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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진주중학교 사람 책 도서관

대한민국 교육부 2014. 11. 17. 13:00

진주중학교 사람 책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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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책 도서관(Living Library)? 진주 중 2학년인 막내는 가정통신문을 받아들고 갸우뚱합니다. 교육복지 선생님께서 경남 최초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니 토요일에 별일 없으면 참가하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시립도서관에 가서도 아직 만화를 주로 보는 막내에게 도서관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져서 망설이는 눈치입니다. 중3인 큰아들이 자신도 이용해보지 않았지만 알고 있다며 설명합니다. 

"사람 책 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대신 '사람'을 빌려 대화로 읽는 프로그램이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동생을 위해 인터넷을 검색합니다. 


위즈돔 www.wisdo.me

서울휴먼라이브러리 www.seoulhumanlibrary.org

사단법인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www.smalllibrary.or.kr


직접 들어가 내용을 살펴보고 모의 대출을 해 보더니 알았다고 합니다.

"꿈, 미래, 직업 그리고 나"라는 주제로 장래희망과 관계있는 사람을 우선순위로 하여 2명씩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건축사, 변호사, 약사, 아나운서, 군인, 경찰관, 전도사, 사진작가, 청소년 지도사, 출판사, 학교행정, 요리사, 시의원, 소방관, 자영업자 등 참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참여합니다. 


특이한 점은 지역 출신이며 현재 진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이라는 점과 바이크 대표, 장어요리 전문가처럼 정말 자기 일을 사랑하고 소신껏 일하시는 분을 섭외했다는 것입니다. 직업체험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상위 몇 퍼센트 학생만이 가능한 직업군을 섭외하여 오히려 좌절감을 안겨주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했다는 점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10월 18일 오후 3시부터 진주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기다린 친구들로 인해 1순위로 변호사를 선택했던 막내는 3학년 형에게 양보해야 했습니다. 중국에서 휴대전화를 팔고 북한으로 출장 가던 떠돌이 변호사의 희끗희끗한 머리를 먼발치에서 보며 부러워했지만,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엄마의 SNS 친구이니 궁금한 점은 메신저로 소통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하니 풀어집니다.

시의원을 만났습니다. 분명 젊은 여자 분이라고 말했건만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바로 눈치채시고 "나도 처음에 의원이라고 하면 공부도 많이 하고 아주 큰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민들의 팍팍한 일상에 단비를 내려주자면 가장 낮은 곳을 아는 보통 아줌마가 해야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내었다." 조용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면서도 당돌한 질문하기로 유명한 막내 툭 던집니다. "자리에 오르신 분들의 대답이 한결같이 시련을 극복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헌신하기 위해 나왔다고 하시는데 왜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말씀을 하세요?" "사실이 그러니까요. 저도 그걸 가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그러한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막내의 질문에 민망해서 얼굴을 가렸던 친구가 엄지를 추켜올려 줍니다.

어린 학생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꼼꼼하게 메모까지 해 가며 답해 주십니다. 책장에 꽂혀 있을 때는 무미건조하게 보였던 책인데 감명받은 구절이라며 다시 읽어주시고, 어떻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시니 새롭게 다가옵니다. 반신반의했던 친구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활기를 띱니다.

지방에서 보기 드문 행사라 취재 나온 분도 눈에 띕니다. 저는 행사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려고 직접 참가하는 아들에게 맡겼습니다. "오늘은 네가 엄마 대신 취재하는 거야. 친구들의 소감도 네가 받아. 대신 정중하게 방해되지 않게 해야 해." 자신을 뭐로 보느냐며 아들은 자신만만해 합니다.

2차로 장어요리 전문점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진주성 앞에 남강 언저리를 따라 있는 장어 골목 터줏대감 같으신 분입니다. 다른 일을 하시다가 IMF 때부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멀쩡히 대학 나와서 웬 식당이냐는 부모님의 만류와 그러다 말겠지 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역정을 담담하게 얘기해 주셨습니다.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편안하게 대해 주셔서 이웃집 아저씨 같았습니다. 막내는 미리 촬영 양해 구하고 본인도 나와야 한다며 카메라를 넘겼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어주는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오후 내내 진행된 데다 계속 말을 하니 출출한지 간식을 정말 잘 먹습니다.

다른 팀들은 마무리하고 하나둘 자리를 뜨건만 막내의 팀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은 장래 희망이 요리사인 친구도 많고 양식, 일식뿐만 아니라 전통 요리 및 일반 식당 창업에 대한 열의도 뜨겁습니다. 어려운 수학, 과학 문제는 잘 못 풀어도 손으로 하는 건 자신이 있다는 친구들입니다. 괜히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한여름에도 불 앞에서 일해야 하고 살아있는 걸 다루고 칼이나 조리도구가 위험한 물건이라서 늘 긴장해야 하는 직업임을 강조하십니다.

이왕 늦은 거 뒷정리하는 선생님을 도와드렸습니다. 상으로 요리사가 조각한 수박을 주셨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 읽어주시며 자기 자랑할지도 몰라."라며 회의적이었던 막내 환한 웃음을 보입니다. 막내는 칭찬보다 흠잡기를 잘하는 편입니다. 그런 녀석이 이렇게 기분 좋아하는 걸 보면 만족했나 봅니다. "내년에 또 할 거야." 합니다. 수박 통만큼 마음도 살찐 느낌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전자 교과서로 공부하는 시절이 와도 우리에게 사람과의 소통만큼 소중한 경험은 없습니다. 대강당에서 하는 유명강사의 강연보다 쌍방통행이 가능한 사람 책 도서관 점점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필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웹사이트도 많이 늘었습니다. 예약도 가능하니 자주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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