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을 예방하는 3가지 학급운영의 기술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또래문화가 형성되며 그룹에서 이탈하는 학생들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한 명의학생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사의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따돌림을 예방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교사는 어떤 지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요?
선생님은 교실에서 어느 정도의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바라보십니까? 교실의 폭력도 그 정도에 따라 단계를 나눌 수 있습니다.
다음의 ‘폭력지수’는 핀란드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프로그램 자료를 통해 알려진 내용입니다.
1 드러내지 않고 은근히 따돌림
2 나쁜 표정을 짓거나 나쁜 눈빛으로 바라 봄
3 나쁜 별명을 붙이고 놀림
4 나쁜 소문을 내거나 모욕을 줌
5 못살게 굴거나 노골적으로 따돌림
6 위협하고 협박함
7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거나 망가뜨림
8 발로 차거나 몸을 때림
9 흉기로 위협하거나 상처를 입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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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교사들은 학교폭력지수 5인 ‘못살게 굴거나 노골적으로따돌림’이 행해지기 전까지는 ‘아직 두고 보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두고 보면 안 됩니다. 폭력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학급의 평화에 예민한 선생님은 폭력지수 1인 ‘드러내지 않고 은근히 따돌림’부터 바로 개입하여 초기에대응하고 따돌림을 예방합니다. 은근히 따돌리는 것부터 예방하기위해서는 먼저 학급 안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두고관찰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정확하게 알지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기 초부터 ‘학교폭력지수’를 교실에게시하고, 혹시 친구에게 별명을 부른다면 “별명을 부르는 것도학교폭력지수 몇 단계에 해당하는지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을통해 교실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마다 함께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토의해야 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1982년 10∼14세 청소년 3명이 집단 괴롭힘의 결과로 잇따라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괴롭힘 근절 실천운동(Manifesto AgainstBullying)’ 캠페인을 전국에서 벌였다고 합니다. 베르겐 대학의 심리학자 댄 올베우스(Dan Olweus)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을 학생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2년 사이 학교폭력 사건이 50% 이상 감소하였고, 이후 영국, 독일, 미국 등으로 프로그램이 확산되면서 역시 큰 효과를 보였습니다. 올베우스 교수가 개발한 획기적인 이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교실 중앙에 올베우스 4대 규칙을 게시하고, 하루에 규칙을 하나씩 알아보며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째 날에는 ‘우리는 다른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라는 규칙을 제시하고 ‘장난’과 ‘괴롭힘’은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대개 ‘장난’이었다고 핑계를 댑니다. 하지만 ‘장난’과 ‘괴롭힘’의 차이는 괴롭힘 당한 피해자가 정하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극명하게 깨닫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셋째 날은 ‘우리는 혼자 있는 친구들과 함께할 것이다.’ 규칙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따돌림 문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수를 차지하는 따돌리는 세력의 입장에서 따돌림 당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편견을 가지기 쉽습니다. 불쌍하기는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기에 사람들이 저리 싫어하겠지’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학기 초 ‘너랑 안 놀아라고 말하지 않기’라는 규칙을 아이들이 함께 지킬 수 있도록 꼭 혼자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4대 규칙
규칙1 우리는 다른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규칙2 우리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울 것이다.
규칙3 우리는 혼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할 것이다.
규칙4 만약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학교나 집의 어른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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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 달에 한 번, 학급살이 설문지 활용하기 |
교실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폭력으로 고통 받는 상황을 선생님에게 이야기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황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익명으로 도울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교사에게 도움의 요청이 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달 마지막 날 아침자습에는 ‘○월 학급친구 생활 살펴보기’ 학습지를 나누어주고, 익명으로 한 달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달에 친구들을 가장 존중하며 대해준 친구’, ‘지난달보다 말과 행동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친구’, ‘아직도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힘들어하는 친구’, ‘우리 반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 우리 반 친구 중에 속상한 마음이 남아있는 친구’, ‘이달에 선생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 등을 그 까닭과 함께 남기게 했습니다.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는 선생님의 인정보다 반 아이들의 평화에 대한 역동이 전해지면 더욱 빨리 변화될 수 있습니다. 반 친구들의 격려가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많이 전해지는 2학기를 응원합니다!
지난 학년보다 말과 행동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더 친절하게 대해줌”
“툭툭치고 다니지 않아서”
“나쁘게 하는 말을 재미있는 말로 바꾸었다.
행동도 좋아지기는 했지만 장난을 줄여야 할 듯”
1. 교실에서 학교폭력을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학기 초에 웃으면 아이들에게 얕보인다.’ 는 생각으로 학생들의 행동 수정을 위해 교사가 사용하는 ‘억압’이라는 생활지도 방식이 결과적으로 은연중에 학급에 ‘지배 구조’를 낳게 됩니다. 얼핏 무섭고 야단치며 아이들을 다루는 선생님의 교실은 조용하고, 갈등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갈등이 없는 게 아니라 곪고 있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등은 더욱더 골이 깊어지고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커집니다.
2. 지나치게 허용적인 교사의 방식이 좋다고 옹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허용적인 교사의 학급은 갈등이 잘 드러나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불만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드러나기 시작한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동안에 학급은 통제력을 잃고 더욱더 무서운 학급폭력 상황으로 번져가기도 합니다.
3. 교사가 교실 속 한 아이를 예뻐하면, 시샘하는 아이들이 뒷담화로 ‘잘난 척 한다’, ‘교사에게 아부한다.’ 등으로 비난을 하게 되고, 아이는 왕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심각한 것은 교사에게 자주 지적받거나 꾸중을 듣는 아이들이 왕따가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4. 교사의 모둠별 보상제도도 더 많이 왕따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둠에서도 평소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하거나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5. 학기 초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놀이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갈등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입니다. 놀이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통해 반 아이들이 더 가치 있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바라봐야 합니다.
글_ 허승환 서울난우초등학교 교사
출처_행복한 교육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