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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블로그
그 많던 대통령, 과학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본문
며칠 전, 외할머니 제사로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였다.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일이지만 친척과의 만남은 여느 모임과는 또 다르게 삶의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이다. 외가 쪽에서 제일 큰 손자인 나의 임무는 언제나 사촌 돌보기. 무럭무럭 커가는 사촌들은 볼 때마다 늘 귀엽지만 그들을 돌보는 일은 아주 가끔은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중 이제 5학년이 되는 제림이는 못 본 사이에 제법 의젓해져 있었다. 문득 그녀의 미래가 궁금해 졌다.
“제림아,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나? 음.... 치과 의사.”
“아니, 왜?
하고 많은 것 중 왜 하필 치과의사야?”
“몰라, 엄마가 그러던데,
난 치과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그럼 오빠에게만 솔직히 말해 봐.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2PM 매니저!”
제림이는 현재 학교를 다니며 영수학원과 태권도,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 독서모임에 나가고 있다고 했다. 나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래 희망을 치과 의사로 결정해 버리고 무거운 짐을 지운 이모에게 화가 났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가수의 매니저가 되고 싶은 제림이를 마냥 응원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마른 한숨을 내쉬며 대화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위의 자료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조사한 초중고 장래희망에 관한 것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초중고등학생 모두가 가장 되고 싶은 것으로 교사를 꼽았다. 제림이의 장래희망인 의사는 2위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그리고 어쩌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결과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같은 반 친구들의 장래희망은 대통령 아니면 과학자같이 허무맹랑하면서도 무모한 것들이 제법 많았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 넘치는 꿈을 가진, 패기 넘치던 '꿈나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초등학생의 10대 장래희망 직업 성별 비교>
고백하건데, 나의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은 과학자, 그 중에서도 우주비행사였다. 우주소년 아톰처럼 행성을 날고 닐 암스트롱처럼 달에 발자국을 남기며 미국 나사의 우주왕복선을 타고 지구를 관찰하는 꿈을 꿨다. 그런 나의 꿈을 들었던 많은 선생님들은 나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꼭 이룰 수 있을 거야!’라며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
생각해 보면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그 당시는 러시아와 우주협정을 맺기도 전이여서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그 것 말고도 내 성적으론 어림없는 일일기도 했겠지만.) 그렇다면 그 때 날 응원해 준 선생님들은 현실을 알려주지 않은 사기꾼이었을까. 나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그 때 꿈꾸던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대한민국의 우주정책을 관할하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기자단으로 활동 하며 다음 단계의 꿈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의 학교와 학부모들은 그런 허황된 꿈을 키우는 일은 허상일 뿐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예가 한국의 사교육 열풍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초등학교 학생 10명 중 9명이 과외를 받고 있으며, 과외 종목은 평균 3.13개, 심한 경우 7~8개까지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과외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37분. 한참 자라야 할 성장기에 과외시간이 다섯 시간을 넘길 경우엔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진학이라는 목표에 갇혀서 공부하는 '고등학교'의 모습을 이제 '초등학교'에서까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에서는 사교육을 배제하는 고교입시안과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는 대입 입학사정관, 그리고 기술명장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며 '한줄서기'의 폐단을 극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교육을 극복하고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내는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누군가 유럽여행 중 한 아이에게 꿈에 관해 물었다고 한다.
“꼬마야, 너의 꿈은 뭐니?”
“저는 봄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봄을 찾는 사람? 와, 어떻게 하면 봄을 찾을 수 있는데?”
“정글을 지나면 찾을 수 있어요.”
나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제림이보다 정글을 지나 봄을 찾는 사람이 되겠다는 이 아이의 미래가 더욱 궁금하다. 나는 제림이의 꿈을 지지하면서도 또 다른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고 키울 수 있는 곳이 학교였으면 좋겠다.
‘물고기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틀렸다고 말해 주기보다 정말 그들이 날 수 있도록 응원 해 주는 곳이 학교였으면 한다. 그리고 멋 훗날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미래의 대통령과 과학자, 발명가와 영화감독이 함께 공부하고 꿈을 키우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꿈이 곧 어른들의 미래이므로.
※ 이 글의 내용과 일부 이미지는 EBS지식채널e -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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