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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공들인 모형항공기, 3초 만에… 본문
비행원리로 알아본 RC모형항공기의 세계 (상)
모형항공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3월 27일 제32회 ‘공군참모총장배 모형항공기 대회’의 제주지역 예선을 시작으로, 봄을 맞아 각종 모형항공기 대회가 마니아들을 유혹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 공군참모총장배 모형항공기 대회에 출전한 학생들이 바삐 손을 놀리고 있다.
장래에 조종사를 꿈꾸는 새봄이(초교 4년)도 방학 내내 조립만 해놓고 폭설 때문에 한 번도 날려보지 못한 비행기를 들고 대회에 참가했다. 비행기 조립을 마치자마자, 새봄이는 무선조종기를 조작, 곧바로 모형항공기를 날렸다.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한 모형항공기는 짧은 활주로를 힘차게 날아오를 것 같았으나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고 멈추고 말았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 잠시 후 새봄이는 다시 이륙을 시도했다. 비행기는 용케 지면을 날아올랐다. 신 바람난 새봄이는 멋진 조종사를 마음속에 그리며 곡예비행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엇!” 비행기의 앞부분이 지상을 향하더니 그대로 ‘꽝’. 롤링, 요잉 등 묘기비행은 커녕 모형항공기는 주인의 의도와는 아랑곳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비행시간은 불과 3초. 3개월 공들여 만든 시간에 비하면 너무 짧았다.
단, 3초 만에 다시 부품으로 돌아온 모형항공기를 허망하게 집어든 새봄이는 집으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설명서대로만 하면 될 줄 알았던 모형항공기 비행 실패의 원인은 무엇 일까? 집에서 열심히 고민하던 새봄이는 인터넷을 뒤지던 중 모형항공과학협회 홈페이지를 찾아냈다.
용기를 내서 문의를 해본 새봄이는 (사)모형항공과학협회 前 회장이자 현 이사로 있는 조희연 선생님(서울로봇고등학교 물리과 교사)과 연락이 닿았다. 그리고 모형항공기는 단순한 장난감과는 차원이 다르며, 실제의 비행원리와 많은 조종훈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조희연 선생은 새봄이와 한강 고수부지에서 만나 공기역학과 비행원리 등 모형항공기의 기본원리를 가르치며 새봄이의 고민해결사로 나섰다. (실제로 조희연 교사는 일반인과 특히, 어린이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형항공기 보급과 교육에 신경 쓰고 있다.)
“새봄아! 너도 3-3법칙에 걸린 거야”
“선생님 3-3법칙이 뭐예요?”
“3개월 공들여 만들어 3초 만에 부순다는 뜻이지. 모형항공기라도 기본원리를 모르면 절대로 항공기를 날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
조희연 선생은 비행원리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비행기가 양력과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비행기의 날개 단면을 보면 비행기 날개의 앞/뒤 길이인 ‘익현선(날개 단면의 앞전과 뒷전을 연결하는 직선)’의 1/3 또는 1/4 정도 지점이 ‘이쿠’라고 불리며 가장 두껍지.”
그런데 이 부분에서 기묘한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 조희연 선생의 설명. 이쿠 부분은 아래보다 위가 더 블록하고, 비행기가 가속되면, 이 모양에 따라 날개 윗부분의 공기 입자들이 더 빨라진다. 날개 밑으로 지나가는 공기입자와의 속도 차가 조금씩 나는 가운데 이로 인해 아래가 위를 향해 누르는 현상 즉 ‘양력(Lift)’이 발생한다.
▲ 날개의 위로 불록한 이쿠 부분에 양력이 발생한다.
“조종간을 조작해서 그 양력의 중심이 앞에서부터 대략 날개의 24% 또는 25% 지점 사이 즉, 비행기 무게의 중심과 날개의 중심 사이에 맞추는 것이 필요해. 즉 비행기의 수평을 유지해야 하는데 훈련이 필요하지.”
“아! 양력만 생기면 되는구나.”
“그렇지 않단다. 무엇이 더 필요하냐면…”
마음이 급한 새봄이와는 달리 조희연 선생은 차분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모든 항공기에서 무게중심과 양력 중심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의 항공기 날개 뒤에 ‘에일러론(Aileron; 보조날개)’이 달린 이유는 이 보조날개가 아래위로 움직여 비행기의 양력과 무게 중심을 조금씩 바꿔서 비행기를 자유자재로 날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양력 크기도 바뀌고, 날개의 면적도 커지기 때문에 비행기가 날 수 있는 양력이 작용할 수 있는 것.
“새봄이가 첫 출발에서 뜨지 못한 이유는 바로 모형항공기의 양력과 무게중심을 맞추지 못했고, 받음각도 없었기 때문이지.”
“받음각? 그건 또 뭐죠?”
조희연 선생에 따르면 비행기 이륙시, ‘받음각(Angle of Attack)’은 매우 중요한 기능. 받음각이란? 익현선과 비행기의 진행방향 사이의 각도를 가리킨다. 에일러론과 비행기 후미의 꼬리날개인 ‘엘리베이터(Elevator)’ 등으로 조정해 만드는 각이 바로 받음각이다.
모형항공기는 날개 모양이 약간 평평한 판(Plate) 모양이어도 수평으로 있다면 날개에 받음각만 주어도 비행기가 뜰 수 있다.
▲ 자신이 제작한 모형항공기를 조종하고 있는 조희연 선생.
“선생님, 그러면 받음각만 주면 저도 비행기를 뜨게 할 수 있나요?”
“물론 그렇지만 하늘에 날아올라도 금방 떨어질 수 있지.”
양력은 받음각의 크기에 비례하고, 받음각이 너무 크면 양력이 너무 커져서 비행기가 빨리 날지 못하고, 뜨기만 한다는 것이 조희연 선생의 설명. 결국, 항력이 더 커져서 속도가 떨어지는 실속(失速) 현상이 발행하고 이는 양력을 감소시키고, 결국 양력이 없어지면 비행기가 추락하기 때문이다.
실제의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속도가 낮기 때문에 플랩 등을 빼내서 받음각을 크게 해서 양력을 키우다가 빨리 날게 되면 다시 내부로 집어넣는다. 모형항공기의 경우에는 비행기의 수평방향을 빨리 잡는 것이 포인트.
새봄이의 두 번째 이륙 실패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 비행기가 이륙했을 때, 빨리 수평을 잡아야 했어. 그런데 새봄이는 계속 무선 조종간을 당겨서 엘리베이터를 올리고 있었고, 실속현상이 나타났던 거지.”
“선생님! 굉장히 복잡해요.”
“항공기는 모형을 비롯해서 실제의 모든 항공기들이 매우 복잡한 과학에 의해서 탄생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안심하고, 비행기를 타고 먼 외국을 여행할 수 있겠니.”
조희연 선생은 항공기에는 4개의 힘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제일 먼저 추력이 발생하면 항력보다 크기 때문에 항공기는 앞으로 나간다. 점점 양력이 중력과 같아지면서 양력이 중력을 능가하면 땅을 박차고, 공중부양을 시작한다.
“선생님! 양력과 중력은 알겠는데요. 항력은 이해가 안돼요.”
“비행기에는 양력뿐 아니라 항력, 추력(Thrust), 중력(Gravity) 등 4개의 힘이 미묘한 역학관계를 갖고 작용해.”
항공기가 일정한 속도로 난다면 추력과 항력의 관계는 제로(0). 최고 속도가 되면 엔진 추력은 항력과 같아지는데 이 때 항공기는 최고 속도가 된다.
처음에 가속될 때에는 추력이 항력(공기의 저항)보다 훨씬 크지만 속도가 빨라지면서 항력이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진다(속도가 2배 커지면 항력은 4배). 이후 항력이 커져서 추력과 항력이 같아진다.
“그렇다면 초음속 제트기의 경우, 어떻게 빨리 날 수 있나요?”
“좋은 질문이야. 비행기의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추력을 늘리면서 항력을 줄여야 해. 무조건 엔진 추력만 늘리면 연료 소모만 커지고 속력은 늘지 않지.”
따라서 모든 비행기는 항력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을 채택하고 있으며 모양에 따라서 항력이 줄기 때문에 디자인에 크게 신경 쓰는 것.
“새봄이처럼 조종간을 그대로 놔두면 항공기는 속도만 빨라지고 올라가진 못하지. 이 때, 에일러론(보조날개)을 내린다든가, 엘리베이터(수평꼬리날개)를 들어 올리면 받음각이 커지고, 따라서 양력이 커져서 고도를 높일 수 있지.”
▲ 저공비행하고 있는 카본 실내 모형항공기.
조희연 선생의 설명을 듣는 와중에 어느 새 해는 지고 날은 어둑어둑해졌다.
“새봄아! 모형항공기를 집에서 수리한 다음에 내일 여기서 다시 한 번 볼까?”
“그래요 선생님! 내일은 진짜 멋진 비행을 할 수 있을 것같아요.” (계속)
글 | 조행만 기자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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