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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폐허를 딛고 재건된 서울을 보다 본문
서울시립대박물관에서는 6월 5일부터 9월 30일까지 어느 사진가에 의해 기록된 195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1950’s 서울의 기억'이라는 특별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1950년은 우리 민족의 최대 아픔인 6.25 전쟁이 일어난 해입니다. 그래서 50년 하면 ‘전쟁과 폐허’라는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이번 특별전은 전쟁이 끝난 1953년 이후 재건 시대의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소개에 사진전을 가게 되었습니다.
시립대박물관은 정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단층의 목제 건물로 박물관 같지 않게 소박하고 정감이 드는 건물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목조건물이다 보니 1950's 서울의 기억 사진전에 잘 어울렸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들어간 기분이었습니다. 사진전은 서울의 경관과 인물, 장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경관>은 남산에서 서울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들과 시내 주요부를 기록한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남산에서 서울을 찍은 예전의 사진들은 대부분이 동부나 남쪽을 찍은 것들인데 이번에 전시된 사진은 서부를 찍은 흔치 않은 사진이라 합니다. 지금은 남산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면 높은 빌딩이 우후죽순으로 세워 있어서 완벽한 도시의 모습을 보이는데 이 사진에서의 서울은 자동차도 보이지 않고 낮은 집들이 낯선 서울의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멀리 보이는 산은 겨울이 아닌 것이 분명한데도 나무가 없는 빈둥 산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흔적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위 사진은 이번 사진전에서 중요사진 중의 하나로 멀리 명동 성당이 보이고 주변에 많은 천막촌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천막들 사이로 부서진 건물의 벽이 보이고 빨래들이 걸려 있는 것이 사람이 사는 공간임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어 안쓰러움 속에서도 일상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다 보니 시장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이곳에서 형성된 시장이 후에 남대문으로 연결됐다 합니다.
한강이 보이는 명수 대는 지금의 중앙대가 있는 흑석동으로 일본인들의 별장이 많은 곳으로 일인 전승 답들이 세워진 곳입니다. 앞의 천막촌과 비교되게 부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미군의 지원으로 청량리 부근에 단층으로 건물을 지어 주민을 살게 했다 합니다. 모양도 같고 색깔도 같은 단순한 건물의 모습이 단지 거주하기 위한 건물 같아 보입니다. 건물 앞에 굴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저 건물들은 난방으로 장작을 사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얼마 후에 헐어버리고 2층으로 다시 지었다고 하니 실용성은 없었나 봅니다.
서울 시내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속에는 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는데 <인물>을 보여주는 사진에는 전쟁 직후 라는 느낌 보다는 밝은 분위기의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위 사진은 피난을 가는 것이 분명한 모습인데 트럭 위에 자리 잡은 아이들의 표정이 즐겁기만 해 보입니다. 미처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도 못하고 나온 것 같은 여자아이의 급박한 모습과는 대조적인 표정입니다.
전쟁이 나면 가장 힘든 사람이 부녀자와 노약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래 사진들 속의 모습은 차차 전쟁의 상처가 아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두 닦고 있는 사람은 얼핏 보면 남자라고 착각할 정도로 얼굴을 싸맸지만, 손가락의 가락지가 여자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시대의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자식을 위해 어떤 궂은일도 마다치 않고 기꺼이 하셨습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가히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또한, 폐허 속에도 배움이라는 의지 하나로 올망졸망모인 아이들의 모습에서 전쟁이라는 상처가 삶의 의지까지 빼앗아 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사람들에서부터 미군 사이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상의 삶 속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왔던 50년대의 서울 사람들이 오늘에 눈부시게 발전한 서울이 있게 했음을 이번 사진전을 둘러보면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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