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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동기와 창의적 아이디어

대한민국 교육부 2018. 1. 15. 09:00

 

 

 

 

추상적인 말과 생각을 기꺼이 하는 습관·환경과 창의


결과만 놓고 보면 엄청난 변화나 발전을 세상과 인류에 안겨준 혁신적 제품이 그 개발과정에서는 지극히 간단하며 심지어는 사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많은 예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카메라의 개발 과정이다.


코닥(Kodak). 삼십 대 중반 이후의 분들이라면 귀에 매우 익숙한 회사 이름이다. 세계 최고의 필름 제조회사니 말이다. 지금은 존재감조차 느낄 수 없는 이 회사에서 1970년대 있었던 일이다. 당시 코닥의 연구진들은 (우리 기억에 비싼 것으로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되는) 필름의 단가를 낮추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즉 결코 새로운 카메라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필름이란 무엇인가? 그 정의는 이 정도로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빛에 노출되면 표면에 변화가 일어나 영상이 포착되는 화학물질”로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연구진의 고민은 당연히 화학물질이라는 분야 내에 초점화 되면서 한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구체적이란 말로 구체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생각의 범위를 축소 즉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물질 중에서 필름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지금까지도 없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연구원 한 명이 조금 엉뚱하지만 추상적인 생각을 해보았다.


그 생각은 이렇다. “결국 필름이라는 것도 무언가를 담는 그릇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다소 어린아이한테 하는 설명처럼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심지어는 말장난 같은 이 말은 하지만 매우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전혀 다른 관점이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담는 그릇이라는 말을 함으로 인해 그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담는 그릇 중 하나가 바로 그 때 당시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는 그릇’인 카세트테이프였다. 그래서 그 연구원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렇다면 왜 렌즈로부터 나온 이미지가 필름으로만 가야 하지? 같은 그릇이니까 카세트테이프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그러니 영상을 바로 입히는 아날로그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로 변환시키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차적 아이디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바로 전세계인이 스마트폰을 통해 쓰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최초 형태다. IT의 역사가 이런 식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는 분야를 막론하고 무수히 많다. 어린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보편적이며 따라서 추상적인 말로 자신의 전문분야 용어나 고민거리를 바꿔 말하는 순간에 사람들은 대안을 더 폭넓게 보는 창의적인 관점을 지니게 된다.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와 1975년에 이를 개발한 스티븐 사손(Steven Sasson): 

필름에 대한 추상적 정의를 통해 다양한 타분야의 기존 지식의 접목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왜 추상적 사고가 있어야 이런 일이 일어날까? 어떤 문제나 현상을 묘사함에 있어서 추상적이고 일반적 용어만을 사용해서 설명하면 전문성도 없어 보이고 일단은 모호하게 들린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분야에 대해 잘 모를 때 이런 양상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추상적이라는 것은 잘 모르고 전문적이지 못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사고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결정적인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아래를 보자.


 


당연히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들이며 따라서 반대로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더 구체적인 대상들이다. 따라서 가장 구체적인 수준(진도개와 샴)에 머무르면 이 둘은 다른 범주에 속한 것들이며 따라서 서로에게 다르고 상관없어 보이는 대상이 된다. 그런데 더 추상적인 포유류라는 곳으로 생각을 이동시키면 이제 진도개와 샴은 같은 종류의 하위 개념으로 묶이게 되며 따라서 더 유사하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진다. 따라서 어떤 대상이나 문제를 추상적으로 보고 더 나아가서 추상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습관과 능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이디어 생성의 에너지로서의 접근동기가 지니는 역할


그런데 이런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동기적 요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두 동기를 접근과 회피로 구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 중에 있다. 접근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동기를 의미하며, 반대로 회피동기는 무언가 싫은 것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동기이다. 당연히 두 동기 모두 정말 중요하다.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상황과 해야 할 일들의 성격과 맞아떨어져야만 한다.


접근동기로 해야 할 일들은 접근동기로, 회피동기로 해야 할 일들은 회피동기로 해야 그 결과가 좋고 하는 과정에서도 힘들지가 않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것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참 많다.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분석해 보면 회피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큰 반면, 접근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모호하더라도 추상적인 말을 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일까? 접근동기가 강한 상태에서는 즐거움과 기쁨을 지향하기 때문에 다양한‘무언가’를 포괄적으로 떠올리는 사고유형에 민감해 지지만 회피동기가 강한 상황에서는 불안의 해소를 위해 구체적인 ‘무엇’을 떠올리고 입을 통해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연결이 가능해진다.


나쁜 결과를 막아내기 위한 회피동기가 아니라 무언가 좋은 상태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접근동기가 추상적 사고와 언어행동을 가능하게 하며, 이로 인해 폭이 넓어진 사고와 관점은 창의와 직결된다.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이 연결고리들이 제대로 맺어지고 있는지를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글_ 김 경 일 교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수도‧중부권 초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아주대)

출처_ 크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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