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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고색고등학교 ‘한라에서 백두까지 산악 종주 극기캠프’ 극한의 한계와 싸우며 ‘나’를 만나는 길 본문
수원 고색고등학교
‘한라에서 백두까지 산악 종주 극기캠프’
극한의 한계와 싸우며 ‘나’를 만나는 길
두려움과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나는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했다. 그 때, 바로 옆에 있는 친구가 외쳤다. “겁내지 말고, 빨리 가!” 그 한마디는 마라토너를 돕는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존재가 되어 “넌 할 수 있어! 옆의 친구들을 봐! 힘 내!”라는 소리로 들렸고, 나는 그 말에 힘입어 첫 바윗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조금씩 뒤처지긴 했지만 반 친구들과 꼭 함께 하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새 헤드랜턴의 불빛도 희미해져갔다. … (중략) … 내가 이 보다 더 심한 고난도 잘 이겨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설악산을 등반하면서 조그마한 인생을 경험한 것 같다. 그래서는 나는 ‘설악산을 등반했다’라는 표현 대신에 ‘조그마한 인생을 등반했다.’라고 쓰고 싶다. (고색고 2학년 진승민 군, 조그마한 인생을 등반하면서 中)
1)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함께 오른 지리산 등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의 작은 불빛에 의지해 조심스레 한걸음을 내딛었다. 새벽 3시부터 시작한 무박 2일 산악 등반.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부여잡고 장장 7시간 만에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온 몸의 힘이란 힘은 다 빠져버린 후다. 최장 14시간에 걸친 산악 등반은 힘 좋은 고등학교 남학생들조차 ‘넉 다운’시킬 정도로 쉽지 않은 도전일 터.
경기 수원 고색고등학교(교장 정종욱)는 2009년 남고로 개교한 이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기캠프로 산악 종주를 시행해 오고 있다. 2012년까지는 여름 방학 때 일부 학생들만 오갔으나 2013년부터 1, 2학년 대다수가 참여하는 캠프로 자리매김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4대산 종주
“처음에는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산행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습니다. 지역 내에서 비선호 학교로 꼽히다 보니 학생들의 의지력과 도전 의식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었지요. 우리나라 명산을 학교 차원에서 함께 가보자고 결정했어요. 4대산을 모두 등반한 사람은 국내 1%도 안 될 겁니다. 산악인들도 쉽지 않은 코스지요.”
4년 전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정종욱 교장은 기존의 산행을 극기캠프로 바꾸고 2년간 4대산 종주 도전에 나섰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란 이름으로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 종주에 1~2학년이 동참했다. 밤부터 시작해 최소 10시간이 넘는 산행 코스였다.
설악산은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넘어 오색약수에 이르는 11시간 코스로, 바위가 많은 탓에 중간 중간 기어 가야할 정도로 험난한 산악인 코스다. 까만 하늘에 쏟아지는 별빛과 산 중턱에 이르러 맞이하는 일출은 장관이지만 정신과 신체적으로는 극한을 경험하게 된다. 그 후로도 몇 시간을 더 걸어 산 정상에 오르면 아이들 입에서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정 교장은 교육적 효과를 확신한다.
“힘들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희망합니다. 오히려 안전사고가 걱정되는 아이들을 걸러내야 할 정도로 아이들의 의지가 강해요. 산행 전날 다친 학생이 반깁스를 하고도 끝까지 오르겠다며, 정상을 향해 등반할 정도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 대단합니다.”
2)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아이들
3) 국어·한문 융합수업으로 만든 ‘산악등반 응원문구
1M 1원으로 ‘나눔’ 실천
중국과의 관계로 백두산 등정이 힘들어지면서 올해는 마니산과 태백산을 더해 5대산 종주에 나선다. 민족의 혼과 정기가 서린 영산으로서 도전 의미를 부여했다.
이 때 산행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하는 사제부(師弟父) 동행으로 이뤄진다. 산행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며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는 과정은 서로 간의 이해를 돕고 정을 돈독히 하고 있다.
여기에 2015년부터는 학생회를 중심으로 ‘1M 1원’모금활동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오르는 산의 높이만큼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전교생 캠페인이다. 네팔 난민 돕기 유니세프 성금 기탁으로 시작된 캠페인은 광복 70주년 기념 통일 기금 마련 캠페인으로, 지난해는 설악산 등반으로 130만 원을 위안부 나눔의 집 성금으로 기탁하고, 경주 지진 피해 기금도 모아 전달했다.
산악 종주 극기캠프 전후 활동은 교육효과를 더 키운다. 교과-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교과 융합수업을 진행하고, 다녀온 후에는 극기 캠프 소감문 쓰기 대회, 자연사랑・친구사랑 사진 콘테스트 등을 개최했다. 4대산을 모두 등정한 학생은
‘그랜드슬램상(다이나믹 도전상)’을 수상하는데, 한 회에 200여 명이 가도 총 수상자가 4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최병학 지도교사는 “무기력하고 나태한 아이들 눈빛이 달라질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함께 극복하는 과정에서 학급 간, 교우 간 폭력 다툼도 줄었다.”며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산행 과정에서 느꼈던 점에 대해 가장 많이 쓴다.”고 말한다.
최병학 교사가 전하는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 Tip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200여 명의 학생과 무박으로 10시간 넘는 산행을 할 때 가장 걱정되는 건 안전사고이다. 학교안전관리 종합계획에 따른 지침을 잘 지킨다고 해도, 별도 준비를 꼭 해야 한다. 우선, 보건실 협조를 얻어 혈압과 학생들의 산행 가능 건강 체크를 통해 1차로 참여자를 가려낸다. 산행을 위한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 체육교사 지도 아래 기초 신체 능력 테스트(왕복달리기 60회)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산악 안전교육은 4회 이상 실시하고, 현지 산악구조대 등 안전 협조 요청도 필수다. 특히, 입산 시간과 코스를 동일하게 사전 답사를 진행하는데, 학교장을 비롯해 매년 교사가 먼저 등반하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사전・사후활동!
사전 활동은 교과별 학습 요소를 추출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는 국어과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독서문법과 한문 교과 융합수업으로 지리산 극기캠프와 화랑의 수련활동을 연계해 체험활동의 의의를 재해석하고, ‘산악등반 응원문구(창의 성어)’를 만들어 산행 안전 인식표를 제작하는 활동을 했다. 또한, 생명과학 시간의 지리산 임산자원 조사 활동, 환경 시간의 지리산 환경 지키기 삼행시, 표어 제작 활동, 지리시간의 지리산 형성과정과 생물 분포 조사활동 등 수업과 체험 활동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사후 활동에는 ‘그랜드슬램상(Dynamic 도전상)’을 수여해 학생들의 도전 정신을 높게 평가하고, 극기 캠프 후 소감문 쓰기 활동, 친구 또는 부모님과 찍은 사진을 제출해 우수 활동자를 시상한다.
‘1M 1원’기부 캠페인
산악 종주 극기캠프는 기부 캠페인이 함께 한다. 이때 모금과 기부 활동은 학생회 주관으로 운영하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창의체험 스타
지리산 등정
상부상조를 가슴에 새기다
진승민(18) 군에게 설악산은 ‘흙이 없다.’할 정도로 바윗길을 타고 오른 극한의 도전으로 기억된다. 산 중턱을 오를 때는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여서, 지리산에서는 너른 바위 위에 쓰러져 자는 걸 한 등산객이 “여기서 자면 안 돼, 학생”하며 깨우기도 했다고. 1km 정도 내려 온 것 같은데 팻말은 0.1km를 내려왔다고 보여줬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실망할 때가 많아요.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건 2학기 지필고사가 끝난 후였는데, 예상치 못한 점수로 좌절을 느낄 때였어요. 웬지 힘들 때 ‘여기서 자면 안 돼, 학생’ 이 말을 떠올리게 돼요.”
진 군이 등반 후 가장 크게 변한 건 뭘까. 평소 협업을 통해 한 일을 완성하기보다 혼자 하는 일이 편했다는 그는 “함께 하면 훨씬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오르는 과정에서 ‘상부상조’했던 경험은 여럿이 한 일을 하는 기쁨을 알려 줬다. “제게 등산은 쌀 한 톨과 같아요.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농부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구어내듯이 비록 산악 등반 성공이라는 자그마해 보이는 결과라도 이를 위해 나 자신과 끊임없이 부딪치며 일구어낸 결과이기 때문이죠.”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
4대산을 종주한 그랜드슬램人
3학년 배지호(19) 군은 지난 2년간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백두산을 모두 등정했다. 설악산은 정말 ‘악’소리가 날 정도로 가장 힘들었고, “꿈만 같았다.”는 백두산 천지는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무언가를 가슴에 남겼다.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가 가장 힘들어요. 희망고문이랄까… ‘정상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을 믿고 가는데 같은 말을 10번을 들어도 정상은 보이지 않았죠. 친구들 없인 못 올랐을 거예요.”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등반하다 어느덧 뉘엿뉘엿 저녁 해가 져서야 끝나는 고된 산행. 매번 “다시는 못 올라.”하면서도 또 다시 오른 이유는 뭘까. 힘들 때마다 “지금보다 힘들까?”라고 자문한다는 배 군은 산행을 ‘하나씩 올라야 할 계단’과 같다고 했다. 하나씩 오를 때마다 다음 목표를 바라보기 때문이란다.
글_ 한주희 본지 기자
출처_ 행복한교육 2017.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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