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어정쩡한’ 직업들은 사라진다 본문

교육정보

‘어정쩡한’ 직업들은 사라진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8. 1. 15. 09:00

‘어정쩡한’ 직업들은 사라진다

4차산업혁명의 이슈(3) 일자리 논쟁



지금으로부터 87년 전인 1932년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영국의 무명 청년 과학자가 14년 동안의 노력과 1만8천 달러의 비용을 들여 최근에 완성시킨 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웃기고 하여 30분 동안이나 훌륭하게 희화(戲畫)를 합니다. 또 날과 시간을 고(告)할 수 있고 권총도 잡을 수 있으며 작은 글자로 된 신문까지 읽을 수 있는 아주 신통한 로봇입니다.’



 

193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 로봇. ⓒ Free photo



이 로봇의 이름은 ‘알파’(Alpha)다. 1930년대 알파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지 86년이 지나 2016년 ‘알파고’(Alpha Go)가 등장했다. 프로기사 이세돌을 꺾고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는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를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일깨워 주었다.


더불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71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되고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성되어 전체 일자리가 500만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런 비관론은 2013년 옥스퍼드 보고서가 ‘700여개 직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고 예측한 이후 봇물처럼 쏟아졌다. 컨설팅업체 PWC는 지난 3월 ‘2030년까지 영국 내 전체 직업의 30%가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리처드 서스킨은 ‘전문직의 미래’라는 책에서 “2025년에는 법률보조원의 업무 중 94%가 자동화되어 AI가 변호사를 대신해 법률조언을 해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인공지능은 언론사 기자들과도 경쟁하고 있다. LA타임즈의 로봇기자 퀘이크봇은 지진이 일어나자 1분 만에 기사를 쓰고 8분 만에 송고하는 놀라운 역량을 보였다.


미국에는 350만 명의 장거리 트럭기사가 있는데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될 경우 대부분 직업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거리 유통 비용의 70%가 인건비이며 고속도로 운전이 비교적 쉬운 단순작업인데다 트럭기사들의 졸음운전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어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로봇의 등장으로 20년내에 사라질 직업군으로 △법률분야 종사자 △회계사 △텔레마케터 △운전기사 △부동산 중개인 △계산원 △제조업 공장근로자 △기자 △산업디자이너 등을 꼽고 있다.


 

프로기사 이세돌을 꺾고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는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를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었다. ⓒ 연합뉴스



이와 반대로 일자리에 대한 낙관론도 만만찮다. 가트너는 2020년까지 180만명이 직업을 잃겠지만 23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 결국 50만개의 일자리 순증이 이뤄질 거라고 예측했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0년대초 닷컴버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번의 경기침체 시기를 제외하면 장기적으로 고용증가가 이뤄졌다고 한다.


OECD는 기술혁신이 다양한 경로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보고 △제품가격 인하 △수요증가 △고용확대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한상기 테크프런티어 대표는 “한국은 이미 생산공장 노동자 대비 로봇 수가 세계 1위로 자동화가 많이 진척됐고,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정리해고가 대량으로 이루어져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가장 적을 거라는 웃지못할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는 해외 전문가들의 주장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원래 문제제기보다 과장된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1932년 로봇 알파가 인간에게 권총을 겨눠 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왜곡된 시각이 있었던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노동의 질’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정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확실성과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면서 노동의 질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특히 자동화에 따른 임금저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삶의 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ICT는 교육수준과 직무능력에 따라 직장에서 차별과 소득을 심화시켜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이를 해소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과 기업의 모습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 등 IT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골드만삭스의 경우 3만 명 넘는 직원 가운데 1/3이 IT엔지니어로 더 이상 금융업체가 아니라 IT회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상기 대표는 “어디서나 중간 임금 수준, 중간 숙련 수준의 사람들이 가장 크게 일자리를 잃을 위협을 겪을 전망이다. ‘어정쩡한 것들은 대충 다 사라진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결국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가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21세기형 인재 육성의 과제가 등장하고 있으며 미래의 아이들은 교실에서 인간과 AI가 함께 공존하는 형태의 교육을 받게 될 거라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기계가 인간을 도저히 대신할 수 없었던 영역, 즉 의사 법률가 기자 예술가 같은 지적이고 전문적인 직업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에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4차산업혁명이 모든 직업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고 교육시스템 등 이에 슬기롭게 대처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큰 위기에 직면할 거라는 사실이다.




글_ 김학진 한국과학언론인회 회장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즈

저작권자 2017.12.22 ⓒ ScienceTimes

 

 

 

 

 

Comments