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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내 친구 화문석은 어떻게 만들까? 본문
나만의 화문석을 만들어 보자
여름철 내 친구 화문석은 어떻게 만들까?
강화도 I 화문석 I 화문석문화관 I 왕골 I 전통문화 I 조상의지혜
여름에 할아버지 댁에 가면 어김없이 마루에 큰 돗자리가 있습니다. 더운 날 온 가족이 돗자리에 둘러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기도 하고, 열대야에 잠을 설치면 마루로 나와 돗자리에 누워 푹 잠이 들곤 합니다. 여름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돗자리 중 예쁜 꽃무늬를 놓아 짠 것을 화문석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누우면 시원해지는 이 신기한 화문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늘 궁금했어요. 여러분은 알고 계시나요?
화문석 하면 떠오르는 곳이 강화도입니다. 고려 중엽부터 가내 수공업으로 계승·발전되어왔고, 질 좋은 화문석은 강화의 특산품으로 오랫동안 생산됐다고 해요. 강화군에서는 화문석의 발상지인 송해면 양오리에 화문석 문화관을 세웠는데요, 화문석의 제작 과정과 여름을 시원하게 만드는 비밀을 풀고자 화문석 문화관으로 향했습니다.
◆ 조상의 지혜를 엿보다
먼저 화문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문화관 2층의 전시관을 찾았습니다. 제일 먼저 만나는 공간에는 '짚풀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생활에서 짚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형과 패널로 전시해두었어요. 짚은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민속신앙에도 깊이 자리 잡아왔는데요, 짚의 재료도 왕골·밀짚·갈대·닥나무 등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키보다 더 큰 이 풀들이 바로 화문석의 재료가 되는 왕골입니다. 왕골은 강화도와 남부지방의 습지에 많이 자라는데, 특히 강화도에서 자라는 강화종 왕골이 조직이 치밀하고 강하면서 빛깔이 곱다고 합니다. 재료의 질이 뛰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화도에서 화문석이 많이 발전하게 되었던 거죠.
몽골의 침입으로 고려 왕실이 강화로 옮겨와 39년간 머물면서 강화는 고려의 수도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사실은 아시죠? 이런 역사 속에서 이주한 왕실과 관료를 위해 제작되면서 오늘날까지 크게 발전·전승된 배경이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을 펼치던 일제도 화문석만큼은 높은 품질을 인정해 오히려 장려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장식품도 이렇게 멋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말 멋지죠?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와요.
◆ 왕골에서 화문석이 되기까지
그렇다면 화문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전시관에는 우리 조상들이 왕골을 재배하는 것부터 화문석을 만드는 과정까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모형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3~4월에 씨를 뿌린 왕골 모종은 5월에 모내기를 하며 7~8월경 어른 키만큼 자라면 수확합니다. 보통 다른 식물은 키워서 수확하는 과정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왕골은 수확 후에 본격적인 가공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화문석이 탄생하기까지 그 길은 멀고 멀답니다.
왕골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한 후 쪼개서 통풍이 잘되고 양지바른 곳에 이른 새벽부터 펼쳐 표백합니다. 왕골의 줄기 아랫부분은 희고 윗부분은 푸르므로 윗부분만 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3~4일간 되풀이합니다. 그늘에서 자연 표백을 해야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백색을 띤다고 해요. 염색은 공예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단계인데요, 끓는 물에 염료를 넣은 후 왕골을 넣어 삶습니다. 색깔에 따라 삶는 시간도 다 다르다고 하네요. 이렇게 삶은 왕골은 건져서 긴 줄에 걸치거나 바닥에 펼쳐 건조를 시킵니다.
정성스럽게 가공된 왕골로 화문석과 공예품인 삼합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자리 틀에 앉아 고드렛돌을 넘기며 짜는 화문석은 두 사람이 같이 만들어도 1장을 완성하는 데 일주일 넘게 걸린다고 합니다. 화문석 한 장에 60만 번 이상의 손길을 거친다는 말이 실감 났어요. 게다가 기계로 대량제작이 불가능해서 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요. 왕골 공예품 역시 씨줄과 날줄을 손으로 하나하나 엮어서 촘촘하게 만듭니다. 제작 과정을 알고 나니 주변의 왕골 제품들이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 나만의 화문석을 만들어보자!
전시장을 돌고 나서 1층의 체험학습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널찍한 공간에 각종 문양의 화문석과 꽃 삼합 등 왕골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요, 한쪽에는 체험을 위해 화문석 자리 틀이 준비되어 있어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미니 화문석 만들기'를 해볼까요?
자리 틀에 앉으니 바로 체험을 시작할 수 있도록 미리 날실을 묶어둔 고드렛돌과 엮어진 왕골 몇 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왕골 그대로 쓰는 부분과 염색한 왕골을 감싸 무늬를 만드는 부분으로 나누어 짭니다. 앞과 뒤의 고드렛돌을 서로 바꾸며 힘을 주어 당기면 마디가 만들어지면서 고정이 됩니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잠시 한눈을 팔면 고드렛 돌을 넘기는 손이 바뀌고 선이 비뚤비뚤해집니다. 왕골의 굵기도 맞춰야 하고 틈새의 촘촘함도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니 집중력은 필수예요. 왕골의 결이 쌓이며 화문석이 만들어지는데 이젠 제법 손놀림도 빨라집니다. 체험을 마친 후 줄을 묶어 매듭을 짓고 양쪽을 가위로 깨끗하게 정리하니 멋진 미니 화문석이 완성되었습니다.
다음은 '왕골 휴대전화 고리 만들기'에 도전해보았습니다. 화문석은 틀에 놓고 짰는데 이번에는 도구 없이 손으로 엮어나갑니다. 굵기가 비슷한 백색 왕골 8~9개를 염색 왕골에 감아쥔 후 염색 왕골 사이로 백색 왕골을 넣고 잡아당기며 촘촘하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순서가 헷갈려서 틀리기도 했는데요, 잘 못 엮으면 그림 색이 안 맞으며 금방 티가 나더라고요.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 휴대전화 고리 틀에 접착제로 붙여서 완성!
◆ 전통문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저는 소년소녀가장 아이들과 동생들을 데리고 체험학습 봉사를 떠났는데요,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까 반응도 많이 다르더라고요. 미니 화문석 만들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생각보다 잘 따라 합니다. 좀 비뚤비뚤하고 엉성하더라도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작품을 보며 아주 만족해합니다. 휴대전화 고리 만들기는 크기가 작고 힘을 주어 당기는 작업이 있어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이상 아이들에게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체험학습이 다 끝난 후 아이들이 쓴 소감문을 읽어봤습니다.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신기했다 등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흔하게 생긴 풀을 가지고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우리 조상의 지혜와 뛰어난 손재주에 놀랐고 무척 자랑스러웠다.'라는 소감도 있었습니다. 또, '선생님 댁에 놀러 갔을 때 마루에 깔린 돗자리의 무늬를 손으로 몇 칸 뜯어보았는데 정말 미안했다. 이렇게 힘들게 만든 것인지 몰랐다. 앞으로는 주변 물건 하나도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한 아이도 있었어요. 참 기특하죠? 이렇게 단순히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생각도 넓어지고 인성도 바르게 자라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이런 점이 체험학습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역사의 고장 강화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곳곳에 문화유산이 많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마니산 참성단, 39년간 고려의 궁궐이 있었던 고려궁지 등 역사체험으로도 문화체험으로도 좋은 곳이 강화입니다.
화문석문화관에 들러 우리 조상의 자랑스러운 민족문화유산 강화 화문석을 재미있는 체험과 함께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강화의 다른 문화유산도 함께 돌아보세요. 삶의 지혜를 배우고 역사의 숨결을 느끼는 갚진 경험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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