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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발랄해서' 금지되었던 '종묘제례악' 본문
효와 예의 정신이 흐르는 우리 음악
너무 '발랄해서' 금지되었던 '종묘제례악'
종묘제례악 I 고궁에서 우리음악 듣기 I 세계문화유산 I 효와 예
찌는 듯한 열기와 햇빛은 여름의 종묘를 생각하면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종묘를 취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 종묘 취재를 위해 방문했었는데, 제가 기억하는 것은 종묘와 종묘제례악이 제게는 너무 생소하고 어려웠다는 것과 그리고 여름날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 동안 너무나 더워서 제대로 '종묘제례악'을 감상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더웠지만, 곡을 연주하신 분들은 그야말로 뙤약볕 아래서 갖춰 입은 옛날 옷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고정된 자세로 더위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왕실의 제사 음악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땀을 흘리시며 연주하는 모습에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6월 28일까지 종묘 재궁에서 진행되는 '고궁에서 우리 음악 듣기' 행사에 '종묘제례악'을 감상하러 출발하려 합니다. 더욱이 해설사 선생님께서 재미있게 얽힌 이야기까지 더해 주시니 저로서는 금상첨화입니다. '종묘제례악' 연주가 벌써 기대됩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나라의 세계문화 유산인 종묘와 종묘제례악의 세계에서 왕실의 제사 음악을 저와 함께 제대로 감상해 보실까요?
종묘제례악에 얽힌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 2014년 현재 10개가 있고, '세계무형유산이 15개'가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10개 가운데 종묘가 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무형유산은 중국, 일본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3위로 등재되어 있는데 그 중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이 2001년에 제일 먼저 등재되었습니다. 종묘제례악은 세계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 중에도 첫 번째로 올라가 있습니다. 종묘 역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데요, 석굴암 다음으로 종묘가 등재되어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는 세계무형유산이 두 개나 있는 셈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중국 윈난성에 있는 '리장'에 갔을 때 정말 커다란 돌판에 새겨진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글씨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저는 '와~ 대단하다, 역사적인 도시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종묘는 더 대단한 장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정도면 서울이 문화의 도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종묘제례악은 평상시에는 듣기 힘든 음악입니다. 왜냐하면, 왕이나 왕후 등을 위한 제사 때 사용된 음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듣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요. 제가 종묘제례악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았는데 한자가 많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최대한 귀 쫑긋! 눈 말똥! 이렇게 설명을 들었습니다. 종묘제례악은 세계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550년 전통 왕조의 제사 음악이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되어 내려온 것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제례악에 영향을 주었던 중국에서조차 보전되지 못했나 봅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전기인 세조 10년까지 중국음악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음악인 당악을 그대로 제례 음악으로 사용하였는데, 세종대왕은 '우리 조상은 살아서는 향악(우리 음악)을 들으셨는데 돌아가신 후에 당악(중국 음악)으로 제례를 올리니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셨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의 음악을 우리의 음악에 맞게 재창조했다고 하는데요, 재창조의 일등공신이 바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세종대왕이라고 합니다. 세종대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한글 창조, 과학, 농사, 음악 등 생활에 도움을 주는 많은 부분에 도움을 주신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종묘제례악은 세 가지 형태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제사 지낼 때 연주하는 ‘기악(樂)’과 ‘노래(歌)’와 ‘무용(舞)이 그것입니다. 예전에는 이 세 가지, 즉 ‘악, 가, 무’, 즉 악기, 노래, 춤이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항상 같이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종묘제례악'은 어떤 사람들이 연주했을까요? 조선 말기까지는 장악원(조선 시대에 음악에 관한 일을 맡아 보던 관청)의 악사들이 연주했고, 일제강점기 때에는 구 왕궁 아악부의 악사들이 연주했다가, 광복 후부터는 국립국악원의 악사들이 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500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종묘제례는 임금이 역대 임금이었던 조상들에게 효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민족공동체의 유대감과 질서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종묘제례악의 구성을 살펴볼까요? 두 그룹의 악대가 동원되는데 하나는 대뜰 위에서 하는 당상악인 '등가'와 대뜰 아래에서 연주되는 당하악인 '헌가' 악대가 교대로 이 두 곡을 연주합니다. 여기에 춤을 추는 '일무원'이 함께 하여 3그룹이 호흡을 맞춥니다. 노래는 선왕들의 문무 능력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종묘제례악 악장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보태평 중 '희문'입니다. 사실은 한자로 되어 있어서 알아듣지 못합니다. 한글로 풀이된 것을 소개해 드릴게요.
"대대로 덕을 쌓으시어 우리 후손을 여시니
아아! 그 모습과 소리 환히 상상하겠도다
엄숙하고 법도에 맞게 제사를 드리오니
우리를 편안하게 하시고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시선고정, 재미있는 우리악기
종묘제례악이 연주되는 재궁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는 '어'라는 악기입니다. 물론 음악 시간에 배웠기 때문에 호랑이 모양의 '어'가 악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요, 만약 몰랐다면 종묘제례악이 연주되는 내내 제 머릿속에서는 '어디에 사용하는 무엇일까?'라는 생각들로 온통 그물이 짜여 있었을 겁니다.
호랑이를 잘 보면 등에 톱니 모양의 긴 지느러미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요, 이것이 바로 연주가 끝났을 때 사용하는 부분입니다. 긴 막대로 호랑이 머리를 세 번 때리고 등을 '드르륵드르륵' 문지르면, 음악이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어'의 색이 흰색이라는 것도 눈여겨보아야 할 것 중의 하나입니다. 해가 동쪽으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음악이 끝났다'는 것은 '서쪽'을 상징하고요, '서쪽'은 곧 '흰색'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의 색깔도 흰색이라고 합니다.
다음의 악기는 편경입니다. 'ㄱ' 자 모양의 돌이 왜 달려 있을까? 어떤 소리가 날까? 궁금하시죠? '편경'이라는 악기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악기입니다. 편경의 아래를 보시면 흰색 기러기가 악기를 받치고 있습니다. 이 기러기를 악기에 사용한 이유는 기러기가 하늘 높이 나는 동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또한 편경의 소리가 맑고 청아하여서 그 소리가 멀리서도 들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편경의 가장 위에는 봉황새의 머리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편경소리가 울려 퍼져서 천하가 태평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봉황을 장식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편종'입니다. 악기를 자세히 보시면 '편종'의 아랫부분에는 사자가 악기를 떠받들고 있고요, '편종'의 윗부분에는 용머리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즉, 우렁찬 소리가 나는 훌륭한 편종을 만들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편종'과 '편경'은 분명 다른 악기입니다. '편경'은 기러기와 봉황이 장식되어 있고, 높고 맑은 음이 연주된다고 합니다. 반면, '편경'은 사자와 용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크고 우렁찬 소리가 연주된다고 하니, 각각의 악기마다 '종묘제례악'을 잘 표현하는 특색이 돋보였고요, 특히 세종대왕의 음악에 대한 전문성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종묘제례악, 이렇게 이해하세요!
햇빛이 쨍쨍 내리쫴서 눈을 뜨기도 불편한데 하얀 한복을 입으시고,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종묘제례악을 설명해 주시는 '해설이 있는 종묘제례악'의 진옥섭 예술감독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Q. 오늘 청중으로 참석한 학생들이 종묘제례악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대중문화에 익숙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조금 낯설기도 해서요.
A. 종묘제례는 조선왕조의 선왕을 섬기는 제례로, 세종대왕 스스로 백성들에게 효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제례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제례의 절차를 이해한다는 것이고, 그 바탕에는 우리의 '효'와 '예'의 정신이 흐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세종대왕의 '효'를 실천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종묘제례악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묘제례악, 다음 세대까지 보존되기를 바라요!
종묘제례악을 들으러 아침부터 함께한 청중들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보이는 천막이 맞은편에도 더 있는데요, 천막 덕분에 시원하게 '종묘제례악'을 감상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을 뿐만 아니라 청중들의 열기 또한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해설사 선생님의 힘이 넘치는 해설이 이어질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고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감동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천 서운중학교 3학년 서승주, 최아름, 심상미, 신예진학생에게 종묘제례악을 감상하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악기에 놀랐고요, 그리고 굉장히 낯선 음악 소리에 놀랐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주로 가요를 듣는데요, 가요와 종묘제례악은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아요. 가요는 가사가 있어서 이해가 빠른 반면, 종묘제례악은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야만 이해가 갔어요. 음악도 너무 느리고요. 하지만 우리의 음악이니깐 더 많이 듣고, 다음 세대까지 보존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감상을 전해주었습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 가슴에 여운으로 남을 우리문화!
마지막 연주곡인 '보태평'만 남겨 놓고 해설사 선생님께서는 청중들에게 오늘 연주가 모두 끝나면 바로 광화문의 교보문고에 가서 '종묘제례악' 연주곡을 사서 집에서 제사 지낼 때 조상들께 들려 드리라고 했습니다. 세종대왕이 선대임금들을 향한 '효' 사상이 '종묘제례악'에 서려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묘제례악'에 우리 조상들을 향한 제 마음도 함께 해 보려고 합니다.
감히 한국 국악의 명곡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종묘제례악'을 모두 감상하고 숲이 우거진 종묘의 길을 걸어 나왔습니다. 선대임금들의 혼이 머무는 종묘에서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종묘제례악'을 감상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이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놓고도 왜 그 당시 이 음악을 사용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해설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세종대왕이 '종묘제례악'을 만들 당시는 이 음악이 궁중의 잔치 때 사용되었기 때문에 제사 음악으로는 너무나 발랄(?)해서 연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후에 세조임금이 '종묘제례악'에 적합하게 내용과 곡을 수정하여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세계가 인정한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탄생하였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의 문화를 잘 보존하고 널리 알려서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가슴에 한국의 예술문화가 길이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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