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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체험이 가득가득
보고 만지고 느끼는 박물관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 I 지적 호기심 I 특이한 체험이 가득 I 교육프로그램
박물관 전시장을 가보면 유물에는 관심 없이 지루한 표정으로 부모님 손을 잡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종종 만납니다. 아직 역사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의 박물관 관람은 지루함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일까요. 언제부턴가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유물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아이들 눈높이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이해를 도와주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어린이박물관.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체험하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이지요.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보고이며 우리나라 박물관 중 가장 중심이라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은 어떤 곳일까요. 전시물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체험과 교육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가봤습니다. 함께 둘러볼까요?
◆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옛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의식주와 음악, 전쟁터 등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요즘 다른 박물관에도 가보면 단순히 보여주는 전시를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관람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시도하고 있는데요, 어린이박물관은 주 관람층이 어린이라서 그런지 구석구석 더 신경을 쓴 모습이었습니다. 유리관 밖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공간은 거의 없이 보고 만지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온갖 아이디어가 총동원된 것 같았어요.
우리 조상이 농사를 짓기 위해 어떤 도구를 사용해왔는지 보여주는 이 전시공간에는 시대별 농기구가 둥글게 둘러있어서 어린아이들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도록 설명을 낮게 배치해둔 모습도 보이지요? 농기구를 하나하나 만져보면서, 또 옆 모니터의 그림을 보며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지기만 하느냐고요? 이번에는 여러 가지 청동 악기들이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제사를 지낼 때 썼던 다양한 악기가 한자리에 모여있어요. 팔주령, 쌍두령 등 저에게도 생소한 이름인데요, 딸랑딸랑 흔들어보고 듣다 보니 금방 머리에 기억됩니다.
자, 이제는 손과 귀는 물론 온몸을 다 동원해서 택견을 배워보는 코너입니다. 모니터에서 가르쳐주는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생각보다 쉽게 잘 따라 하더라고요. 서로의 동작을 보면서 깔깔 웃기도 하고 응용 동작을 만들면서 즐거워합니다.
◆ 특이한 체험이 가득가득
움집 앞에서 신석기인이 되어 열심히 곡식을 갈아봅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절구와 갈판·갈돌만 있는 줄 알았는데요, 가까이 가보니 이렇게 진짜 곡식을 넣어두었더라고요. 저렇게 단순한 도구로 곡식의 껍질을 벗길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잘 갈아졌어요.
모니터 앞에 선 꼬마 농부의 움직임을 센서가 감지하고 농사 체험이 시작됩니다. 쓱싹쓱싹 낫으로 벼를 베고 있네요. 어린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체험이라 인기가 많았어요. 엄마 아빠도 옆에서 따라 하다 보니 멀리서 보면 온 가족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답니다.
어린이박물관이기에 할 수 있는 체험이겠죠? 폴짝폴짝 뛰며 알아가는 역사이야기입니다.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한 칸 두 칸 나가다 보면 전시장에서 보았던 내용을 다시 알아보고 기억하게 해줍니다. 중간중간에 상대방과 악수도 하고 사다리를 타고 건너뛰기도 하면서 재미있는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자
박물관에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면 가능한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것을 권합니다. 박물관에는 관람해설을 해주거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많은데요, 어린이박물관에도 주중, 주말, 방학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되어 있습니다. 6월까지 어린이박물관에 가실 분들은 가족을 위한 주말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 어떨까요. 제가 직접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경험해보니 관람의 효과가 몇 배는 더 높아지는 것 같았거든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리는 '집으로 가는 역사 속 비밀의 문' 프로그램은 초등학생 어린이를 대상으로 합니다. 어린이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시청각 교육을 통해 옛사람들의 보금자리 이야기를 듣습니다. 중간중간 활동지를 풀어가며 시대별, 지역별 집의 특징도 알아보고 온돌과 마루에 대해서도 배워요. 상상 속 미래의 집도 그려보고요.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이제 전시장으로 나와 움집, 고구려 집, 기와집 등을 둘러보며 좀 전에 배운 내용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확인합니다. 전시와 교육을 연계하여 우리나라의 주거문화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알찬 프로그램이에요. 전시장을 둘러본 후 어린이교실로 돌아와 퀴즈를 풀며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설문지를 작성하는 것으로 교육을 마칩니다.
또 다른 주말 가족 교육으로 오전 10시 30분에 하는 '퍼즐로 풀어보는 어린이박물관'이 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로 십자말 퍼즐 활동지를 풀며 전시관을 관람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따로 수업하거나 하지 않고 가족이 자율적으로 진행합니다. 전시공간을 둘러보며 활동지를 통해 중요한 내용을 다시 읽은 후 가족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십자 퍼즐을 풀어봅니다. 활동을 다 마치고 담당 선생님에게 가면 페이지마다 '어린이박물관 탐험왕' 도장을 찍어주세요.
가족이 자율적으로 다니는 관람을 원한다면 '퍼즐로 풀어보는 어린이박물관'을, 아이들끼리 모여 선생님과 함께하는 교육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집으로 가는 역사 속 비밀의 문'을 선택하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 가족과 함께하는 박물관 나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느낀 가장 큰 특징은 전시된 유물을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끼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한참 호기심 많은 나이의 아이들은 보이는 것은 무조건 만져보려고 하는 특징이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박물관마다 '만지지 마세요.', '눈으로만 보세요.' 등 주의 글이 붙어있습니다. 기껏 체험학습 간다고 들떠서 나왔는데 온통 하지 말라는 주의만 듣다가 온다면 속상하겠죠? 어린이박물관은 실컷 만지고 즐길 수 있도록 아이들 눈높이에서 배려한 체험식 박물관입니다.
예약을 통해 일정 인원만 입장하도록 해서 여유 있는 관람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1회당 1시간 20분 관람 시간이 주어지고 중간 휴식 10분 동안은 다음 회차 관람객을 위해 간단한 청소와 정리를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서 앞사람이 하고 간 체험활동을 신속하게 원래의 상태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도 어린이박물관의 특징입니다. 관람하기에 너무 어린 7세 이하 동생들은 따로 유아 공간에서 '유물 속 동물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도서실 '구름마루'도 있고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요. 구석구석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조금은 분주한 시기지만 잠시 여유를 가지고 어린이박물관 주말 나들이 가보면 어떨까요?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넓은 광장과 푸른 나무가 있는 예쁜 정원도 있답니다. 성큼 다가온 봄. 어린이박물관을 찾아 박물관 안에서 함께 보고 만지고 듣고 느끼며 가족 간 정을 쌓고, 밖으로 나와 따뜻한 햇볕 아래 즐거운 대화로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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