하고, 살가운 대화 없이 밥 먹고, 가끔 PC 게임을 함께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누군가와 얘기 나눌 시간이 없으니 교우관계도 겉돌고, 고열량 간식으로 외로움을 달래다 보니 비만입니다. 일단 말을 안 하니 속내를 알 수 없다며 담임선생님과 상담선생님께서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이미 이런저런 검사는 받았을 테고, 타이르는 상담은 질렸을 거로 생각해 친구가 되어 주기로 했습니다. 체육 수행평가 하는 배드민턴과 이단 줄넘기도 하고, 간단한 조립, 만들기, 요리도 했습니다. 심드렁하게 있다 기껏 하는 말이 ‘괜히 과장하지 마라’, ‘얼마 받느냐?’입니다.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선 짜증을 내고,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잘하는 게 없는 상담자가 어설픈 운동과 그림, 노래하니 점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놓고, 대답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선생님께 사전양해를 구하고 등산을 갔습니다. 약수터에서 김밥을 나눠 먹는데 할아버지들이 '엄마랑 왔느냐? 기특하다.' 칭찬하십니다. 산사에 들러 절도 하고, 도토리 다섯 개 먼저 줍기 내기도 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돌아 어둑해질 무렵에야 내려왔습니다. 툴툴대던 녀석이 제법 의젓하게 선생님 밤길 걱정을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아쉬운 작별을 할 즈음 여러 친구가 몰려와 장난치고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특별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이상한 친구인가 경계할것 같아 그 갑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애처롭게 여겼는데 ‘노는 거였느냐? 우리도 상담받을 걸 그랬다.’ 농담도 했습니다. 아직 본인이 뭘 잘하는지 하고 싶은지 모르지만 앞으로 찾으려는 노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께 직접 싼 김밥도 드리고, 게임이 아닌 다른 할 일이 생겼습니다.
이 남학생과는 가끔 전화와 문자로 안부를 전하며 지금도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어가 낯선 파키스탄 어머니와 아이들

 

두 번째 가정은 파키스탄에서 유학 온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가정이었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 대부분이 영어를 사용하니 어려움이 없었지만, 문제는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딸이었습니다. 이슬람문화권 사람이라 가리는 음식도 많고, 영어도 기초적인 것만 아는데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정통신문을 내어 주면 일일이 아빠와 영어로 통화해서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니 담임선생님도 영어전담선생님도 고역입니다. 게다가 엄마는 이슬람문화권의 전통에 따라 여전히 사리을 입고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외부인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걸 아빠가 허락하지 않을뿐더러 5살 남동생이 바람이라도 쐬고 나면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필요한 물품은 아빠와 함께 마트를 가거나 인근에 사는 파키스탄인들과 동네슈퍼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한국어 습득이 급선무라 판단,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물어보니 이 경우는 다문화가정이 아니라 완전한 외국인으로 분류되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3년을 살아야 하고, 혹 연장될 수도 있는데 당장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으면서 그냥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처음엔 구글 번역기를 내려받아 영어로 소통했습니다. 다행히 엄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력이라 영어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본인도 배우려는 의욕이 강해서 짧은 문장이라도 한국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글 익히기 교재를 가져다 노트에 쓰는 연습도 했습니다. 경계심이 사라지면서 집에도 초대받아 가게 되었고, 세탁기가 고장 나 손빨래해서 가재도구 위에 걸쳐놓은 옷들을 빨래건조대 사서 너는 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추워지면 얇은 전통의상으로 버틸 수 없으니 저렴한 매장도 알려 주고, 금방 자라는 아이들 옷, 한두 번 보다마는 동화책 등은 얻거나 빌리는 방법을 권했습니다.

 

또박또박 쓴 한글 노트

공식적 학부모 리더활동은 12월 말로 종료되었지만, 이 가정은 올 3월 남동생이 병설유치원에 입학하고, 엄마가 기본적인 생활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학부모 리더를 마치며

학부모 리더를 하면서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다는 평범한 진리를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리더가 아닌 친절한 이웃이 되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많은 사람이 동참해야 각 분야 전문가도 있을 것이고, 십시일반 도움도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학부모 리더는 전문적인 지식이 많고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활동이 아니고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두의 자녀가 행복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내 자녀도 더 성숙할 수 있다는 공동체적 마음만 있다면 가능한 활동입니다. 올해는 더 많은 학부모가 이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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