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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이유는?
21세기는 증후군 시대 (4) 블랭킷 신드롬
찰리 브라운. 세계적 만화가인 찰스 슐츠(Charles Schulz)의 작품인 피너츠(Peanuts)의 주인공이다. 이 만화에는 재미있는 성격을 가진 조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강아지인 스누피가 사람보다 더 능청스럽게 행동해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면, 찰리의 친구인 ‘라이너스’는 항상 담요를 들고 다녀 궁금증이 생겨나게 만든다.
라이너스는 담요가 없으면 불안해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담요를 들고 다니는데, 재미있는 점은 이 꼬마 아이를 모델로 한 심리학적 증후군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명 라이너스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블랭킷 증후군(Blanket Syndrome)’으로, 특별한 물건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특정 대상에 과도할 정도의 애착을 가지는 증상 |
특정한 대상이나 물건에 애착을 가지는 증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애착을 느끼는 물건도 천차만별이다. 인형이나 베게, 또는 옷처럼 종류나 형태에 따라 다양하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마음 속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해석한다. 가령 생후 6~12개월 정도 지난 아기라면 엄마와 조금이라도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엄마라는 특정한 대상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블랭킷 증후군이 나타나는 원인을 전문가들 중 일부는 유아기 시절 엄마라는 존재와 어쩔 수 없이 떨어지게 된 아기들에게서 찾기도 한다. 출근을 하거나 몸이 아파서 엄마의 자리를 잠시 동안 비우게 됐을 때, 불안한 마음이 생겨나면서 엄마를 대신할 물건을 찾게 된다는 것.
특정 물건에 애착을 가지는 증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 funandfunction.com
전문가들의 말을 빌면 이처럼 특정한 대상과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한 증상을 전문 용어로 ‘분리불안 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라고 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집착하던 대상을 대신할 물건을 ‘전이 대상물(transitional object)’이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아동심리학회의 관계자는 “아기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 집착하는 현상은 성장단계에서 나타나는 발달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나이를 먹게 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린다”라고 설명하며 “문제는 4~5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분리불안을 느끼고, 특정 물건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5세 이후에도 분리불안 장애가 지속된다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처럼 집단생활이 필요한 교육과정에서 적응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특정한 물건을 소지하지 못하게 될 경우 심한 불안감에 휩싸이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지기도 한다.
자칫하면 의존성 인격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
블랭킷 증후군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전에도 특정한 대상에 집착하거나 이와 멀어지게 되면 불안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를 주목할 만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성장 단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랭킷 증후군이란 용어가 생겨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탄생한 지 1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손에서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중독성을 가진 스마트폰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증후군의 소재를 아이들이 덮고 자는 담요로 표현했지만, 사실은 현대인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중독성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성한 ‘스몸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로 그 폐해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인들의 문제로 치부하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이제는 청소년은 물론 유아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잠시라도 손에서 떨어지면 불안감을 느끼고,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블랭킷 증후군이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는 것이다.
블랭킷 증후군의 실제 대상은 스마트폰 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free image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6년 스마트폰 과잉 의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아동의 스마트폰 과잉 의존과 관련한 위험률이 17.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아이들이 울거나 보챌 때,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여주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과잉 의존 위험군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청소년들과 20대 여성들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청소년의 경우 과거에는 학교나 학원처럼 학습 장소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대부분의 관계가 형성되어졌다면, 지금은 온라인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맺어진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의 2G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자신의 SNS에 올라가 있는 댓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조회수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등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패턴을 보이는 것이 요즘의 청소년들이다.
또한 20대 여성의 경우도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24.5%가 스마트폰 중독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대 여성 4명 중 1명이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의미로, 여성이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높고 언어적인 재능도 뛰어나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은 단순히 물건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온라인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집착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하면서 “집착은 심해지는데 관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의존성 인격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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