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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

'최고기업 초일류 사원' 그 다음은?

대한민국 교육부 2016. 12. 22. 22:58



 삼국지를 즐겨 읽었던 소년은 커서 세상을 바꾸는 리더가 되고 싶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국내 최고기업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신입사원 때는 최우수 고과를 받았고 남보다 1년 빨리 대리 특진도 했습니다. 최고기업의 초일류 사원으로 잘 나가던 그는 5년 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삼국지를 즐겨 읽었던 소년은 커서 세상을 바꾸는 리더가 되고 싶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국내 최고기업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신입사원 때는 최우수 고과를 받았고 남보다 1년 빨리 대리 특진도 했다. 최고기업의 초일류 사원으로 잘 나가던 그는 5년 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3개월만에 70만 조회수를 기록,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한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의 저자 장수한(31)씨는 제도와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고교시절에는 ‘4당5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절체절명의 명제를 믿으며 허리가 아플 정도로 책상에 붙어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좇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계기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 때는 모두가 그랬죠. 대학입학,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정해진 길을 따라 가는 것이 당연했고 조금이라도 딴 생각을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뒤처질 수밖에 없었죠. 사실 주변에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의 고민은 대학 학과를 선택할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어릴 적 꿈대로라면 당연히 정치학과를 선택해야겠지만 취업을 생각하면 정치학보다는 경영학과가 선택의 폭이 더 넓을 것 같았습니다. 스무살 청년에게 정치는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영역이었습니다.

 

  ‘힘들게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어때?’ 보상심리가 발동한 것인지 장씨의 대학생활은 보통의 대학생들과는 달랐습니다. 전공과는 무관한 책에 파묻혀 살았고 경영학 과목보다 정치외교학이나 사회과학 과목을 일부러 찾아서 수강했습니다.

  “저의 사고방식이나 적성은 경영학보다는 정치나 사회과학쪽에 맞았던 것 같아요. 1학년 때는 대학생의 도리가 취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는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나름의 신념이 있어서 일부러 남들과는 반대로 했던 것 같아요. 전공이나 토익 공부는 안하고 군대 가서도 틈나는 대로 책을 많이 읽었어요.”

  20대 초반, 아직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지,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찾지 못했던 장씨는 군 복무 중에 ‘인생을 바꿔놓은 책’을 만납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수필집 ‘월든’과 재클린 노보그라츠의 ‘블루스웨터’.

  ‘월든’을 읽고 난 후 ‘이런 삶도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모두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실에 물음표를 갖게 됐습니다. ‘블루스웨터’는 ‘훗날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습니다.(‘블루스웨터’는 월스트리트 엘리트 여성인 저자가 아프리카 여행 중 얻은 깨달음으로 그들의 빈곤문제를 가장 창의적이고 선진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원조 사회적기업 이야기이다.)

  장씨는 우선 취업을 해서 경험도 쌓고 비즈니스 역량을 기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토익, 인턴 등 본격적으로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시작했고, 빠른 시간 내 역량을 키우고 넓은 시야에서 산업을 보는 눈을 갖고 싶었기에 외국계 컨설팅회사나 대기업 전략기획 분야를 목표로 정했습니다.

  군 제대 후 체험한 대학의 취업 현실은 2~3년 전보다 훨씬 치열했습니다. 취업을 목표로 공부하는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고, 장씨 역시 외국계 컨설팅사 입사를 위한 취업동아리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는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취업준비생이 된 4학년 들어서는 외국계 컨설팅사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전형, 심지어 서류전형에서도 탈락하는 씁쓸한 경험도 이어졌습니다. 대기업 여러 곳에 지원한 끝에 삼성전자 신입사원이 되는 행운을 안긴 했지만, 명문대 출신이라고 해서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도 경험했습니다.

  늘 그랬습니다. 대학에 합격했다고 고생이 끝난 것이 아니듯 취업에 성공했다고 ‘불행 끝 행복시작’은 아니었습니다. 신입사원 연수 후 사업부 배치를 받은 장씨는 당연히 ‘전략기획’을 희망부서로 지망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컨설팅회사가 아니면 대기업 전략기획’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일, 남 일 없이 일하며 회식이며 야근이며 열성을 다한 끝에 전략기획팀에 배치됐고, 그날부터 장씨는 열정과 포부 넘치는 ‘초일류 사원’의 길을 걷게 됩니다.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했고 매일 밤 12시에 퇴근했지만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2배 더 열심히 일해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워킹머신’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당연한 급부로 좋은 평가도 따라줬습니다. 신입사원시절 최우수고과를 받았고, 남보다 1년 앞서 대리 특진도 했습니다. 그런데 3년차를 넘어서며 보통의 직장인들처럼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문득 ‘과연 이 길이 맞을까, 이 생활을 10~20년 계속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초에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생각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하고 있던 일들에 지치기 시작했고 일을 하면서도 보람을 느끼지 못했어요.”

  2015년 4월, 장씨는 입사한 지 4년 반만에 퇴사를 감행했습니다. 언젠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회사를 나오고 나니 막막했습니다.




 “퇴사 후 한 달 간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보통 퇴사를 할 때는 다음 계획을 세워놓고 나오기 마련인데 저는 아무 계획도 없었거든요. 뭘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저의 직장생활을 글로 써보기로 했어요. 글을 쓴다고 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출판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3개월 동안 써온 브런치 글은 책 출판으로 이어졌고 국내 최고기업의 내밀한 조직문화를 접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의 책은 ‘미생’의 삶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폭발적이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그만큼 우리 기업문화에 대한 성찰의 계기도 제공했습니다.

  회사를 나온 이후 좋았던 점은 직장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씨가 현재 몸담고 있는 언더독스의 김정헌 대표를 만났고, 군복무 시절 ‘블루스웨터’를 읽은 후 꿈꿔왔던 사회적기업가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2015년 12월, 언더독스에 합류한 장씨는 언더독스 사관학교 CEO로 활동 중이다. 자신이 직접 겪었던 진로고민을 지금의 대학생, 직장인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 이들이 진짜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새로운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입니다.

  “책 출간 때 못 담은 ‘피고용자 사회’라는 챕터가 있어요. 우리 모두 어릴 때 꿈은 대통령, 선생님, CEO 등 고용주였지만 정작 커서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피고용자가 돼있죠.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듯이 그 틀 안에 안주해 버리고 시키는 것만 하는 수동적인 인생이 돼버리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직장 다닐 때 비하면 일도 많고 연봉도 적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몇 배 더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누가 시켜서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일을 구상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출처]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 VO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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