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연구문화 환경은 지원방법에서부터 특별하며 그 형태가 다양하다. 그러나 어떻게 지원하고 장려해야 효과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와 같은 지원방법을 세부적으로 연구하며 지원방법과 지원 결과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연구는 매우 드물다. 더구나 과학기술이 시민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국가의 위상과 직결되는 오늘날 MIT 슬로언 경영 대학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아주레이 (Azulay) 교수와 연구진이 발표한 다음의 논문은 매우 흥미롭다. 이 논문은 연구 예산은 물론 지원하는 방법에 따라 창의적인 연구결과에 많은 영향을 끼치니 그 사실을 인식하여 사업 지원방법과 연구자 모두 창의적인 연구문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원한다면 그들의 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실험이 성공하거나 실패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죠. 연구자에게 단기간의 실패가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라고 MIT 슬로언 (Sloan) 경영 대학의 부교수이자 본 연구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삐레르 아주레이 (Pierre Azoulay)는 말한다. 그와 함께 구스타보 만소 (Gustav Manso) 조교수,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부교수 조시와 그라프 지비 (Joshua Graff Zivi) 연구 결과는 그들이 발표한 논문, “장려책과 창의력: 생물학계에서의 증거 “Incentives and Creativity: Evidence from the Academic Life Sciences,””에 담겨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연구원들이 지원금을 보다 자유롭게 쓰게 해주고 단기성과에 얽매이지 않게 하면 더욱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구 결과를 낸다고 한다. MIT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장기 지원을 받을 때에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도전정신을 중요하게 여기고 초기 연구 실패를 허락하는 지원을 받은 생물학자들은 정해진 단기 연구만을 지원받는 동료들보다 영향력 있는 논문을 2배 정도 더 많이 썼다.
2009년 미국 의회가 과학계에 약 200억 달러 (약 21조 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후 점점 미국에서 과학 관련 자금 지원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생산량의 3%만큼은 과학 자금으로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2010년 예산안에서 과학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1480억 달러 (약 150조 원)로 명시했다. 아주레이 (Azoulay) 교수는 그와 그의 동료들이 과학 연구에 쓰이는 자금의 액수뿐만이 아니라 이 자금이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창의력을 측정하는 법 (Measuring creativity) |
서로 다른 지원금을 받는 두 집단의 연구원들을 비교한 후에 그들의 결론에 다다랐다고 한다. 한 집단은 미국 Maryland의 큰 생물의학 비영리 단체인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 HHM) (이하 의학 연구소로 기재-역자 주)에서, 다른 집단은 역시 메릴랜드 Maryland의 정부 생명과학 연구소인 미국 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 NIH; 이하 국립보건원으로 기재-역자 주)에서 지원을 받았다.
의학 연구소의 지원은 5년 동안 지속되며 다수가 이 기간 후 갱신된다. 이 지원 프로그램은 “연구자들에게 무엇이든지 도전해보라고 권합니다. 결과가 불확실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더라도요.” 또한 이 연구소는 지원이 끝나더라도 2년 동안 완충 지원을 제공한다. 국립보건원의 지원은 3년에서 5년까지 지속되며 보다 명확한 목표물이 있고 갱신이 되지 않으면 바로 중단된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3년 동안 의학 연구소의 지원을 받은 73명의 과학자들을 찾아서 그들의 2006년까지의 실적을 추적했다. 이들 과학자들은 연구소의 지원을 받기 이전부터 명망 있는 과학자들이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 역시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는 비슷하게 명망 있는 과학자들로 선별했다. 그렇게 선별된 국립보건원 과학자들 중 393명은 과학자 생활 초기에 수상 경력이 있었고 또 다른 92명은 이 보건원의 유망한 프로젝트에 수여하는 차등한 MERIT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
연구는 “창의력”을 정량화하기 위해 논문에 얼마나 자주 새로운 핵심 단어가 나타나는지를 분석했으며, 이들 과학자들이 얼마나 자주 그들 분야에서 인용 횟수가 상위 1% 혹은 5%인 논문을 쓰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용 횟수 상위 5%에는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 과학자들의 논문이 미국 국립보건원의 경력 초기 수상자들의 논문보다 2배 많았고 상위 1%에는 3배 더 많았다. 국립보건원 MERIT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과 비교하면 상위 5%에서는 논문 수가 대등하지만 상위 1%에서는 의학 연구원 과학자들의 논문이 50% 더 많았다. 또한 이 과학자들은 국립보건원의 경력 초기 수상자들과 비교했을 때 논문의 핵심 단어가 10% 정도 더 다양했고 더 넓은 범위의 학술지에서 인용되었다. 그리고 의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지도한 연구자 중 경력 초기 수상자는 인당 1.13명이었던 반면에 국립보건원 과학자들의 경우에는 인당 0.24명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난 20년 동안 “의학 연구소가 매우 창의적인 과학자들을 찾아냈고, 오래 걸리고 기존의 연구 방향을 바꿔야 하더라도 그들에게 중요한 연구를 할 자유를 주었다”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의 관점 (The view from the NIH) |
본 논문의 저자들은 핵심 단어의 개수와 같은 측정 방식이 창의성을 재는 용도로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것들이 연구실에서의 창의성에 대한 적절한 측정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창의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창의력에 대해서 모두 저마다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레이 교수는 인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창의력은 좋은 결과가 얼마나 나오는지에 따라서 측정됩니다.” “우리 논문의 결론은 국립보건원이 의학 연구소처럼 변해야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단순히 각 지원 방법이 연구자들에게 주는 영향이다. 과학계의 중요한 발견들이 예측 불허가 아니고 지원 방법에 영향을 받는다면 정책 입안자들이 연구 비용 예산을 책정할 때에 이러한 점을 참고할 수도 있다.
더구나 과학의 시민적 가치는 돌파구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이 발견을 추후에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창출된다. 이 경우에는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도 많은 사회적 이익을 제공한다. “우리에게 혁신적인 발견과 점진적인 발전이 각각 얼마만큼 필요한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아주레이 교수는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국립보건원은 기존의 지원금 (R01) 이외에도 다른 여러 종류의 지원금을 만들었다. 2004년에 만들어진 개척자 상은 “매우 혁신적인 연구 (The Pioneer Award)”를 위한 지원금이고 2010년에는 일곱 명의 과학자들에게 주어질 예정이다. 새로운 혁신 상은 “혁신과 잠재적 영향력 (innovation and potential impact)”를 강조하며 2010년에는 33명의 초기 경력자들에게 수여된다. 또한 2008년에 NIH는 혁신적인 연구 상을 통해서 “대담하고 창의적인 연구 (Transformative Research projects Awards)”를 하는 이들을 위해 2500만 달러 (약 250억 원)를 지원했다. 여기서 언급된 모든 지원금은 3년 동안 지급되는 기존의 지원금 (R01) 과는 달리 5년 동안 지속된다.
의학 연구소의 미한 (Meehan) 연구자는 “과학자들의 연구 방식이 여러 접근법과 메커니즘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주레이 교수는 연구의 장기적 목표 중 하나는 “과학 정책에 무작위 대조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집단을 시간에 따라 비교함으로써 이 연구는 기존에 일회적으로만 논의되던 주제에 실증적인 요소를 추가하려 하고 있다. (본 연구는 Kauffman 재단과 국립 과학 재단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과학기술정책의 과학 프로그램 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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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음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임. Incentives and Creativity: Evidence from the Academic Life Sciences
- 이 글은 http://news.mit.edu/2009/creative-research-1209 를 출처로 하며, 저자로부터 글 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았음. 저자인 피터 디지 키즈 (Peter Dizikes)는 다방면의 연구 분야를 소개하는 MIT News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관련 잡지인 및 , 등 미국 내 굴지의 신문사 등에도 글을 기고하고 있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 뉴욕대 대학원에서 과학사 및 저널리즘을 전공하였고 MIT 대학에서도 과학, 기술 그리고 문화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번역/편집_ 홍영은, 김진숙
출처_ 크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