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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없는 기념일, 초등학생의 데이문화

대한민국 교육부 2013. 11. 10. 13:00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에서 10월 31일은 아무 날도 아닌, 평범한 날이었는데요. 해가 갈수록 학교도 핼러윈데이로 들썩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어 시간에 영미문화 체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탕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아이들도 보이고 특히 방과 후 학원에서 각종 체험을 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핼러윈데이…. 무슨 데이가 이렇게 많은지! 3월 어색한 학기 초의 화이트데이나 졸업식과 겹치는 밸런타인데이는 초등학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11월 ○○과자 데이는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인데요.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왜 신경써서 지도하는지 학교 풍경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01. ○○과자 데이 일주일 전, 6학년 교실

“너 누구한테 과자 줄 거야?” “우리 서로 교환하자. 나도 너한테 줄게.”

○○과자 데이 열흘에서 일주일 전부터 6학년 교실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누구에게 줄 것인지, 얼마나 줄 것인지 이야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과자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하는 수단 같은 유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소중한 우정을 표시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 얼마나 많은 과자를 주고받는가를 통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를 알 수 있고, 단짝 친구 무리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합니다.

 

#02. ○○과자 데이 당일, 교실과 복도

‘선생님들이 ○○과자 데이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는다면 교실과 복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늘만을 기다린 A양, 몇 달 치 용돈을 모아 대형할인점에서 과자를 잔뜩 사서 아침 일찍 등교합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돌리고 작년 같은 반, 같은 학원 친구 등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돌려야 해서 쉬는 시간이면 복도를 전전하기에 바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과 복도는 과자를 주고받으려는 수많은 아이로 온종일 북적이고 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엄청난 쓰레기와 과자부스러기, 그리고 과자를 받지 못해 소외된 아이들만 남습니다.


저학년 교실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유치원에서 간식을 나눠 먹던 것처럼 반 아이들 전체를 위한 과자를 들려 보내는 학부모님이 계셔서 이를 공개적으로 나눠줘야 할지, 집으로 가져가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은 매년 반복됩니다.


#03. 선생님들은 왜 ○○과자 데이를 반대하는 거지?

<○○과자 데이 생활지도 안내장>

전 매년 ○○과자 데이 일주일 전, 반 아이들과 ○○과자 데이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들은 과자를 나눠 먹고 싶어 하지만 전 여러 이유를 들어 가급적 가져오지 않도록 설득하고 대부분은 이를 받아들입니다.


1) 지나친 상술, 어른들이 조장하는 소비문화

가볍게 과자 한두 개를 주고받는 것이 무슨 문제냐 할 수 있지만 수십 개의 과자를 사는 학생이 한 반에 몇 명씩은 있었습니다. 온갖 포장과 상술로 값비싼 과자만이 우정의 척도가 될 수는 없겠지요.


2) 과자를 받지 못해 소외되는 친구들이 생김

고학년 교실에서는 주고받은 과자 숫자를 서로 비교하기 때문에 과자를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친구들의 상처가 걱정됩니다. 또 평소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아이가 과자로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3) 불량식품으로 건강 위험

미리 과자를 준비하면서부터 ○○과자 데이 당일까지 온종일 과자를 달고 살면서 밥은 먹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대형 과자나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불량식품 한창 자라나는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경우가 많아 건강상의 이유로 반대합니다.

 

#04. 친구들끼리 선물 주고받으며 우정을 확인하고 싶어요!

<대체활동-떡으로 만드는 요리시간>

친구들과 우정을 다지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기에 다른 대체활동을 통해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11월 11일은 농민의 날이기도 하므로 몸에 안 좋은 과자를 먹기보다는 우리 쌀을 소비하자는 의미에서 가래떡으로 요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실과 시간을 이용해 다 같이 요리해서 나눠 먹으면 한두 명이 아닌, 학급 전체 친구들과 우정을 다지는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물질적인 과자 한통보다 정성 어린 손편지를 써볼 기회가 적은 요즘 아이들에게 친구에게 직접 만든 선물과 함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친구의 장점을 적어 주는 선물>

요즘 아이들이 우리 전통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미도 출처도 불분명한 데이 문화에 지나치게 열광한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잘못된 소비문화와 상술이 이를 부추겼음은 부인할 수 없겠지요. 놀 거리가 부족한 우리 아이들이 자극적인 문화에 빨리 반응하는 만큼 어른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놀 거리와 문화를 만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이번 11월 11일은 농민의 날이기도 합니다. 몸에 안 좋은 과자보다는 우리 쌀로 만든 음식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돈 주고 사는 과자 한 통, 초콜릿 하나 보다는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인사와 표현이 필요할 것입니다. 

<직접 만든 과자 볼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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