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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로 원어민 교사와 Hello!

대한민국 교육부 2009. 5. 12. 20:02

모니터로 원어민 교사와 Hello!
화상으로 미시간 교사와 연결,강원도 청양초등학교 탐방기

이 글은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홍지미 학생의 글입니다. >>> 


강원도 철원행 버스는11시 40분 출발이었다. 10시 30분에 일어나 헐레벌떡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출발 십분 전 철원행 버스표를 간신히 샀다. 버스표를 보니 서울부터 철원까지는 114.9km였다. 도착하는 데 대략 3시간 쯤 걸릴 것 같았다. 3시간 후면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다. 매표소 옆에 있는 김밥집에 뛰어가 얼른 김밥 한 줄을 사들고 서둘러 버스에 올라탔다. 승객은 나, 할머니, 할아버지 이렇게 총 세 명이었다. 출발 시간이 되자 버스 기사는 손님이 더 없나 습관적으로 밖을 훑어본 후 천천히 출발했다.

세 명의 승객을 싣고 버스는 차로 붐비는 반포를 빠져 나왔다. 버스는 반포대교를 건너 강북의 한강변에 난 도로를 달렸다. 한강변을 미끄럽게 달리는 버스의 왼쪽 창가 너머엔 산꼭대기까지 지어진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오른쪽엔 고층 건물이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었다. 세차를 하지 않아 먼지가 덕지덕지 묻은 차창 너머로 왼쪽과 오른쪽의 풍경을 번갈아 보다가 갑자기 잠이 밀려왔다. 천만 명이 북적거리는 서울에서 보낸 지난 4년간의 피로감에서 비롯된 잠이었다. 반수면 상태에 빠진 채 앞자리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 “철원에 뭐… 별다른 게 있습니까?” “없지요. 쌀농사 많이 하는 것 빼고는. 이번에 장에나 한번 가 보려고요.” 

철원에 별다른 게 없다고?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한탄강이 철원 땅을 뒤덮은 두꺼운 용암층을 뚫고 묵묵히 흘러 지금은 비옥한 평야가 형성돼 해마다 질 좋은 쌀이 수확된다는 것, 한탄강이 용암층을 깎아질러 형성된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북한 접경지대라 군대가 주둔한다는 것. 이것 빼고는 별다른 점이 없다. 어차피 사람 사는 것은 서울이나 철원이나 힘든 건 매한가지다.

그러나 ‘별다른 게 없다던’철원 땅에 최근 들어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지난 1월부터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청양 초등학교 학생들은 일주일에 2시간 씩화상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들이 프로젝터 화면상으로 만나 대화하는상대는 미국 미시간 주의 현직 원어민 교사다.

이 수업은 강원도교육청 주최로 원어민 영어 강사 배치가 어려운 강원도 농어촌 지역의 학교의 사정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강원도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EBS에서 개발한 교재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겨울방학 때 청양초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거친 후 현재 강원도의 37개 초등학교와 2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단 한 명의 원어민 강사도 없는 청양초등학교는 그 중 하나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화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졸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버스의 덜컹거리는 움직임에 잠이 깼다. 버스는 검붉은 색이 감도는 밭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깎아지른 계곡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다리를 건넜다. 철원이었다. 철원 역에 내린 후 택시를 탔다. 농촌 언저리에 위치한 학교까지 한참을 달렸다. 택시에서 내려 논 사이에 난 길을 걸어 청양초등학교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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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놓인 신발과 우산꽂이가 귀엽다

“마침 화상 영어 수업을 시작하려던 차였어요.” 청양초등학교 6학년 화상영어수업 담당 김복란 교사(27)는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청양초등학교는 5학년과 6학년을 대상으로주 1회 40분씩 화상영어수업을 실시한다.오늘은 금요일. 초등학교 6학년이 수업 받는 날이다. 5학년은 화요일에 수업 받는다. 원어민 교사는 EBS 자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교재를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본격적 화상영어수업을 하기 전에 담당 교사와 그날 원어민 교사와 대화할 내용을 한 시간 반가량 미리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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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영어수업 내용을 미리 공부하는 아이들

김 교사의 안내를 받아 학생들이 화상 수업할 내용을 미리 공부하는 교실에 도착했다. 총 14명의 학생들은 “Where are you from?" "I'm from Korea." "Where do you live?" "I live in USA."등의 내용을 배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교실에 설치된 TV에 연결해 EBS 동영상을 보며 교사의 지시에 따라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한다. 아이들은 "Where is he from?" "He's from Canada."등의 문장을 큰소리로 말하며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었다.

한 시간 가량의 선행 학습이 끝난 후 김 교사는 본격적 화상영어수업을 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실로 갔다. 과학실에 관련 장비가 설치돼 있다. 김 교사는 인터넷으로 화상영어수업 연결을 시도했다.마침내 미시간 주의 현직 교사와 연결이 됐다.원어민 교사는 매 수업마다 랜덤으로 바뀐다. 오늘은 다소 몸집 있어 보이고, 인디언 인형 같은 단발머리를 한 중년의 백인 여교사다. 미시간 주의 교사가 “Hello, everyone!"하고 인사하자 아이들은 갑자기 쑥스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Hello”라고 답했다.

선행 학습 때 활발했던 모습에 비해 조금은 작아진 목소리. 이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Where do you live?" 학생들이 대답하기를 망설이자 교사는 검은 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은 한 학생을 지목하며 다시 물었다. “Where do you live?” 그렇게 40여 분 동안 수업이 진행됐다. 원어민 교사는 잘 대답하지 않는 아이를 가려내 그 아이를 화면에 크게 클로즈업 시킨 후 대답을 유도했다. 마칠 때가 되었다. 프로젝터 화면 속의 영어교사는 손을 흔들며 “Thank you guys, you are awesome!"하고 칭찬했다. 아이들은 이에 "Thank you, bye."하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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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주의 현지 영어교사와 연결된 화상 영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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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수업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날 화상수업을 받은 청양초등학교 6학년 이민지 양은 “특히 발음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소수의 학생들이 소규모 그룹별로 5, 6명씩 앉아서 받는 화상수업은 확실히 학습 효과가 있는 듯했다.

지난 1월 청양초등학교에서 시범수업을 진행했던 강원도 화천군 담옥초등학교 이소라 교사는 “근처에 영어학원도 없어서 원어민을 만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이 화면상으로나마 원어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어민을 만나는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원어민과의 대화를 통해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붙지 않겠느냐”고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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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교재, 수업교재로 공부하는 아이


원어민과의 대화를 수줍어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김민지 양에게 수업시간에 다 배웠던 내용인데 원어민 교사의 질문에 왜 망설였냐고 물었다. 그러자 민지 양은 “쑥스러워서 그랬지만 계속 하면 나아질 것 같다”며 양 볼이 붉어진 채 대답했다. 생경한 외국인의 모습이 아직은 낯선 모양이다. 김 교사도 “아이들이 아직까지는 신기해하는 단계지만수업에 적응해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원어민과 자신감 있게 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재를 마친 후 김복란 선생님이 철원 버스 터미널까지 차로 데려다주셨다. 교사 경력 3년차인 김복란 선생님은 “화상영어수업도 좋지만 원어민 교사 보급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철원의 큰 학교 세 군데를 제외한 작은 학교에 금요일마다 원어민 교사가 순회 수업을 하러 온다”고 설명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 분이 영어화상수업에 대해 설명한 말이 떠올랐다. “1학기 동안 운영하고 성과를 분석해 수업을 연장하거나 학교를 확대할 방침입니다.”도·농 간 학생들의 영어 격차를 줄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 진화상영어수업.강원도 청양초등학교의 학생들이 도시의 아이들 못지않은 자신감과 영어실력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 홍지미|교육과학기술부 대학생 블로그 기자
 e-mail |sky4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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