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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5인의 추억에 물들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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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5인의 추억에 물들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3. 7. 11. 11:00

국립어린이 청소년도서관에서 우리 어렸을 적에 즐겨 부르던 동요와 동화를 지으신 아동문학가 5인(강소천, 마해송, 박홍근, 윤석중, 조흔파)의 개인문고 대표작품과 유품들을 한자리에 만날 수 있도록 기획한 개인문고 특별전을 마련하여 전시했습니다. '책으로 남은 아동문학가 5인 5색 전'이라 이름 하여 특별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의 아이들과 부모는 외국아동문학가의 이름은 한두 명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정작 순수 우리말을 사용하여 동요와 동화를 지으신 이분들의 이름은 낯설어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자료들을 통하여 이분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소개하여 우리나라 아동문학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의미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회에 가보지 못해 아쉽다면 도서관 개인문고 연구 자료실에 가면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 2층 입구 벽면 이름 옆에 대표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책 제목을 나란히 붙여 놓아 깔끔한 정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 만나 볼 수 있는 분은 강 소천 선생의 자료였습니다.

강소천(1915년~1963년) 선생은 1950년대의 대표적인 동화작가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엔 그분의 곱고 아름다운 가사가 붙은 동요가 많이 수록되어있습니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라고 시작되는 ‘어린이 노래’라는 동요는 어린이날이 다가올수록 많이 부르던 노래였던 기억이 나 무척 반가웠습니다. 코끼리, 꼬마눈사람, 태극기, 금강산 등 어릴 적 친구들과 입 모아 큰소리로 같이 불렀던 동요들이 많아 저도 모르게 반가운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특히, 금강산은 어릴 때 동무들과 골목길 어귀에서 고무줄놀이하면서 줄기차게 불렀던 노래라 그 시절 친구들과 놀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강소천 선생의 <꿈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동화는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의 추천도서에 빠지지 않던 책인데 이곳에서 만나니 그 또한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강소천 선생은 ‘꿈의 작가’라는 별칭으로 불리실 정도로 꿈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간혹 ‘꿈으로 현실 도피를 한다’는 혹평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오늘의 아동들은 꿈의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꿈의 세계에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한층 더 커다란 꿈을 주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얘기했듯이 저는 강소천 선생의 <꿈을 파는 집>,<민들레>를 읽고 어릴 때 ‘꿈’이라는 아름다움을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박목월시인의 추모 시처럼 ‘강소천이의 나라의 강소천이는 영원히 이 세상에 살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해송 선생(1905년~1966년)동화작가로 작가 자신이 다양한 장르실험을 거쳐 모든 장르의 글을 쓰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제가 읽었던<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애잔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던 동화로 기억하고 <떡배단배>는 재미있었던 동화로 기억합니다. 선생은 주로 우리말을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신 분이었다고 합니다. 선생이 쓴 일기의 한 부분을 보면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가지고 동화구연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보아 입말의 즐거움도 염두에 두고 글을 쓰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선생님의 동화는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에 읽어주면 제가 직접 이야기를 해준다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윤석중 작가가 쓴 추모 시 '해바라기 할아버지'라는 시를 보면 선생님 노년의 삶은 참으로 소박한 것 같았습니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친근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윤석중 선생(1911년~2003년)은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동요, 동시뿐만 아니라 어린이 문화운동에도 앞장서 어린이들에게 큰 꿈과 희망을 안겨 주신 분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불렀을 고추 먹고 맴맴, 퐁당퐁당, 달 따러 가자, 산바람 강바람, 낮에 나온 반달, 우산, 기찻길 옆, 고향 땅, 졸업식 노래 등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50편이나 실릴 정도라 합니다.

선생의 노래는 국민 3대가 함께 부르는 노래라 해도 빈말이 아닐 겁니다. 그의 노래는 부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밝은 노래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동심 천사 주의’, ‘초현실적 낙천주의’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다시 불러 보는 노래들은 그런 평하고는 상관없이 저의 기분을 좋게 하고 즐겁게만 했습니다. 가사도 어렵지도 않고 쉽게 따라부를 수 있게 쓰여 있어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는 노래라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박홍근 선생(1919년~2006년)은 동시를 출발점으로 아동문학가의 삶을 살아가셨다고 합니다. 저는 박홍근 선생의 <나뭇잎 배>라는 노래가 익숙해서인지 동화작가로서의 박홍근 선생은 잘 몰랐는데 <유성이 떨어진 곳은>과 <해란강이 흐르는 땅>을 쓰신 분인 걸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조흔파 선생은 1950년대 ‘명랑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1960년대의 희극드라마와 1970년대 얄개영화로 잘 알려진 분이십니다. 저의 어린 시절 한 부분을 떠올리게 하시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명절날에 TV에서 보던 ‘고교얄개’를 지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얄개전을 보고 난 다음 날 학교에서는 친구들끼리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데이트'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전시장 한쪽에는 그때 그 시절의 "고교얄개" 가 방영되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서 봤습니다. 주인공 나두수의 명랑한 장난을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무척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때의 저는 얄개를 통해 대리만족과 해방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악동이지만 의리도 있고 순수한 얄개가 좋았던 것이 기억이 나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인기 연예인에 열광하는 거 이해 못 할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얄개전'을 사서 읽어보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세대공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보고 나서 저 개인으로는 어렸을 때의 추억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가 영롱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여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5인의 아동문학가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합니다. 국립어린이 청소년도서관 3층 개인문고 연구 자료실에 아이의 손을 잡고 어릴 적 소중한 추억과 함께 그때 그 시절 즐겨 보고 부르던 동화, 동요이야기를 아이와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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