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북(book)적북(book)적한 대학 축제 본문

교육부 국민서포터즈

북(book)적북(book)적한 대학 축제

대한민국 교육부 2013. 5. 29. 13:00

중간고사가 끝나고 점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푸른 녹음이 우거지는 5월. 축제기간이 다가오면서 그 열기로 각 대학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대학축제’ 하면 연관검색어에 초대 연예인이 뜰 정도로 대부분 어떤 연예인들이 오는지에 대해 관심을 많이 두는데요, 대학축제는 단순히 연예인을 보는 기회가 아니랍니다. 대학축제는 공연뿐만 아니라 전시, 체험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가 다니는 경희대학교는 5월 13일에 축제를 시작해서 16일까지, 4일간의 아쉬운 축제를 마무리했는데요, 이번 축제는 보다 의미 있는 대학축제를 만들기 위해 ‘책’을 주제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래서 축제의 이름도 '북(book)적북(book)적'이었답니다. 북적북적의 프로그램에는 북 콘서트, 독서 골든벨, 저자와의 대화 등이 있었는데 다 참여하고 싶었지만, 시간표상 저는 그중에서 북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구혜선과 데이브레이크가 함께 한 북 콘서트, 궁금하지 않으세요?


북 콘서트음악을 바탕으로 독서 자가 책을 읽어주거나 독서자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처음에 저는 북 콘서트라는 점보다 북 콘서트의 독서 자와 연주자가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답니다. 제가 참여한 북 콘서트는 축제 둘째 날 벚꽃 나무가 펼쳐져 있는 마로니에 길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나른한 오후 2시에 시작되었는데요, 1시 반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갔는데도 마련되어 있는 의자는 만석이더라고요. 아쉬운 대로 의자 바로 뒤에 서서 2시가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2시가 막 되자마자 구혜선 씨가 무대에 올라오면서 북 콘서트는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TV에서처럼 실물도 정말 예쁘셔서 특히 남학생들의 환호가 대단했답니다. 구혜선 씨는 환한 미소로 보답하며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학생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은 왜 사세요?”

별다른 생각 없이 연예인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북 콘서트에 참여했던 저는 잠시 멍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그 질문에 답을 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대답하기 정말 어렵더라고요. 다들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환호성으로 가득 찼던 마로니에 길은 순간 조용해졌습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구혜선 씨는 계속해서 "그렇다면 여러분, 대학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하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하시나요?"라는 조금은 심오한 질문을 던지면서 콘서트를 이어나갔습니다.

구혜선 씨는 최근 자신이 영화감독이 되어 영화를 제작하고 이를 책으로도 만들어 출판한 경험을 말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 중심에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면서 자신을 깨닫게 해준 책 속에서 찢어진 우산이라는 부분을 읽어주었습니다.

 

‘찢어진 우산’의 내용은 비 오는 날 멀쩡한 우산이 없어 찢어진 우산을 쓰고 엄마 등에 업혀 학교에 갈 때 작가는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야기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찢어진 우산이든 멀쩡한 우산이든 비 오는 날에도 빼먹지 않고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라는 문장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인데도 타인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던 저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구혜선 씨는 ‘찢어진 우산’을 통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인생을 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매우 공감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저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들었어요. 인생이 펼쳐지는 곳이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타인을 신경 쓰지 않기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실패가 있을 것이고 성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구혜선 씨는 자신이 만든 영화를 언급하며 분명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 행복을 느꼈고 자신이 세운 성공의 기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자신감에 찬 말투로 말하는 구혜선 씨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말에 신뢰가 갔고 앞으로 저도 용기를 내서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구혜선 씨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사전에 준비된 질문과 현장질문에 대해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1. 경희대학교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사전질문)

구혜선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이요.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용기를 준 책이에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분명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도 불구하고 그 하루하루에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말 보람 있고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2. 영화, 노래, 책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셨는데, 그렇게 만든 계기가 있나? (현장질문)

구혜선 : 제가 연기자로 데뷔했는데, 사실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의 저는 어려서 제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기보다는 그저 별다른 생각 없이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었어요. 그렇게 연기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제 인생에 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저는 지금도 여전히 도전하면서 저 자신을 찾아가고 있어요.


Q3. 젊었을 때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장질문)

구혜선 :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이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이 되어주는 것 같더라고요. 부딪히고 이기고 하면서 점점 커 나갈 수 있거든요. 도전뿐만이 아니라 사랑도 열심히 하세요. 그 나이에만 정말 순수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아요. 여기 계신 모든 분 다 어떤 일이든 겁내지 말고 용기 내서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질문시간이 끝나고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뜨겁게 사세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구혜선 씨와는 작별하고 이어서 데이브레이크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데이브레이크는 밴드답게 활발한 곡과 더불어 때로는 잔잔한 노래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잔잔한 음악이 나올 때는 그 선율과 나른한 날씨에 몸을 맡기고 앞에서 구혜선 씨와의 북 콘서트 내용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답니다. 예상보다 반응이 매우 뜨거워서 앙코르 공연까지 마치고 나서야 북 콘서트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축제는 그저 놀고 즐기는 것으로 생각해왔었는데, 이번 북 콘서트를 통해 생각이 확 달라졌어요. 축제에 ‘책’이 있다면 왠지 약간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고 공강 시간에 밥 먹고 흐지부지 보내는 평소와 달리 강의실 밖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 참 좋더라고요. 학문적인 지식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어 참 뜻깊었어요. 


저는 무엇보다도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말이 계속해서 떠오르더라고요.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동안 제가 잊고 지냈었던 것 같아요. 이번 북 콘서트를 계기로 저는 '찢어진 우산'으로 대변되는 제 주변의 여러 가지 겉으로 비치는 것들과 주위 시선들을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저의 길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답니다. 구혜선 씨가 말하지 않아도 얼굴에서 저절로 느껴지는 그 행복을 저도 꼭 느껴보고 싶거든요.

책과 함께하는 북(boo)적북(book)적한 대학 축제

연예인이 와서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책과 관련한 건전하고 즐거운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더 여운이 진하게 남는 축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북 콘서트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내내 구혜선 씨가 북 콘서트 초반에 했던 왜 사는지, 대학은 왜 다니는지와 같은 질문이 떠올라서 마음속으로 그 대답을 생각했어요. 또 구혜선 씨가 추천한 책을 찾아보러 서점에 들르기도 했답니다.

 

단순하게 웃고 넘기는 즐거움이 아닌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돌아보게 하는, 오래 간직되는 즐거움. 앞으로 대학생들이 만들어 나가야 할 대학문화의 모습이 아닐까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