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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생의 교대 이야기 ➃ 초등학교 교실이 된 대학 강의실! 본문
교대생의 교대 이야기
➃ 초등학교 교실이 된 대학 강의실!
교대생의 수업 실연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게 무엇이든 말이죠. 십 수 시간의 긴 수술을 빈틈없이 해내는 의사도 대답 없는 마네킹을 진찰하던 때가 있었을 것이고,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지구 반 바퀴를 가로지르는 비행기 조종사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상에서 비행하던 때가 있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초등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교대생들은, 다 큰 ‘초등학생들’ 앞에서 수업 연습을 합니다.
실연(實演)의 뜻에 대해 국어사전은 “실제로 하여 보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말 그대로 수업 실연은 수업을 해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대생의 신분으로 수업 실연을 하게 되는 경우는 △교육 과정의 강의 시간에 동료 및 지도 교수 앞에서 수업을 해보는 것 △교육 실습 기간에 파견된 초등학교에서 담당 교사의 지도하에 교생으로서 실제로 수업을 해 보는 것 △임용시험에서 평가 항목의 일환으로서 면접관 앞에서 수업의 일부분을 해보는 것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첫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수업 실연에 대해서 들려드리고자 해요.
발표 날짜가 나왔다면, 준비 시작!
▲ 어떤 차시(1교시 분량의 수업 내용)를 준비하면 될지 지정받으면 교사용 지도서의 해당 부분만 참고하면 된다.(좌, 교육부 발간 초등 6학년 도덕 교사용 지도서 발췌) 하지만 특정 주제(심지어는 이마저 없는 경우도 있다)에 따른 알맞은 차시를 발표자가 선정해야 할 경우, 해당 과목의 전 학년 교과서 또는 지도서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우) 당연히 후자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되며, 제대로 고른 건지에 대한 불안감은 덤으로 주어지곤 한다!
우선 ‘무엇’을 실연할지 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해당 과목의 몇 학년, 몇 단원, 몇 차시 수업을 준비해야 할지 결정해야 구체적으로 수업을 구상해볼 수 있겠죠. 이는 강의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번호순이나 제비뽑기로 아예 학생별로 발표할 차시를 지정받는 경우도 있고, ‘Speaking’, ‘동시’와 같은 광범위한 주제에 적합한 단원과 차시를 알아서 선정해 준비해야하기도 합니다. 과제에 따라 개인으로 하기도, 조별로 하기도 합니다.
사실 교사용 지도서에는 실제 교실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내용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아주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업을 구상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어주지요. 하지만 지도서 내용을 그대로 베껴서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공통된 교육과정 하에 주어진 교과서 내용과 학습 목표를 보다 다양한 교수 방법과 자료를 활용해 가르칠 수 있도록 연습해보는 것이 수업 실연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학습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학습 활동을 고안하기 위해 지도서 외의 여러 자료도 찾아보아야 하는 이유죠.
▲ 필자가 1학년 때 과제로 작성했던 국어과 교육 교수·학습 과정안 일부.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과정안은 세안과 약안으로 나뉘며, 형식에는 세부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수업의 학습 목표를 어떠한 학습 활동들을 통해 도달해볼지 생각해보았다면 ‘교수·학습 과정안’을 씁니다. 우선 대상 학년, 수업 일시, 단원명, 학습 주제, 학습 목표, 준비물 등을 상단의 표에 채워 넣습니다. 이어서 각 학습 단계에서 어떠한 교수·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학습 활동들의 예상 소요 시간과 준비물, 유의점은 어떠한지를 자세하게 써내려가게 됩니다. 교사가 어떻게 40분 동안 수업을 해나갈지에 대한 ‘계획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예요. 담당 교수님의 피드백을 통해 과정안을 수정하고 보완하기도 합니다.
▲ 학습 활동과 어울리면서도 재치 있는 아이디어의 교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머리도, 손도 많이 써야 한다.
▲ 완성! 국어 수업 실연을 위해 필자와 조원들이 함께 만들었던 교구다. 때때로 수업 실연을 위해 교구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위와 같이 학습 목표와 활동을 안내하는 우드락. 학생들이 학습 활동을 잘 마칠 때마다 초에 불이 켜지고, 마침내 주인공이 행복한 생일을 보내게 된다는 설정의 교구였다.
때로는 계획한 학습 활동을 위한 교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업 실연 준비에는 교구 제작 또한 포함됩니다. 형형색색의 색지와 부직포를 오리고 붙이며 교구를 만들다 보면 난장판이 된 주변처럼 머릿속도 정신이 없지만, 완성품을 보면 뿌듯함이 차오르곤 하지요.
마지막으로 수업 실연을 직접 해보기에 앞서 연습을 해야겠지요. ‘연습의 연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발표를 앞두고서는 수업을 원만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학습 활동과 자료, 교사 발문(교사는 이미 답을 알고 있고, 학생들이 학습 목표에 도달하게끔 도와주는 질문)을 반복해 익히고 말해보며 작성한 과정안을 숙지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이 된 대학교 강의실, 살짝 엿볼까요?
드디어 발표 날이 되었습니다. 몇 날 며칠의 노력이 담긴 과정안을 교수님과 동기들 앞에서 직접 실연하는 시간이 온 것이지요. 교대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실연 현장은 어떠한지 함께 살펴볼까요? 수업 실연 역시 학교에 따라, 담당 교수에 따라, 학년 또는 학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수업 실연의 교구 중 하나로 종종 등장하는 모둠별 이름표. 초등학교 학습 활동의 상당수는 모둠별로 이뤄진다. 강의실에 앉은 자리에 따라 즉석에서 ‘모둠’이 결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 실연에서의 학습 활동들을 하곤 한다. 평범할 수 있는 ‘존중’이라는 모둠명에도 ‘창의·인성’ 요소를 접목하고자 한 발표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초등국어과교육’이란 강의에서 수업 실연 발표가 있는 날입니다. 발표자들은 여유 있게 강의실에 도착했습니다. 애써 만든 교구들, 행여나 부서질까 조심조심 강의실로 챙겨간 후 강의실의 책상들을 준비한 수업에 알맞게 모둠별로 배치도 했습니다. 각 자리 위에 학습지도 미리 배부해두었지요. 곧 다른 학생들이 하나둘 오고, 마침내 교수님께서 강의실에 도착하셨습니다. ‘준비한 영상이 무사히 재생되어야 할 텐데’ ‘중요한 발문을 하며 버벅대거나 틀리면 어떡하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을 뒤로하고 발표를 시작합니다.
▲ 발표자들이 해당 수업 부분의 실제 교과서를 복사해오거나 직접 만든 학습지를 인쇄해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진짜 초등학생인 마냥 발표 학생의 지시에 따라 교과서와 학습지의 빈칸을 채워 넣는다.
실연자:“이야기를 모두 잘 읽었나요? 이제 학습 문제를 해결해보겠습니다. 먼저 3번 질문에 대해 답해볼 친구 있나요?”
청중:“저는 누나가 기뻤을 거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도 생일 선물을 받았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거든요.”
실연자:“OO이는 생일 선물을 받았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내용을 파악했네요.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 있나요?”
청중:“저는 누나가 행복했을 것 같아요. 누나가 필요한 걸 받은 거잖아요.”
실연자:“맞아요. 누구든 필요한 걸 선물로 받으면 기분이 좋겠지요? 누나의 입장에서 잘 생각해 보았네요. 이제 4번 질문에 대해 발표해볼까요?”
청중:“누나가 울까봐 걱정하는 동생의 모습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실연자:“OO이는 마음이 참 따뜻하구나. 그래요. 걱정하는 모습도 사랑의 한 부분이에요. 모두 잘 발표해주어서 선생님이 너무 기뻐요!”
이렇게나 모범적인 학급이 어디 또 있을까요. 모두가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준비해온 학습지도 대충 푸는 법이 없습니다. “발표해볼 친구 있나요?” 하면 매 질문에 서너 명씩 발표를 자원하곤 합니다. 게다가 어쩜 선생님 마음에 꼭 드는 대답만 하고 말이죠! ‘집중의 박수’까지 착실하게 따라 합니다. 적극적인 분위기에 예비 선생님의 긴장되던 마음은 어느새 가라앉고,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 수업 실연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몇몇 학생들이 강의실 앞으로 나가 학습 활동을 하고 있다. 아무리 멋진 학습 활동을 준비해온들 그걸 구현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수업 실연에서는 학생 역할도 중요하다.
밝은 얼굴로 자신이 준비한 수업에 참여하는, 의리 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발표자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이유다.
앞에 나가 있는 친구가 이 ‘수업’을 준비하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동료인 교대생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모범적인 초등학생 역할을 수행하곤 합니다. 애초에 수업이란 교사와 학생 간 의사소통을 통해 학습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수업 실연에서는 발표자뿐 아니라 청자의 역할 또한 중요합니다. 동료의 수업 실연을 보는 것 역시 예비교사로서 좋은 공부가 되기도 하지요.
초등교사가 맡는 수업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전담 교사가 없는 경우 체육도 담임 선생님의 지도하에 진행되죠. 그렇기에 교대생들은 체육 수업 실연도 당연히 거쳐야 합니다. 그 주제는 그야말로 폭넓습니다. 체육 교과에는 축구나 농구 같은 친숙한 종목부터 하키, 리듬체조, 씨름처럼 평소 접할 기회가 비교적 적은 종목, 거기에 술래 피하기, 표적 맞히기, 전통놀이, 민속무용, 여가 활동 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죠. 저는 제비뽑기로 정한 발표 주제가 하필 생전 해본 적이 없던 ‘매트 위에 손 짚고 옆 돌기’였던 바람에 수업을 준비하는 저도, 듣는 동료들도 애를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체육 수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겠죠? 연습 수업에서도 예외는 없습니다. 주제가 무엇이든 체육 수업 실연은 준비운동으로 시작합니다. 발표자가 준비물로 챙겨온 호루라기를 불며 시범을 보이면 나머지 학생들은 호각소리에 맞춰 동작을 따라 하지요. 학습 활동들도 실제로 하게 됩니다.
▲ “각 팀의 술래를 정하세요~”하는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 곧이어 “가위바위보!” 하는 외침이 들린다. 모든 학생이 꼭 체육복을 입고 와야 하는 건 기본! 이날 발표에선 실제 수업 때처럼 팀을 양분하기 위해 색깔 조끼도 입었다.
▲ 가상 수업이라고 설렁설렁하는 법은 없다. ‘술래 잡아 이어달리기’ 활동이 있던 어느 날, 열심히 뛰고 있는 교대생들. 아쉬움의 탄식, 안타까움의 재촉, 환희의 탄성, 가쁜 숨까지. 수업 실연 현장은 금세 소란스러워진다.
‘선생님’의 호루라기는 준비운동 때뿐 아니라 수업 중간에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국어 수업 실연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성실하게 발표하고 학습지를 풀면 됐다면, 체육 수업 실연에서는 몸으로 뛰어야 합니다! 체육관을 필드 삼아 바통 이어달리기, ‘멋쟁이 토마토’에 맞춰 긴 줄넘기 하기, 페트병 볼링 하기, 콩 주머니 던져 넣기 등 발표마다 다채로운 체육 활동이 펼쳐집니다. 발표 학생은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순회 지도를 하기도 합니다. 실연이 끝나면 동료 평가지를 작성해야 하는 강의도 종종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교수님의 피드백을 통해 해당 수업의 장단점, 보완할 부분에 대하여 함께 알아봅니다.
■ 망치면 어때? 연습하는 과정일 뿐인걸!
교대 재학 시절 강의 과제나 교생 실습 수업 때문에 준비하는 수업 실연을 위해 교대생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보름 넘게 준비를 합니다. 한 과목의 한 차시(40분)를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하루에도 서너 과목의 수업을 담임교사가 도맡아 하게 되는 초등학교의 특성상, 다음에 진짜 교단에 서게 되었을 때도 학부생 때처럼 모든 수업을 치밀하고 열정적으로 준비하기란 실로 불가능한 게 당연합니다. 상부상조하자는 일념으로 착실하게 대답하고 활동하며 수업에 임해주는 예비교사 동기들이 아닌 실제 초등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는 갖가지 예상 밖의 답변들과 돌발 상황들도 난무하겠지요. 계획대로 수업이 흘러가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울 것입니다. 한마디로, 수업 실연과 실제 수업은 꽤 많이 다릅니다.
▲ 지도서, 참고 서적, 노트북, 그리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교대생들이 보인다.
수업 실연을 준비하는 전형적인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과정안 작성 및 수업 실연은 예비교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록 실제 현장의 여러 변수들까지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나름대로의 자료 조사와 동료 간의 의견 교류, 그리고 무수한 고민을 통해 가상의 수업을 구성해보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나중에 온전히 혼자서 한 학급을 이끌어나가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물론 시작은 부족한 점들이 가득한 과정안, 실수 만발인 발표입니다. 저는 성에 차지 않는 발표로 속이 상할 때면, 언젠가 한 교수님께서 “발표를 망치고 나면 학생들은 낙심하기 마련이지만, 수업 실연의 성패 자체보다 그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이로부터의 배움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던 것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때 교수님께선 수업 실연은 예비교사가 자기 나름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시행착오 과정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영어 수업 실연을 망쳐 속상했던 하루였습니다. 오늘의 실수가 훗날의 밑거름이 되게끔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그리고 마침내 이 기사를 다 썼으니, 연이어 저는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수학과 교육 교수·학습 과정안에 서둘러 착수해야 합니다. 분수의 덧셈과 관련해 어떻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학습 활동을 해볼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 있는 분!
2017 블로그 기자단 / 황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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