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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나노제품들, 광고에서 사라진 이유? 본문
한동안 가전제품, 화장품, 치약, 세제까지 나노기술로 만들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던 기업들이 슬그머니 나노라는 말을 빼고 친환경, 웰빙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은나노 세탁기가 미국 수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인체나 환경에 위해성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대중에게 전달된 이후의 일이다.
문제의 은나노 세탁기는 이후 EPA(미국환경보호국)의 조사 결과 은나노가 아닌 은이온이 나왔기 때문에 은나노 세탁기를 이온생성기기(ion generation device)로 간주했다
하지만 현재 여러 가지 나노제품들이 활발히 판매되고 있으며, 위해성이 표면에 떠올랐던 은나노 물질은 공기청정기 필터 뿐만 아니라 살균이 필요한 곳에서는 흔히 사용되고, 나노기술을 사용한 기능성 화장품, 크림, 팩트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화장품 회사에서는 나노에 대한 불신을 딛고 판매량을 올리기 위하여 제품이름이나 설명에서 나노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을 표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이 지금의 추세이다.
나노미터란 1nm=10-9m를 말하며, 보통 1nm-100nm의 크기를 가진 물질이 포함된 것을 나노 제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① 유용성
2008 나노코리아
나노 기술의 유용성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가까운 예로 반도체 집적 회로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발열량 때문에 냉각기가 커져야 하는 단점을 나노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농산물의 양적 질적 개선, 나아가서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인간의 능력 확장까지도 나노 칩이나 나노 메모리로 할 수 있다고 한다.
탄소나노튜브는 저항은 없고 전도나 강도는 높다고 이미 알려졌으며, 나노 기술이 의약기술에 접목되면 암 진단과 치료, 폐포나 세포벽을 통과하여 원인 세균만을 특정하여 없애고, 원격진료 등의 기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환경적으로는 정수기능, 방독면 등에 접목될 수 있으며 에너지로는 화석연료에서 탈피하여 신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② 위험성
나노 물질의 부작용은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다. 부작용이 밝혀지려면 석면의 경우처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나노물질의 독성이 발현될 때는 무게나 양이 아니라 활성 표면적에 비례하여 독성이 나타날 것으로 짐작되어 우려를 낳고 있으며, 초미립자 크기이기 때문에 동물 단백질이나 DNA까지도 변형시켜, 유전이나 미생물, 크게는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나노튜브의 밝혀진 위해성은 실험실 쥐의 뇌세포에 이상을 초래하였고, 피부 각질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위험한 형태의 나노물질은 파우더 형태이며 그 다음이 액상이고, 고체의 나노물질은 안정적 구조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한다. 나노물질의 독성 시험이 어려운 이유는 표본의 크기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며, 마스크와 물체 표면에 따라서도 검출 수치도 다르게 나타나고, 완제품의 형태, 완제품이 종류에 따라 독성이 모두 다를 것이라 추정되기 때문에 더더욱 복잡하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나노 분진은 공기 1㎥당 100 micro gram까지가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농도(NOAEL-No observable adverse effect level) 라고 한다.
독성에 대한 위험성뿐만 아니라 나노칩을 사람에게 이식하여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문제는 공평성에 위배되며, RFID 칩을 신체내에 삽입하는 문제는 개인정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낳는 등 윤리적 철학적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나노 물질이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해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미한 상태이다. 더욱이 연구비용이라는 금전적 제약에 의하여 나노의 위해성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안전성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기업 중심으로 우선되어지고 있다.
이런 전문적인 연구를 소비자가 나서서 할 수는 없겠지만, 나노 제품에는 나노마크를 표기하도록 한다든지, 영유아 제품에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못한 나노 물질은 사용할 수 없게 한다든지, 파우더형 나노 화장품이 호흡기로 날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기능이 좋더라도 우선 판매를 금지하도록 하는 등의 과학자들과는 또 다른 노력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소비자들도 나노 제품에 대한 확실한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화장품 중에 크림은 기름과 물, 유화제가 대부분이고, 기능성 원료는 전체의 10%-20% 미만인 경우가 보편적이다. 그중에 나노 물질이 들어간다 하여도 방부제나 향, 첨가제를 제외하면 5-10% 미만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품의 전체적인 피부흡수상태는 80% 정도를 차지하는 기름과 유화제 물의 영향이 크며, 전체성분을 나노화 하지 않는 이상 나노첨가물 때문에 눈에 보이는 흡수상태가 좌우되지는 않는다.
나노물질은 특수 기능을 가진 소량의 물질을 피부 표피가 아닌 진피층까지 흡수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것을 오해한 소비자들이 ‘나노 화장품이라 바르자마자 쏙쏙 흡수된다.’는 내용을 사용 후기로 올려놓은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의 부재로 말미암은 오해나 또는 불필요한 반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지식’을 소비자들도 가져야만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소비자들도 현명한 판단으로 올바르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나노기술의 경제적 가치에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앞다투어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나, 나노물질이 생물의 세포, 인체, 생태계, 환경에까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는 것은 추측단계이며 나노물질에 대한 국제적 공인 기준도 없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도 나노분야의 세계 7대투자국이며 세계 4위의 기술력을 유지하는 만큼 나노 물질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가운데 ‘The 2nd International Nanomaterials Ethics Workshop-나노소재 윤리 국제워크숍(INEW 2010)’이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2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제협력관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INEW 2010 (3월25일 KIST)
프랑스·일본(오사카대학의 타다시 이토 교수)·미국(애리조나 주립대학의 거스톤 교수) 등 세계 각지의 나노전문가들 모여 나노안전성 확보를 위한 윤리적 시스템 구축을 논의한 이번 워크숍에서는 프랑스 조셉 푸어리어 대학교의 시카드 교수가 유럽의 나노물질 안전취급 프로그램인 ‘나노스마일’을 소개하였다.
‘나노스마일’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대중이 쉽게 나노에 대하여 알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http://www.nanosmile.org)으로 나노의 위해성이나 나노개발로 대두된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설명하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상에서 유도하는 점이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나노에 대한 대중교육이 없는 상태지만, 학계에서부터 소비자를 참여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러한 일은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 보인다.
그에 대한 일례로 같은 장소에서 16일에 열린 ‘나노기술의 안전한 사용 시스템 구축방안 워크숍’에서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와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가 국내 '나노기술 제품’에 대하여 22명의 여성소비자 조사원을 통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었다.
조사 결과 여성 소비자들은 시판되는 나노 제품의 절반 이상이 인체나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국내 나노제품에 인체나 환경에 대한 위험도 표시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한 167개 제품 가운데 조사원들이 인체나 환경에 해로울 가능성을 제기한 제품은 모두 88개(52.7%)였으며, 여성 소비자 조사원들은 이번 조사 후에 나노물질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우려를 표하였다.
왼쪽부터 송성수교수(부산대), 이영희교수(카톨릭대), 이중원교수(서울시립대), 정윤선박사,김훈기박사(서울대), 김현철박사(한국연구재단), 이인옥주부, 신지원주부
소비자들의 나노물질에 대한 두려움의 실체는 크기가 작아지면 반응성이 커져 위험이 증가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것보다는, 추정되는 위험은 유전자 변이부터 환경에까지 엄청난 규모인데 반해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그에 대한 영향력 있는 기관의 규제도 없으며, 제품은 어디서인가 사용이 꾸준히 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고 하겠다.
나노에 대한 연구가 의학이나 반도체 쪽에서는 특히 연구를 꼭 해야 할 기술이며 잠재된 경제적 가치도 상당히 크지만, 별 존재 가치가 없는 은나노 딸랑이 같은 제품까지 돌아다닐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노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가 끝나서 모든 위해성이 속속히 밝혀지기 전 단계인 지금, 확인된 바가 없더라도 추정되는 발생 가능 위험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현명한 정책을 관련 기관에서 펴주시길 바라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일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모든 정보가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은 정보 부재로 인하여 불필요한 두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원인으로 과도한 반작용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정보를 가진 쪽에서 프랑스의 ‘나노 스마일’처럼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소비자들도 현재 ‘은나노 딸랑이’, ‘은나노 치아발육기’까지 시판되는 실정인 나노물질에 대해 좀 더 알고 지혜로운 소비를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노 기술을 맹신하거나 개발을 위해 우리를 희생하면서까지 나노 제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무조건 불신하고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발전과 혁신에 대해 무조건 거부하는 부정적인 사고는 지양하고, 기술의 유용성과 위험성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가지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현명한 판단을 해 나가야 하겠다.
Cosmos | IDEA팩토리 이인옥 기자 | jet3300@naver.com
Science Communicator.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사람.
대화로 유쾌하게 소통되는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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