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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우연'의 결과인가?

대한민국 교육부 2017. 12. 7. 19:37


진화는 '우연'의 결과인가?




진화는 수많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났을 수 있으며, 진화의 역사에서 우연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시카고대(Uchicago) 연구진은 대량의 고대 단백질 변이체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3일자에 발표했다.


시카고대 대학원생인 타일러 스타(Tyler Starr)와 지도교수인 조셉 손튼(Joseph Thornton) 교수는 재구성된 고대 단백질들을 최첨단 기법인 돌연변이 심층 스캐닝 기술(deep mutational scanning)을 활용해 처음으로 대량의 단백질 변이체 라이브러리의 특성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저자들은 진화가 아주 오랜 옛날에 실제로 택한 경로와, 그와는 달리 선택됐을 수도 있는 수백만 개의 대체 경로를 비교할 수 있었다.


 

논문 제1저자인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생 타일러 스타가 연구에 활용한 인공조작 효모가 든 병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효모에는 고대 조상 단백질로부터 현대의 새로운 기능을 가진 단백질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가지의 진화적 경로를 포함하는 라이브러리가 도입됐다.  Credit: Matt Wood, University of Chicago



 지금보다 더 낫게 진화할 수 있었을까


이들 연구팀은 5억년 전 오늘날의 인간 생리에 매우 중요한 새로운 기능을 진화시킨 한 고대 단백질의 부활 버전에서 시작해 거대한 분량의 유전적 변이체 라이브러리를 합성하고, 돌연변이 심층 스캐닝으로 이들의 기능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단백질이 역사적으로 진화해 온 것보다 더 나은 새로운 기능을 진화시켰을 수도 있는 800개 이상의 다른 방법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초기 역사에서 우연한 돌연변이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진화의 구체적인 결과는 결정적으로  우연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방식에 좌우됐다.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과 대학원생인 타일러 스타는 “진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같은 결과가 나왔을 수 있는 다른 모든 경로와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진화가 얼마나 특이한가를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종종 (진화의 결과) 생물학에서의 모든 것은 완벽하게 그 기능에 적응됐다고 상정하지만 우리는 진화로 나타난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우연히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 것보다 기능적으로 좀 낫거나 비슷한 수많은 것들 가운데 단지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염기서열이 완전히 해독된 유전체를 바탕으로 작성한 생명 나무(Tree of Life). Credit : Wikimedia Commons / TimVickers



 '분자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


이번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손튼 교수(생태학, 진화, 인간 유전학)는 지난 15년 동안 조상 단백질 재구성을 통해 ‘분자 시간 여행(molecular time travel)’을 개척한 연구를 이끌었다. 2013년에 그의 팀은 스테로이드 호르몬 수용체 단백질 계열의 선조 물질을 부활시켜 그 기능을 분석했다. 이 스테로이드 호르몬 수용체는 성적 생식과 발달, 생리 및 암에 대해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다양한 수용체들은 서로 다른 호르몬들을 인식하고 차례로 서로 다른 목표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시킨다. 이것은 수용체들이 목표 유전자 가까이에 있는 반응 요소가 불리는 DNA 염기서열에 특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손튼 교수팀은 오늘날 존재하는 수백개의 수용체 시퀀스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통계적으로 생명 나무를 거슬러 올라가 고대 수용체 단백질들의 유전적 시퀀스들을 추론했다. 그런 다음 이 고대 단백질들에 상응하는 유전자를 합성해 실험실에서 이들을 발현시키고 그 기능을 측정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에스트로겐만 인식하고 그 반응 요소에 결합한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런 에스트로겐 수용체처럼 행동하는 계열의 조상들이 진화 역사 속의 특정한 기간 동안 다른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인식하고 새로운 종류의 반응 요소에 결합하는 후손 그룹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또 포유동물이 출현하기 전 세 가지 핵심 돌연변이가 조상 수용체로 하여금 새로운 목표 시퀀스에 결합하는 능력을 진화시키도록 했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와 같은 작업들이 현재의 연구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진화가 과거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정확하게 알고 난 다음 손튼 교수팀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것이 새로운 기능을 진화시키기 위한 유일한 진화의 길이었을까? 이것이 목표에 이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거나 쉬운 길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였을까?


 

논문 저자인 타일러 스타가 시카고대 고든 통합과학센터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Credit: Matt Wood, University of Chicago



 지금과 다른 '진화의 대체 역사'를 쓴다면?


논문 저자인 스타는 대학원 첫 해 동안 엄청나게 많은 선조 수용체의 변이체가 새로운 반응 요소와 결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 프로젝트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먼저 효모 균주를 조작해 선조 또는 새로운 반응 요소가 형광 리포터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수용체에서 DNA를 인식하는 네 개의 핵심 부위에 있는 모든 가능한 아미노산 조합을 포함하는 선조 단백질 라이브러리를 합성했다. 이 아미노산 조합들은 모두 16만 개로, 단백질의 핵심 부분이 따라갈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진화적 경로를 구성하고 있다. 그는 이 라이브러리를 조작된 효모에 도입했다.


이어 레이저 구동장치를 사용해 수억 개의 효모세포를 그들의 형광색에 따라 분류한 뒤 고성능 시퀀싱을 사용해 각 수용체 변이형을 조상 전래의 기능과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으로 연결시켰다.


대부분의 변이형은 전혀 기능을 하지 못 했고, 일부만이 조상 전래의 기능을 유지했다. 그러나 스타 연구원은 이 가운데서 828개의 새로운 단백질 버전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들은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거나 역사적으로 진화해 온 것들보다 더 나았다. 놀랍게도 진화는 그 역사 속에서의 ‘해법(solution)’보다 훨씬 쉽게 이와 같은 많은 것들에 접근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 몸의 단백질 버전에 도달할 때까지 가능한 변이의 공간을 이리저리 헤매왔던 게 분명했다.


 

연구를 수행한 시카고대 조셉 손튼 교수(왼쪽)와 타일러 스타 대학원생. Credit: Matt Wood, University of Chicago



 진화생물학자들의 '꿈의 분자 버전'


손튼 교수는 “우리 모두는 이 단백질의 같은 유전자 서열을 공유하고 있어서 진화적 운명에 의해 가장 최상의 버전에 도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진화가 취할 수 있는 다른 수백 가지의 방향이 있다”며, “우연히 일어난 진화의 역사에 특별한 것은 없지만 몇 가지 우연한 단계들이 우리를 이 유일하고 우연한 결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손튼 교수는 돌연변이 심층 스캐닝 기술이 진화생물학자와 유전학자 및 생화학자에게 강력한 연구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이 접근법을 사용해 일련의 가능한 결과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기 위해 대대로 이어지는 ‘조상’들을 진화 역사의 다른 관점에서 연구해 볼 계획이다.


그는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는 분자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으며, 일단 거기에 타게 되면 구현이 가능했을지 모를 모든 대체 역사를 동시에 따라가 볼 수 있다”며, “이것은 모든 진화생물학자들의 꿈의 분자 버전”이라고 밝혔다.




글_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즈

저작권자 2017.09.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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