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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미술교과서 속 작품들이 여기 모였네!

대한민국 교육부 2013. 11. 14. 11:00

덕수궁 안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전이 열린다 하여 전시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10월 29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전시된다고 하지만 저는 작품을 빨리 만나 보고 싶은 마음에 전시 첫날 덕수궁을 찾아갔습니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나무들과 등나무 잎은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짙은 갈색의 낙엽이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가을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제 마음을 더 들뜨게 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 근현대 회화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57인의 작품 100점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합니다. 무려 500점의 후보 작품군에서 고민 끝에 범위를 좁혀 ‘명작 중의 명작’을 골랐다고 합니다. 선정 기준 또한 엄격하게 미술사적 의미와 함께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친근한 작품으로 어렵게 해석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작품 위주로 엄선했다고 합니다. 동양화에도 신경을 써서 3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더 기대되었던 점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빨래터’, 장욱진의 '가로수', 김기창의 '아악의 리듬', 오지호의 '남향집'등의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건물 안은 2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전시실의 구성은 4부로 구성된 전시실답게 1, 2층 네 개의 방을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많은 작품을 일일이 소개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저와 함께 4부로 구성된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한국 회화 거장들의 대표작을 만나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마동의 <남자>

1부서구적 미술이 도입된 1920~30년대 작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는 급변하는 사회변혁과 외국 문화의 유입으로 많은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당시는 화가라는 직업이 대중들의 인식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문화정치의 하나로 생긴 1922년의 조선 미술전람회는 당시 전시공간과 기회가 열악했던 화가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어 주었습니다. 1932년 제11회 조선 미술 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이마동의 <남자>는 표지 겉면의 붉은색이 부드럽게 강조된 잡지를 말아 쥐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코트를 입고 잡지를 잡아 쥐고 있는 모습은 세련되고 지적인 모던보이(지식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가는 주제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배경을 생략하여 소재를 부각하곤 하는데 배경이 생략된 화면의 왼쪽을 응시하는 젊은이의 시선을 통해 결의 찬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박상욱의<한일>종로에서 살던 화가자신의 유년시절을 기억하면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무얼 하면서 놀고 있을까요? 이 그림에서는 토끼하고 놀고 있는데 하얀 토끼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둥글게 서 있는 원형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화면의 가장자리를 둘러싼 담장과 그림자가 더욱 평화로운 광경을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대문 위에는 '입춘대길'이라는 한자가 계절감을 나타내 주고 있기도 합니다.

박상욱의<한일>

배윤성의 <가족도>1930년 초 독일에서 주인 백인기의 가족을 회상하면서 그린 것입니다. 당시 갑부였던 백인기의 집사로 있었던 배운성은 주인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일본 유학과 독일 유학을 따라갔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주인집의 3대 가족을 그렸는데 1935년 함부르크 민속박물관에서 전시되었습니다. 그때는 미완성으로 출품되었다가 맨 오른쪽의 하녀를 수정하여 작년에 근대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마당에서부터 대청마루, 창문 너머 담장까지 원근법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표현했다고 합니다. 17명의 사람 가운데 화가 자신도 그려 넣었습니다. 어디에 있을까요? 정면을 보고 있는 사람 중에 혼자만 옆을 보고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눈치채셨지요? 화가는 한국의 토속적이지 않는 애완견의 모습도 그려넣어 구 문물의 영향을 받은 20세기 초 상류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윤성의 <가족도>오지호의 <남향집>

오지호의 <남향집>은 개성 송도고보에 재직 중일 때 제작된 작품입니다. 빛의 변화에 관심을 가졌던 화가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유럽의 인상주의를 우리 실정에 맞게 하여 인상파의 토착화에 힘썼다고 합니다. 문을 나오는 둘째 딸의 모습과 옆의 드러누운 개의 모습이 제목처럼 햇볕 따사로운 곳에서 늘어지게 하품하며 한 숨자고 싶은 봄날의 춘곤증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마당의 나무 그림자를 살펴보면 파란색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림자에도 색이 있다. 그늘은 빛이 가려진 것이 아니라 빛이 변화한 것이다.”라고 얘기했다던 화가의 생각을 느끼게 합니다.


김환기의 <산월>

2부는 '새로운 표현의 모색’의 공간으로 40~50년대의 해방,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화가들은 내면에 대한 것에 관심을 두게 되고 진취적인 화가들은 협회를 설립하여 꾸준한 활동을 하던 시기의 작품들을 소개해 놓았습니다.

김환기의 <산월>한국인의 정서에 익숙한 산, 달, 바위 등의 소재를 간결하게 처리하여 추상적으로 보이게끔 표현해 놓은 그림입니다. ‘추상 미술의 1세대’라고 불리는 화가는 청소년 때 섬에서 보고 자란 자연을 작품의 근원으로 삼고 하늘과 바다의 색깔인 푸른색에 깊은 의미를 두었다고 합니다. 파리유학시절인 1950년대 후반을 파리 시대라고 하는데 한국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렸던 작품 대부분이 푸른색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환기블루’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60년대 프랑스의 이브 클랭이 지중해의 바다와 하늘을 연상시키는 클랭 블루를 만들었다면 우리나라는 환기 블루가 있다고 얘기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중섭의 <황소>이중섭의 <소>

이중섭의 <황소>는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거칠게 콧김을 내뿜고 있는 황소의 머리를 강조한 그림으로 1999년 1월 갤러리 현대에서 공개된 후 14년 만에 처음 공개된 것입니다. 이 그림은 이중섭의 소 그림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전란으로 궁핍했던 1950년대의 시대 방황과 불우했던 작가의 개인사에 대한 절규로 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대표작인 서울 미술관 소장의 <소>와 나란히 전시된 것을 보자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이번 전시가 소품이라 훼손될까 내놓기를 꺼렸던 소장자가 큰 결심하고 전시를 허락해서 볼 기회라 하니 더 소중해 보였습니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박수근의 <빨래터>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은 6.25 전쟁 중의 것으로 드물게 캔버스에 그린 대작으로 화가가 미군 부대 PX 초상화 작업을 했기에 어렵게 캔버스를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기를 업고 절구질하는 아낙네를 통해서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다른 작품인 <빨래터>는 1954년 작품으로 빨래하는 여인들의 등을 통해 노동의 무게, 삶의 무게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화강암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화가의 작품은 대부분 색깔이 화려하지 않은데 작품 <빨래터>는 그나마 색깔이 화려한 것은 그 시절에 화가가 색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천경자의 <길례언니>

3부'전통의 계승과 변화’의 공간으로 우리 전통 수묵채색화가 서양의 현대미술을 수용하며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수묵채색화를 했던 화가들에게 해방 이후에 가장 시급했던 문제는 일본색을 버리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구 모던이즘과 입체파, 추상표현주의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천경자의 <길례언니>작가의 마음속의 이상적인 선배 언니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길레언니는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이상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종종 등장한다고 합니다. 작가가 일생에서 중요한 사건을 회상하면서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처럼 우리도 자기 인생의 중요한 변화나 사건을 글로 기록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의 00페이지.” 제목만으로도 멋질 것 같습니다.


김기창의 <아악의 리듬>

김기창의 <아악의 리듬>은 마치 순간적으로 사진촬영을 한 듯 연주자들의 모습이 흔들려 보일 정도로 인물표현이 선과 색으로 중첩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화가는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화의 영향을 받은 채색화 위주로 그렸지만, 광복 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전통문화, 풍속화 등에서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다 합니다. 풍속화적인 주제의 그림들은 <아악의 리듬>과 같이 소리와 관련된 주제가 많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이었던 화가가 비록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색채와 선의 울림으로 진동을 만들고 소리를 시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소리를 눈으로 듣고 손으로 표현하신 분이라 하니 대단한 분인 것 같습니다.


변관식<외금강 삼선암 추색>이상범의 <설촌>

수묵채색 화가인 변관식과 이상범은 20세기 초에 활동한 분들로, 두 화가가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라고 합니다. 전시실에는 변관식 화가의 작품은 5점, 이상범 화가의 작품은 3점이 마주 보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두 화가의 작품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변관식 화가의 작품들은 수직적이고 묵직하며 중후한 멋을 느끼게 하지만 이상범 화가의 작품은 수평적이며 편안하고 차분한 여성적 분위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변관식의 <외금강 삼선암 추색>을 살펴보면 바위와 나무가 수직적인 구도를 이루며 기암절벽이 웅장하게 위로 솟구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절벽 밑의 인물들을 자세히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왼발이 앞으로 나오면 손은 오른손이 나오게 되는데 그림 속의 인물들은 왼발과 왼손이 동시에 앞으로 나와 있습니다. 인물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중후한 느낌을 중화시키기 위해 인물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4부 '추상 미술의 전개’에서는 60-70년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1960년대와 70년대는 한국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미술계에서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화단에는 활력이 돌기 시작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장욱진의 <가족도>장욱진의 <가로수>

장욱진의 <가족도>는 덕소아틀리에시절 말기에 그린 아주 작은 그림으로 평면적 구조로 좌우 대칭적인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호 미만의 그림만 그린 화가는 작지만 세밀하게 표현함으로써 빈틈없는 화면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화가는 2남 4녀의 자녀를 두었지만, 작품 속에는 두 아이만 그려 넣음으로써 당시 핵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970년대 후반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가로수>라는 작품이 좋았습니다. 캔버스 천의 직조가 드러날 정도로 물감을 묽게 처리하여 천이 염색한 느낌이 들어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어 정감 있었습니다.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대형 캔버스에 수많은 푸른 점을 찍은 그림으로 뉴욕에 체류하던 화가가 고향에 대한 무수한 그리움을 점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화가가 시인 김광섭의 ‘저녁에’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으로 작품의 제목이 가사에서 본 것 같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이번 전시회는 한국 근현대회화사를 한눈에 정리해서 볼 수 있었던 기회였고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1920년부터 70년대까지 한국은 많은 일과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들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과 역사를 담아내었던 점에서 그들의 꺼지지 않았던 예술혼과 예술가가 지녀야 할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기간 동안 평일과 주말에도 정해진 시간에 전시해설가가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해해 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아이의 미술 교과서에 있는 작품들어떤 그림들이 100선에 선정되어 전시되었는지 함께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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