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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우체통은 어떻게 생겼을까? 본문
우정(郵政)박물관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우정박물관은 우리나라 우편의 역사를 한곳에 모아놓은 박물관으로, 1884년 우정총국의 설치부터 오늘날까지 우정의 발자취가 다양한 자료와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친구 사이의 정을 뜻하는 우정(友情)을 떠올렸는데요, 아마 제 또래의 학생들은 저처럼 우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편'을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거예요. 그만큼 편지와 관련된 기억이 적다는 것이겠죠? 우편함은 광고지와 고지서들이 차지한 지 오래니까요.
하지만 부모님 세대에는 우정(郵政)으로 우정(友情)을 쌓았다고 말할 정도로 편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컸습니다. 그래서 우정의 역사가 바로 과거와 현재의 우리 모습이고 그 속에서 삶의 변화도 엿볼 수 있지요. 130년 한국 우정의 역사를 만나러 함께 떠나볼까요?
◆ 우리나라 우정의 역사가 한눈에!
1 전시실 '우정 역사관'으로 들어서니 한국 우정의 발자취가 1883년 우정사 설치부터 현재까지 연표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또, 고종의 '우정총국개설 왕명'부터 '대한제국 우체요금표'까지 관련 문서도 아래에 함께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우편제도가 어떻게 운용되었는지 이해하기 쉬웠어요. 그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우정 업무가 시작되기 전 삼국시대나 고려 시대 우역에 대해서도 문헌을 찾아 보여주는데요, 삼국사기에 이미 우리나라 우역제도에 관한 첫 기록이 있더라고요.
말을 타고 달려가는 파발의 모습과 봉수대의 모습도 보이죠? 국가 중요 문서를 전달하는 관리들이 묵는 우역관에는 마패로 말을 빌릴 수 있게 되어있었다고 하네요.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불을 피워서 어디에서든 잘 볼 수 있도록 했던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 패널이나 문서를 보는 것도 좋지만, 옛 물건들을 보면서 당시를 상상해보는 것은 더 재미있습니다. 조선전보총국 초대 총판(總瓣)을 지낸 홍철주 선생님의 유품인데요, 허리띠에 함께 차고 다녔던 호패와 부싯돌입니다. 굉장히 정교하죠?
이 밖에도 옛날에 사용했던 인장, 일부인(日附印), 최초에 발행된 여권 등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우정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전시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위우표><조선시대 후기의 우체통>
1884년,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가 탄생했습니다. 이 우표를 '문위우표'라고 부르는 이유는 우표의 액면이 당시의 화폐단위인 '문(文)'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표에 '오 문', '십 문' 이렇게 쓰여 있어요. 단순해 보여도 무늬는 상당히 정교하답니다.
이런 거 보신 적 있으세요? 조선 시대 후기의 우체통입니다. 나무통만 보면 언제 사용하던 물건인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옆에 달린 자물쇠를 보니 짐작이 갑니다. 비가 오면 안에 들어있는 봉투가 젖어서 글씨가 번질 텐데 어떻게 배달을 했을지 궁금해지네요.
처음 '체전부'라고 불렸던 집배원 복장이 이렇게 변화해왔습니다. 맨 왼쪽에 보이는 건 조선 시대 사복차림의 집배원입니다. 그 당시에는 교통수단도 잘 발달하여있지 않았을 텐데 편지 하나를 배달하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1890년대에만 해도 서울 장안에서 접수된 우편물이 보름 동안 137통 정도였다는데요,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우편업무량만 봐도 알겠어요.
◆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까?
2전시실 '우정문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 사용했다는 우편물 접수용 저울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제가 태어나기 이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사진 왼쪽 아래에 보이는 작은 상자는 1905년에 현금 수납 시 사용한 금고인 '전함'입니다. 가운데 있는 것은 사서함인데요, 1960년대에도 개인 전용 우편함인 사서함이 있었다니 저도 처음 알았네요.
우체국에서는 우편업무와 함께 금융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아시죠? 그래서인지 우체국의 역사가 우리나라의 금융역사와도 관련이 많이 있답니다. 옛날 돈을 담아 운반하던 자루부터 예금통장, 현금 대용으로 이용했던 각종 유가증권도 전시되어 있고요, 일제강점기 때의 보험증서도 보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계약 1호는 바로 '소'보험이라고 하는데요, 생명보험이 아닌 소 보험이 1호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네요. 농업사회였던 당시에는 소나 집, 농토 등이 주요 보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세계의 집배원 옷과 우체통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실용성을 우선으로 해서인지 집배원은 어느 나라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셔츠의 무늬나 색깔만 조금 다르고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우체통은 참 각양각색이죠? 색깔도 모양도 다양합니다. 주로 눈에 잘 띄는 노랑이나 빨간색이 많은 데 비해 미국과 중국은 어두운 색깔을 선택했다는 것이 특이했어요.
◆ 신기한 우표 다 모였네!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영국에서 발행되었다고 합니다. 발행 국가가 표시되어있지 않은 우표는 영국이 유일하다는데요, '최초'라는 자부심 때문이겠죠?
우리나라는 이보다 44년 늦게 우표가 나오긴 했지만, 국가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기념우표가 발행되다 보니 우표를 통해 우리나라 역사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색감도 디자인도 훨씬 더 세련되어지고 있고요, 저 작은 종이 안에 많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아이디어가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해에 발행된 우표와 최근의 우표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답니다.
특이한 우표도 많습니다. 흔히 보는 네모 우표가 아닌 원형, 부채꼴, 삼각형, 팔각형, 부채꼴 등 모양도 다양하고요, 향기가 나는 우표도 있네요. 붙이기 쉽도록 스티커로 되어있는 우표도 있습니다. 입체우표는 가장 특이하다고 느꼈지만 붙일 때도 소인을 찍을 때도 배달할 때도 눌리지 않게 조심해야 하겠죠?
세계의 우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세계의 과학의 발전사와 문화, 역사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요. 우표를 통해 각 나라의 역사와 명승고적, 동식물, 예술, 문화, 기술 등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표수집이 인기가 있나 봅니다.
◆ 어떤 체험활동이 있을까?
단순히 '보는' 박물관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죠. 우정박물관에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마련되어 있답니다. '세계우표검색코너'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우표 검색을 통해 시간과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요, 사진을 찍어 예쁜 틀로 꾸민 후 원하는 사람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포토메일 보내기'도 재미있습니다. 우정박물관에 온 인증사진을 보내보세요.
카메라가 내 몸의 움직임을 인식해서 모니터 속의 퍼즐을 옮겨서 맞춰주는 '우표 퍼즐 맞추기'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우정문화체험관에는 세계의 집배원 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요. 우리나라와 브라질, 덴마크의 집배원 복 중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친구와 기념사진 하나 남기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이메일이 아닌 펜으로 쓴 편지를 써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시나요? '사랑의 편지쓰기' 코너에서는 우체국 체험의 하나로 편지지와 봉투, 우표를 나눠주고 직접 쓴 편지를 가정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탁본체험도 해보았습니다. 탁본대, 한지, 밀대, 롤러, 잉크가 모두 준비되어 있고요, 열심히 잉크를 발라 밀대로 쓱싹쓱싹 문지르니 멋진 탁본이 완성됩니다. 기념품으로 가져가면 되겠죠?
◆ 가족과 함께 떠나는 추억여행
푸른 잎이 우거진 옥외 테마공원으로 나와봤습니다. 나무 사이로 커다란 우체통과 낡은 기차 한 칸이 보이네요. 한 세기가 넘도록 우리의 사연을 싣고 달렸던 우편열차와 새천년을 맞이하여 제작된 밀레니엄 우체통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까요. 높이가 4m나 되는 밀레니엄 우체통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고 하는데요, 우편물을 넣으면 자동으로 음악을 들려준답니다. 두근두근하며 전시관에서 쓴 편지를 쏙 집어넣습니다. 직접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보긴 처음인 것 같네요.
규모는 작지만, 우정박물관에서는 평범한 일상 중 하나인 편지 속에 담긴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차게 보여줍니다. 또한, 편지 하나로 어른에게는 옛 기억을 불러주고 아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며 추억을 함께 만드는 나들이 장소입니다. 휴가를 떠나는 길에 들러도 좋고, 잠시 주말을 찾아 조용한 공원을 찾았다고 생각하여도 좋은 우정박물관. 가족과 함께 떠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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