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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창신동'의 꿈, 희망, 정겨움을 보다. 본문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았을 화려하고 웅장한 동대문시장! 웅장한 쇼핑몰들이 쭉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 건물들 뒤편엔 어떤 세상이 있을지 생각은 해보셨나요? 그곳에는 창신동이 있습니다. 우리는 동대문시장은 잘 알지만, 창신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저마다 창신동 봉제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을 하나쯤은 입고 있죠.
2013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서울 반세기종합전 다섯 번째로, 동대문시장의 발전을 이끈 창신동에 주목하고 전시합니다. 지난 15일 저는 전시를 보러 서울역사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옛 구멍가게와 거리에서는 정겨움이 묻어났습니다. 창신동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창신동에서 본 꿈, 희망, 정겨움을 스케치합니다.
가고싶은 정겨움, 창신동
창신동은 훌륭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해냈습니다. 먼저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이 있죠. 세계적인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은 육의전 거상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재벌로 알려진 백낙승의 아들로 창신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큰 대문집'으로 불렸던 아흔아홉 칸의 대궐 같은 집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현재 이곳 197번지 일대에는 다세대주택과 한옥이 들어서 있다고 합니다. 유년기의 창신동을 그리워한 그는 창신동에서 '큰 대문집'이라는 푯말을 세우고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한국에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창신동'이라 밝히기도 했답니다.
또, '납작 화법'으로 유명한 현대화가 박수근이 있습니다. 미군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준 대가 35만 환으로 그는 창신동에 집을 샀습니다. 1953년부터 거주하였으나, 철거 때문에 1963년 이사를 하여야만 했을 때까지 이곳 창신동에 살았습니다. 박수근은 서민의 애환이 담긴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의 그림에는 창신동 채석장의 거친 표면이 묻어 있는 듯하다고 합니다.
꿈이 살아 있는 곳, 창신동
6·25전쟁 이후 창신동은 인근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거주지가 되었고, 1970년대 말부터 청계천 평화시장 인근의 봉제공장은 창신동과 신당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특히 창신동에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고, 원단을 공급받아 바로 다음날 납품할 수 있다는 장소적 이점 때문에 동대문 의류시장 기지로 자리잡게 되었고, 높은 밀도의 운집성, 숙련된 기술공, 동대문시장에 근접한 지리적 위치, 놀라운 기동력을 자랑하며 우리나라 봉제공장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창신동에 가득하던 '봉제공장' 모습>
창신동 봉제공장에는 "기술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맨주먹으로 사장님이 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통한다고 합니다. 창신동의 봉제인 아주머니들은 젊은 시절 꽃다운 나이에 봉제공장의 여공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봉제공장의 안주인이 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봉제공장은 미싱기계(재봉틀) 몇 대만 있으면 공장을 차릴 수 있어서 숙련된 기술만 있으면 자본이 크게 많지 않아도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창신동의 꿈과 희망
창신동에는 봉제공장의 재봉틀 소리와 함께 친숙한 소리가 라디오 방송이라고 합니다. 그 중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이 있습니다.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국인데, 이름은 '덤'이라고 합니다. 창신동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 흘러나오는 방송은 그래서 서 더욱 정감 있고, 친근합니다. 창신동 주민은 이웃을 다 압니다. 그만큼 이웃에게 관심을 두고 대면하며 사는 곳인 것 같습니다. 정감있는 분위기가 여기서 나오겠죠.
창신동은 우리나라 경제성장 초기부터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여 봉제공장 여공이 사장님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곳입니다. 이제 한국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곳 창신동에 많이 모인다고 합니다. 이들은 여기서 꿈을 꿉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꿈입니다.
본 전시회에서 창신동을 보신 분들이 창신동에 대한 축복을 매달았습니다. 봉제공장 동네, 창신동에 걸맞게 예쁜 천 조각에 창신동에서 꿈과 희망이 끊이지 않기를 바라는 덕담을 담았습니다.
창신동을 보고 느낀 점(창신동이 주는 교육적 메시지)
창신동이 있었기에 동대문 시장은 의류 시장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꿋꿋이 자신의 역할을 하며 꿈을 키워온 봉제공장의 일꾼들, 그들이 열심히 일하여 새로운 주인이 되는 발전과정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묵묵히 일한 그들 같은 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오늘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제가 본 창신동은 희망과 꿈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쪽방촌이라고 하는 곳의 주거 환경도 보았는데, 이웃과 어울리며 관심을 둘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잃지 않고, 온 힘을 다하면 보람있는 결과가 올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창신동에서는 정겨움이 느껴졌습니다. 함께 갔던 엄마는 "어디서 오랫동안 본 것 같은 편안한 곳, 아무 할머니께나 가서 손잡고 한번 웃어드리고 싶은 곳, 노는 아이들에게 한 번쯤 장난치며 말 붙이고 싶은 곳, 봉제공장 아주머니는 편안한 엄마 같고, 오토바이 타고 배달하는 아저씨 모습은 어릴 적 나를 안고 여행 다니던 아빠같이 친근한 느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MADE IN, 창신동"은 오는 7월 21일(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계속됩니다.
창신동, 현장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본 전시회와 동시에 창신동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민들의 기억을 모아 '기억의 지도 제작', 주민의 참여로 창신동의 숨겨진 장소들을 재발견하여 작가들과 함께 공공미술로 제작하는 '삶의 몽타주', 백남준, 박수근 같은 '예술인의 집에 표석 설치하기' 등이 있습니다 |
한 번쯤 나들이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지금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는 더운 여름날 청량제 같은 분수가 솟아오릅니다. 아이들이 솟아오르는 물을 밟으며 즐겁게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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