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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좋은 담임선생님이 된다는 것

대한민국 교육부 2010. 3. 5. 14:04
담임교사는 학생의 ‘부모’다. 아이의 성장을 돕는 멘토다. 2010년 3월, 한국의 담임교사는 어느 지점에 서있을까. 학생들은 담임교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담임교사를 ‘교사 중의 교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담임선택제를 시행하는 서울 충암고, 학급 명칭 대신 담임교사 이름을 내건 담임실명제를 운영 중인 울산 봉월초, 담임블로그를 도입한 충남 서산 예천고…. 담임교사와 학생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쓰는 학교들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담임교사상은 무엇일까.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당진 신촌초 이남열 교사는 발표나 인사, 주변정리 등을 잘한 아이들에게 ‘칭찬 막대’를 나눠주며 유대를 형성하고 학습동기를 고취시킨다


취재 중 만난 학부모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에 애정을 쏟는 담임교사를 원했다. 고2년 딸, 초6년 아들을 둔 학부모 김영희 씨(44·부산)는 “큰 아이의 고1때 담임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며 “중간·기말고사 성적표를 보낼 때 늘 장문의 편지로 아이의 현재 상태와 관찰 내용을 적어주셨다.”고 말했다. 

중1 아들을 둔 최은정 씨(43·경기 광주시)의 얘기. “아이가 짓궂은 친구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썼을 때 선생님께서 ‘나는 그 일을 하지 않았다는 네 말을 믿는다.’는 쪽지글을 보내셨다. 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덜 받고 당당해졌다. 다른 선생님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을 보일 때도 ‘준마는 오랜 단련이 필요하다’고 옹호하셨다.”

이 교사는 알림장에 매일 교실에서 벌어진 사건이나 수업 내용을 골라 아이의 생각을 짧게 적어 보냈다고 한다. 학부모도 답글을 적어 보내야 했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진로교육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심종선 씨(43·충남 당진군)는 “큰아이의 초등 4년 때 담임교사는 아이의 적성을 발견하고 키워줬다.”며 “덕분에 방송부, 문예반을 했고 대학 국어교육과에도 진학했다.”고 말했다. 

 
   잡무 줄이고 대화 채널 늘려 줬으면
 

담임교사가 스승에서 직장인으로 변해간다고 아쉬워하는 학부모도 많았다. 학교라는 회사에서 교사라는 직책을 지닌 회사원이 돼 간다는 쓴소리다. 학생들끼리의 관계를 못 본 척하고, 공문과 민원만 처리하는 ‘동사무소 직원’형 교사도 일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충남 당진군)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편애하는 습성이 있다.”며 “성적이 우수하거나 외모가 준수한 학생들의 잘못은 너그러운 반면 성적이 떨어지거나 외모가 좀 빠진다 싶으면 가혹하리만큼 냉소적으로 대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학부모는 “요즘 학원에서 집으로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학원 생활의 세세한 부분을 관찰해 상담해준다. 학교에선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드물다.”고 덧붙였다. 

고1, 중2년생인 두 딸을 둔 원모 씨(44·경기 용인시)의 얘기. “큰 아이의 초등 1년 때 담임선생님은 연세가 지긋했다. 엄마들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났다. 학교일에 열성적인 엄마가 있었는데, 그 집 아이는 말썽쟁이 악동이었다. 학기가 끝날 때쯤 그 아이가 선행상을 받았다. 어이없어 혀를 찼다.”

교단의 ‘여초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여선생님들이 체육시간에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여름엔 양산 들고 그늘에서 학생들과 따로 있다.”(박동현·54·서울) “초등 4년생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남자애들이 조용하다. 담임교사가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있으라고 한다. 교장실 바로 옆 교실 아이들조차 빙 둘러서 다른 통로로 다녀야 한다. ‘길들여지는’ 아이들에게서 발칙한 상상력이 나올까.”(익명·38·대구)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의 잡무를 줄여야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심종선 씨의 얘기. “고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가 주말에 집에 와서 설문을 열심히 적길래 물으니 ‘응, 선생님 과제.’라고 답하더라. 업무를 보조할 교육행정공무원을 많이 뽑고, 부담임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는 “담임교사들의 소신과 추진력이 부족하다.”며 “복지부동식 학급경영을 하는 담임교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대다수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와의 대화 채널을 늘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교과 시간을 줄여 상담 시간을 배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 연장선에서 학교 홈페이지를 활성화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인성·윤리교육의 강화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중학 졸업식의 ‘알몸 뒤풀이’ 파문 같은 학생 탈선 문제를 최일선에서 지도해야 하는 분이 담임교사”라며 “초등학교는 ‘다정한 부모 같은 선생님’, 중·고교는 ‘친절한 친구 같은 선생님’이 돼 학생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는 담임 기억에 남아
 

교육주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공감하는 담임이 좋은 담임선생님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2는 가장 마음이 흐트러지는 때다. 나이 지긋하신 여선생님이 담임교사로 오셨다. 우리 반은 구제불능, 천방지축이었다. 위태로운 한 해가 지나가고 있을 때, 담임선생님은 스스로 ‘에미’라 부르셨다.
그렇게 선생님은 학생들의 ‘엄마’가 됐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우리도 곧잘 ‘엄마’라는 호칭을 썼다. 체육대회 플래카드, 구호, 팀 이름에도 ‘에미’라는 푯말이 뒤따랐다. 우리가 필요했던 담임교사는 믿어주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엄마였던 것이다. 물론 다른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잡혀 산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황서영·경기 남양주시 와부고 3년) 

담임교사에는 두 부류가 있다. 학급을 전통적인 강압적 방식으로 관리하는 교사,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이들 속으로 파고드는 ‘나이팅게일’ 교사다. 

취재 중 만난 학생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담임교사를 원했다. 학생들은 중학교에 올라가면 담임교사들이 칭찬에 인색하고 말투도 명령조라며 아쉬워했다. 경기 분당 영덕여고 2학년 김현지 양의 얘기. “중1 때 담임선생님은 젊은 분이었다. 우리와 소통하길 바랐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 독학하는 내가 방학 계획을 못 잡고 흐트러진다는 것을 알고 함께 도서관에 다니자고 했다. 아이들과 문자도 자주 하고, 미니홈피를 공개하며 추억을 쌓았다.” 

특목고에 재학 중인 최보경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바람의 신’이라며 개인홈페이지와 재키송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재키재키재키춘 키다리 재키춘~♬’ 그 노래가 선생님을 떠올리는 추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미래의 꿈을 심어준 담임교사를 고마워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동명여고 1학년 신은주 양은 중학 졸업반 때 이야기를 꺼냈다. “작가가 되고 싶어 했던 나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글을 쓰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내 꿈도 작가’라며 ‘나중에 꼭 작가 대 작가로 만나자’고 했다. 당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했는데, 선생님의 격려로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인문계고 2년)의 얘기. “내가 다닌 초등학교, 중학교, 고교가 있는 지역이 모두 다르다. 중학교로 진학할 때 아이들이 드센 편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담임선생님이 상담해주고 다독여줘서 빨리 적응했다. 심리적으로 힘들 때 담임선생님이 알아채시고 엄마와 상의해 정신과 검사를 받았다. 조기에 우울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혼자 꽁꽁 싸매고 있었다면 고교 진학은커녕 병원이나 집에서 엄마 수발을 받으며 정신적으로 아팠을 것이다. 많은 학생 중 나를 잘 관찰하고 망설임 없이 엄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은 담임선생님이 감사했다.”


   많이 웃어 주고, 관심 가져 주길
 

황서영 양은 “웃음이 많은 담임교사가 좋다.”고 했다. “학기가 시작돼 새 담임선생님을 만나면 학생들은 성격부터 파악한다. 1년 동안 어떻게 생활해야 밉보이지 않을지, 어떤 행동을 해야 예뻐 보일지 노력하지 않는 학생은 없다. 학생들은 무섭고 차갑고 형식적인 교사를 원치 않는다.

학생들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은 담임교사들도 있다. 한 반 40명의 생활기록부를 쓰면서 ‘성실’ ‘긍정적’ ‘노력’ ‘활달’ 등 틀에 박힌 단어를 적는 교사의 무관심에 마음을 다친 아이들도 있었다. 경기 분당 영덕여고 2학년 고해숙 양의 얘기. “초등 때 담임선생님은 독특했다. 아이들이 야유를 하면 ‘싫으면 니가 선생해.’라고 말씀하셨다. 종종 틀어주시는 노래도 말죽거리 잔혹사 OST ‘학교에서 배운 것’이었다. 굉장히 현실적인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은 편애하는 담임교사도 싫어했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앞줄에 앉히고, 조금 모자란 아이들이 수업에서 빠져나와 돌아다녀도 혼내지 않는 담임교사는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다. 인천 G여중 3학년 이하영 양의 얘기.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가 버거웠던 친구가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급식비 납부 독촉만 했다. 친구는 결국 다음해 스스로 무료급식비 지원을 했다. 교탁 앞에 서서 담임교사는 ‘교사의 시선’으로 학생들을 바라본다. 당연히 이해심이 떨어진다. 눈높이를 맞춰 ‘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

글|박길자 기자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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